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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취재석] 與 전대 점입가경…안 보여도 보이는 '윤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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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윤계, 특정 당권주자 '난타'…'윤심' 반발감·피로도 커져
민주당 "尹, 그냥 국민의힘 당 대표 임명하시라"


더팩트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로 출마한 김기현(오른쪽) 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7일 서울 강서구 ASSA빌딩 방송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 비전발표회에 참석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최근 안 후보의 '윤안 연대' 발언에 불쾌감을 나타났다.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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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국회=신진환 기자] 8일 여당 의원실 소속 한 비서관이 대화 도중 대뜸 물었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두고 사람들이 뭐라고 부르는 줄 아세요?"라고. 머리를 굴려 보다가 결국 답이 뭐냐고 물었다. 그는 "'윤샬라'라고 한다네요"라며 껄껄 웃었다. 윤석열 대통령의 성(姓)과 '알라신의 뜻대로'라는 뜻의 '인샬라'의 합성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생전 처음 듣는 신조어 '윤샬라'에 내포된 의미도 대충 짐작했다. 소위 '윤심'(윤 대통령 의중)이 당권의 향배를 가를 핵심 요소라는 것쯤으로 이해했다. 그도 그럴 것이 당권주자들과 최고위원 후보들이 '윤심' 마케팅을 지속하고 있고, 대통령실의 당무 개입 논란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어서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보기 민망할 정도로 점입가경이라는 비판이 끊이질 않는다.

지난 주말, 대통령실이 당권주자인 안철수 후보의 '윤안(윤석열-안철수) 연대' 발언에 공개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낸 이후 안 후보는 '반윤'으로 찍힌 모습이다. 최근 친윤 주자로 불리는 김기현 후보와 친윤계 일각에서 간첩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던 '고(故) 신영복 교수 존경' '사드 배치 반대' '탈원전 찬성' 등 과거 안 후보의 행적을 질타하며 공세를 퍼부었다.

대통령실과 친윤계가 전대 불출마를 선언했던 나경원 전 의원에 이어 안 후보도 무릎을 꿇리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가 적지 않다. 한 정치 전문가는 최근 통화에서 "이번 전대는 요식행위에 불과하다. 이미 당 대표 선거 결과는 정해져 있다는 느낌이 강하다"고 했다. 한술 더 떠 민주당은 이날 논평에서 "국민의힘 당 대표, 그냥 윤 대통령이 임명하라"고 지적했다.

실제 당권 판세 흐름이 바뀐 분위기다. 두 후보의 희비가 극명히 갈렸다. 리얼미터가 미디어트리뷴 의뢰로 지난 6~7일 전국 만 18세 이상 국민의힘 지지층 402명을 대상으로 차기 당 대표 적합도를 조사한 결과, 김 후보는 45.3%, 안 후보는 30.4%로 집계됐다. 직전(1월31일~지난 1일) 조사 때보다 김 후보는 9.3%포인트 올랐고, 안 후보는 12.9%포인트 급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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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유력 당권주자 김기현 후보가 7일 나경원 전 의원과 손을 잡았다. 사실상 김 후보 지지를 선언한 나 전 의원의 표정이 어둡다. 대통령실과 친윤계로부터 공세를 받았던 나 전 의원은 지난달 25일 당 대표 경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동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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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윤계의 '병 주고 약 주기'도 낯 뜨겁다. 나 전 의원이 '대통령 본의' 발언으로 대통령실과 갈등을 빚자, 당 대표 출마를 막기 위해 연판장을 돌렸던 일부 초선 의원들이 지난 6일 나 전 의원을 찾아 위로했다. 서로의 악감정을 털고 화합을 이루자는 취지였겠지만, 국민의 평가는 부정적이다. 온라인상에선 '깡패 정치' '2차 가해'라는 비아냥이 나온다.

실제 역할론을 일축했던 나 전 의원은 7일 김 후보와 만나 사실상 지지를 선언했다. 나 전 의원은 "국정 운영 성공과 총선 승리를 위해 필요한 부분에 대한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나 전 의원을 겨냥해 '반윤 우두머리'라고 비난했던 친윤 핵심인 장제원 의원은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해 함께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굉장히 환영할 일"이라며 반색했다.

당 주류 친윤계가 앵무새처럼 외치는 '윤석열 정부 성공'의 의미는 무엇일까.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위한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총선에서 승리하고, 궁극적으로는 정권 재창출까지 이어가자는 의지 아닐까 싶다. 때문에 대통령실과 주파수를 맞춘 친윤계가 전대 과정에서 특정 유력 당권주자들을 '조준 사격'하는 것이 모두 윤 대통령을 위한 것이라면 할 말은 없다.

다만 문제는 이 같은 당내 상황이 2016년 총선을 앞두고 벌어졌던 친박계와 비박계의 공천 다툼을 연상시킨다는 점이다. 어떠한 정치적 목표를 이루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모습으로 비친다는 얘기다. 윤석열 정부의 성공이라는 그들의 대의를 왜곡하거나 폄훼하고 싶진 않지만, 공천을 얻기 위한 줄 서기라는 비판이 더 와닿는 것은 왜일까. 과거 기득권 정당 체질과 달라진 게 없어 보이는 까닭은 아닐까. 특정 종교와 무관하게 한 번 외쳐 보고 싶다. 오직 국민을 위한 정치, 인샬라!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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