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서 관련자들 무죄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출국금지'에 관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규원 대전지검 부부장검사, 이광철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이성윤 전 서울중앙지검장,차규근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왼쪽부터)이 15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회 공판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2021.10.15/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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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김옥곤)는 15일 ‘김학의 불법 출금’ 사건으로 기소된 이광철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이규원 검사, 차규근 전 법무부 출입국 본부장 등 3명의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다만 이규원 검사가 서울동부지검장의 허락 없이 출금 승인 요청서를 만들거나 출금 관련 서류를 자신의 집에 가져다 둔 혐의만 유죄로 인정하면서 징역 4개월의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또 ‘김학의 불법 출금’에 대한 안양지청의 수사를 막은 혐의로 기소된 이성윤 당시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전 서울중앙지검장·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에게도 무죄를 선고했다.
김학의씨는 2019년 3월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검경은 조직의 명운을 걸고 진상을 규명하라”며 재수사를 지시한 직후 출국을 시도하다가 금지당했다. 김씨는 건설업자 윤모씨에게 성 접대를 포함한 뇌물 2억원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지만 작년 8월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재판부는 당시 이규원 검사 등이 김씨를 긴급 출금한 것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긴급 출금은 3년 이상 징역에 해당하는 죄를 저질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어야 가능한데, 당시 김씨가 업자에게 수천만 원을 받았다는 혐의는 객관적 증거가 없고 공소시효도 지났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또 “김씨에 대해 (합법적인) 일반 출금이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일반 출금은 법무장관의 사전 승인이 있어야 하지만 긴급 출금은 사후 승인만 받으면 된다.
재판부는 그러나 위법한 긴급 출금도 직권남용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당시 ‘김학의 사건’ 재수사는 기정사실화된 상태”라며 “김씨의 출국 시도를 저지한 것은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긴박한 상황에서 법률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긴급 출금을 했다고 해서 곧바로 직권남용으로 볼 수는 없다”고 했다. 하지만 수원지검 수사팀은 “(당시 이규원 검사가 소속된) 대검 진상조사단 내부에서도 재수사가 가능한지 이견이 있었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이성윤 전 서울중앙지검장에 대해서도 “안양지청이 수사 진행을 하지 못한 것은 이 전 지검장의 행위 외에도 윤대진 전 법무부 검찰국장의 전화 연락 등이 함께 작용해 발생한 결과”라며 직권남용은 무죄라고 했다.
이 사건을 수사한 수원지검은 이날 “재판부가 긴급 출금의 위법성, 안양지청 수사가 부당하게 중단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무죄를 선고했다”면서 “헌법상 적법 절차 원칙을 위반하고 수사를 부당하게 중단시킨 공직자들에게 죄에 상응하는 형이 선고될 수 있도록 항소할 예정”이라고 했다.
2019년 당시 안양지청 부장검사로 이 사건을 공익 신고한 장준희 부장검사는 “‘나쁜 사람’으로 지목되면 수단을 가리지 않고 수사해도 된다는 논리로 법치와 인권을 후퇴시킨 판결”이라고 했다. 그는 “대검의 압력이 아니라면 수사를 중단할 어떤 동기도 없었는데 법원이 제대로 심리하지 않고 면죄부를 줬다”고 했다.
판사 출신인 이현곤 변호사는 “무죄를 선고하려면 왜 국가기관은 법 절차를 어겨도 죄가 안 되는지를 납득이 가게 설명했어야 한다”면서 “사법부의 위기”라고 했다.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목적이 정당하니까 수단이 부적법해도 된다는 것인지 의문”이라며 “살인범에게도 체포 이유와 변호인 선임권을 알려줘야 한다는 ‘미란다 원칙’은 왜 있느냐”고 했다. 다른 법조인도 “재판부가 ‘재수사 대상’이라며 불법 출금을 정당화했는데 결국 김학의씨 무죄가 확정된 점을 보더라도 판결은 설득력이 없다”고 했다.
[양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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