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후 서울 중구 주한러시아대사관 인근에 모인 우크라이나인들이 전쟁 중단을 외치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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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우풀의 민간인들을 구해주세요.”
19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주한러시아대사관 인근 정동길 분수대에 이같이 쓰인 손팻말을 든 우크라이나인 50여명이 모였다. 우크라이나 국기를 어깨에 두른 이들은 “러시아는 테러 국가”라고 외치며 전쟁 중단을 촉구했다. 오는 24일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년이 되는 날이다. 침공 1년을 닷새 앞둔 이날 평화 시위에 참여한 이들의 표정은 결연했다.
“민간인 살상을 중단하라” “경제 제재를 강화하라” “푸틴의 선전을 믿지마라” 등 한국어 구호를 외친 이들은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서울시청까지 행진했다. 길게 늘어진 우크라이나 국기를 50여명이 양쪽에서 나눠들고 따랐다.
드미트리 포노마렌코 주한우크라이나 대사 부부도 현장을 찾았다. 포노마렌코 대사는 “전세계 대부분 국가가 우크라이나 편”이라며 “한국의 인도적 지원에 특히 고마운 마음이 있다”고 했다. 다만 “한국이 무기적 지원을 안하고 있는데 군사적 영역에 있어선 그런 입장을 바꾸면 좋겠다”고 했다. 주한우크라이나 대사관은 서울도서관에 우크라이나 도서를 기증하는 등 자국의 문화와 역사를 알리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19일 오후 서울 중구 주한러시아대사관 인근에 모인 우크라이나인들이 전쟁 중단을 외치며 우크라이나 국기를 들고 행진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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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름반도가 고향인 노로만(36)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한 지 1년, 동쪽 우크라이나를 공격한 지는 9년이 다 돼간다”며 “우크라이나가 이 전쟁에서 꼭 승리하길 기원해달라. 우크라이나가 승리하면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는 국가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크림반도에 머무는 부모가 러시아에 불이익을 당할까 걱정돼 그간 평화시위에서 마이크를 잡지 않다가 1년째 길어진 전쟁에 처음 마이크를 잡았다.
키이우에서 대학과 직장을 다니다 지난 9월부터 경복대학교 어학당을 다니기 시작한 옐리자베타 아슬라노바(24)는 “전쟁 때문에 집으로 언제 돌아갈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인 누구도 2월 24일을 절대 잊지 않을 것”이라며 “자유의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점에서 한국인과 우크라이나인은 비슷하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2024 파리 올림픽 참가를 규탄하는 이들도 있었다. 올랴 쉐스타코바(29)는 독일이 나치 집권 시절 체제 선전 수단으로 이용한 1936년 베를린 올림픽을 언급하며 “러시아 스포츠는 전쟁을 정당화하는 프로프간다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고 했다. 그는 “한국의 대형 엔터테인먼트 기업들도 러시아 디제이와 음반을 내는 등 살인자들이 노래부르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며 “살인자를 용인하는 짓을 그만두라”고 했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는 지난 1월22일까지 우크라이나에서 1만8483명의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했고, 이 가운데 7000여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침공 이후 807만여명의 난민이 우크라이나를 떠난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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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송이 기자 songy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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