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 외교부 장관(오른쪽)과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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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 외교부 장관이 다음 달 1일 인도 뉴델리에서 일본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과 회담을 갖지 못할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박 장관과 하야시 외무상은 한일 최대 현안인 일제강점기 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와 관련해 인도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 회의에서 만나, 최종 조율을 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한국의 압박이 예상보다 커지자 정치인인 일본 외무상이 막판 조율자리를 회피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23일 일본 외교가에 정통한 관계자는 “하야시 외무상이 당초 계획과 달리 인도의 G20 외교장관 회의에 불참하고 외교 부대신이 대신 참석하는 방향으로 조율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은 현재 정기국회가 개회 중인데 하야시 외무상이 다음 달 1일 예산결산위원회에 참석한다는 것이다. 의원내각제인 일본은 3월초의 국회 예산결산위원회에 총리를 포함한 모든 각료가 가능한 한 출석하는 게 관례다. 일본은 4월부터 회계연도가 시작해 3월 예산결산위가 연간 가장 중요한 자리다. 하야시 외무상은 일본 의전 서열로는 총리와 관방장관에 이은 3위이기 때문에 G20 회의보다 예산결산위를 우선한다는 것이다.
하야시 외무상의 인도 G20 불참은 징용 피해자 배상 협의에 막판 변수가 될 전망이다. 당초 박진 외교부 장관은 지난 18일(현지시간) 뮌헨안보회의 참석해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과 회담하고 일본 측에 징용 배상과 관련해 ‘성의 있는 호응’을 위한 일본의 ‘정치적 결단’을 촉구했다. 사실상 외교 당국 차원의 가능한 노력은 다했기 때문에 최고 의사 결정자인 기시다 총리의 결단을 압박한 상황이었다. 일본에 귀국한 하야시 외무상이 기시다 총리에게 보고한뒤, 다음 달 1∼2일 인도 뉴델리에서 예정된 G20 외교장관 회의에서 자연스럽게 만나, 일본 측의 답변을 들을 것으로 예상됐다.
우리나라 정부는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재단)이 조성한 기금으로 배상 확정판결을 받은 피해자에게 피고기업 대신 판결금을 주는 방안을 사실상 공식화한 상태다. 이후 일본 측에 피해자에 대한 ‘성의있는 호응’을 촉구하며 압박하는 상황이었다. 하야시 외무상은 22일 일본 언론과의 기자회견에서 한국 측이 요구한 ‘정치적 결단’ 요청과 관련, “한국 측의 발언에 하나하나 코멘트하는 것은 삼가겠다”고 말했다.
일본 외교가의 관계자는 “일본 내부에서도 북한의 도발과 중국의 대만 위협이 커지는 가운데 한국과의 관계 개선 필요성에 대한 여론이 강하기 때문에 일본 외무성도 어떤 형태로든 박진 장관과 하야시 외무상간 막판 추가 협의를 하자는 분위기가 컸다”며 “하지만 일본 자민당 내 보수 강경파는 여전히 ‘일본 양보 절대 불가론’을 주장하고 있어, 하야시 외무상이 관행을 깨면서까지 박진 장관을 만나기 위해 인도에 오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하야시 외무상이 한국 측의 압박에 부담을 느껴서, 일단 막판 협상 자리에 서는 게 본인의 정치적인 입지에 불리하다고 판단한게 아닌가 싶다”며 “이전 정권과는 달리, 양국 외교 당국의 실무 고위급 간 전화 연락도 원활한 만큼, 이달 말과 다음 달 초까지 마지막 조율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성호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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