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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청소년 '성'은 죄악? …'룸카페 논란'이 놓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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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섭 기자(ghin2800@pressian.com)]
'청소년의 성적 행위는 죄악인가.'

모텔 등 숙박업소의 형태를 한 변종 룸카페가 신종 청소년 유해업소로 떠올랐다. 2일 서울시는 오는 13일까지 침대 등을 구비한 룸카페 및 멀티방을 집중 단속하겠고 밝혔다. 앞서 지난 1일엔 여성가족부 또한 해당 형태의 룸카페가 청소년 출입·고용 금지업소임을 밝히며 이에 대한 단속을 각 지자체에 당부했다.

다만 단속에 집중된 당국의 대응이 청소년 보호에 대한 근본적 해결 방안이 될 수 있는지는 미지수다. "밀폐 공간에서 청소년들 간의 무분별한 성적 행위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는 가운데, 정작 위생·안전·상호동의 등을 포괄하는 '청소년 성적 권리'에 대해선 논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모양새다.

매해 반복되는 '룸카페' 논란 … "단속 중심 대응은 청소년 위험으로 내모는 것"

당국의 '단속' 중심 대응은 당위를 떠나 효율적 측면으로도 명백한 한계를 보여 왔다. 청소년을 소위 '무성적 존재'로 치부하고 업장을 단속한다고 실재하는 청소년 개인의 욕구를 억제할 순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룸카페 등 숙박업소가 아닌 장소에서 '청소년들이 성관계를 가진다'는 논란은 해마다 비슷한 형태로 이어져왔다. 여가부는 지난 2019년에도 "청소년 신·변종 유해업소에 대한 상시 모니터링을 실시하겠다" 밝히며 룸카페 등을 청소년유해업소의 사각지대로 지목했다. 그보다 앞선 2015년엔 식약처가 "변종 룸카페"를 언급하며 청소년 출입금지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비단 룸카페만의 이슈도 아니다. 서울시가 2019년 4월부터 한강변 텐트 이용 시 2면 이상을 반드시 개방하도록 규정한 것도 "밀실 텐트가 청소년 탈선을 부추길 수 있다"는 이유였다. 룸카페가 '탈선'의 대명사로 떠오른 것은 2012년 멀티방이 청소년 출입금지 업소로 지정된 후로, 룸카페 이전엔 멀티방이 대표적인 청소년 탈선장소로 지목되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 성에 대한 욕구를 '단속'하는 데만 집중할 경우, 일부 청소년들은 점점 더 '취약하고 비위생적인' 공간으로 내몰릴 수 있다. 소셜 벤처 기업 EVE가 전국 1348명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진행한 '2019 청소년 성(性)문조사'에 따르면 '성경험이 있다'고 대답한 54.7%의 응답자 중 36%는 성관계를 주로 맺는 장소가 '불편하다'고 대답했다. △주위 사람들의 시선이 부담되거나 △미성년자 출입불가 시설이거나 △비위생적이어서 라는 게 주된 이유였다.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의 공현 활동가는 2일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청소년의 성적 행위에 대해선 논란이 많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긴 한다"라면서도 "다만 청소년의 혼숙을 금지하고 룸카페 출입을 금지하고 하는 식으로 (단속을 확장) 하다보면 청소년들은 결국 더 열악하고 불안전한 상황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모든 행위를 '안 되는 것'으로 규정하고 이를 단속하기만 하는 방식은 "민주적인 방식도 아닐뿐더러, 애초에 그 목적을 달성하는 것도 불가능한 방식"이라는 게 이 활동가의 설명이다.

청소년에겐 '성' 자체가 죄악? … 교육현장 '순결'중심 성교육 여전

그는 특히 '청소년 탈선 논란'이 매해 비슷하게 반복되는 일을 두고 "결국 청소년을 통제하고 단속해야 하는 존재로 보는 관점이 근본적 문제"라고 진단했다. 청소년에 대한 성적 통제는 대부분 임신·성폭력 우려 등 '청소년 보호'를 명분으로 실행되지만, 실은 청소년이 성관계를 가진다는 것에 대한 "도덕적 거부감"에서 기인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성폭력은 성폭력이라는 별개의 건으로 엄격히 다뤄야 할 사안이고, 임신 문제의 경우 충분한 교육과 조기 임신중단에 대한 권리 보장 등으로 대처해야 할 사안"이라며 "청소년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인정하면서, 성을 '어떻게 더 건강하고 안전하게' 다룰 수 있는지 이야기하는 공간과 기회를 넓혀가는 게 바람직한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교육계, 여성계 등은 피임·상호동의·안전·위생 등을 포괄하는 '성'에 대한 논의와 교육이 현재 교육현장에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해왔다. 현재의 성교육은 '남녀 신체에 대한 생물학적 특성을 설명'하는 수준에 그치거나 "순결 혹은 폭력예방에만 치중"하고 있을 뿐, 실제 청소년들에게 필요한 성적 경험에 대한 정보나 논의의 경험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지난해 5월 '안전하고 성평등한 학교를 위한 10대 요구안'의 첫 번째 조건으로 "포괄적 성교육의 도입"을 꼽은 바 있다. 유네스코가 2018년 도입한 '포괄적 성교육(CSE)'은 △성평등에 기초한 교육과 △성과 관련된 의사결정, 소통, 협상 등 '건강한 선택'을 위해 필요한 능력을 교육하는 것 등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반면 지난달 31일 서울시의회는 '성관계는 혼인관계 안에서만 이루어져야 한다', '학교 성교육은 절제에 주안점을 두어야 한다'는 조항이 포함된 '학교구성원 성·생명윤리 규범 조례안'을 교육부에 검토 요청했다.

기독교단체가 최초 제안했다고 알려진 해당 조례안에는 "청소년의 조기 성애화, 성 정체성 혼란" 등을 "보건적 유해성"이라 명시하는 등 개인의 성애 욕구 및 성적지향 등 '성적 자기결정권'을 단속하는 내용이 주로 담겼는데, 시의회는 교육부에 보낸 의견요청서에서 해당 조례안이 "의원발의 예정" 중에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청소년의 성을 둘러싼 논의가 여전히 시대착오적 수준에 머무르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아동청소년인권센터 탁틴내일은 해당 조례안이 언론 등을 통해 알려진 지난달 31일 성명을 내고 "아동·청소년은 성적 착취로부터 보호되어야 하지만 이것이 성적 권리에 있어 전반적인 제한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청소년의) 성적 권리는 피해를 당하지 않을 권리, 폭력·차별·낙인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단체는 청소년이 보장 받아야 할 '성적 권리'에 대해 △모든 사람이 자신의 성에 대해 잘 알고 이해할 수 있도록 하고 △다른 사람의 성도 존중하고 소통하는 관계를 맺게 해야 하며 △성과 관련한 정보, 교육을 편견 없이 제공하고 △자신의 몸과 성적 정체성에 대해 충분히 탐색하게 하고 △문제가 생겼을 때 그 문제를 같이 해결할 수 있는 자원을 제공하며 △성관계, 피임, 임신, 임신중지, 출산, 양육 등에 관해서도 함께 보장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구체적인 설명을 덧붙였다.

프레시안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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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섭 기자(ghin2800@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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