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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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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간염부터 ‘소리 없는 암살자’ 간암까지 다학제 협진 시스템 구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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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구로병원 간센터





간암, 4050 남성 암 사망 원인 1위

음주보다 간경변증이 더 큰 영향

치료 넘어 간 질환 ‘예방’이 목표

중앙일보

고려대구로병원 소화기내과 김지훈 교수는 “다학제 진료를 통해 환자에게 효과적인 치료 전략을 세우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동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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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은 ‘침묵의 장기’로 불린다. 회복 불가능한 상태가 될 때까지 조용히 침묵하기 때문이다. 간세포가 서서히 파괴돼 간 기능이 절반 이하로 떨어져도 별다른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이러한 이유에서 간암은 ‘소리 없는 암살자’로 통한다. 특히 간암은 국내 암 사망률 2위, 40~50대 중년 남성의 암 사망 원인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치명적이다. 조기 진단이 어려울뿐더러 환자 대부분이 간 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가 많아 치료 후에도 재발이 잦다. 고려대구로병원 간센터가 다학제 협진 시스템을 구축하게 된 배경이다. 고려대구로병원 간센터 소화기내과 김지훈 교수는 “간 질환에 대한 치료는 간염에서부터 간암까지 진단과 치료, 관리가 통합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구로병원에선 진료과 간 활발한 소통과 협업을 통해 치료 성적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간암은 비교적 원인 질환이 명확한 편이다. 흔히 간암의 원인으로 음주를 떠올리지만, 그보다는 B형·C형 간염 등 바이러스성 간염과 이에 따른 합병증인 간경변증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 간암 환자의 80~90%는 B형·C형 간염, 알코올성 간 질환 등을 갖고 있다. 통상 이들 질환은 간이 딱딱하게 굳어지는 간경변증으로 악화하면서 간암이 발생하는 수순을 밟는다. 그만큼 치료도 까다롭다. 김 교수는 “간암은 재발률이 높은 편이라 한 번 치료를 받았다고 해서 끝나는 병이 아니다”며 “치료를 반복해서 받을 수 있으므로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환자 상태에 맞는 치료법과 순서를 정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7~8개 진료과 의료진 함께 논의



현재 구로병원 간센터는 간암뿐 아니라 급성과 만성간염, 간경변증, 간이식 등 간 질환에 대한 전문적인 치료와 관리를 담당한다. 특히 센터는 다학제 진료의 개념조차 생소했던 20여 년 전부터 협진 시스템을 구축했다. 2001년 간센터를 열고 여러 진료과 전문의가 유기적으로 참여하는 협진 체계를 발전시켜왔다. 당시 간 질환에 대한 특화된 진료를 시행하는 병원은 드물었다. 다학제 진료는 진단과 치료의 정교함을 더하는 핵심이다. 간암의 진행 정도와 함께 간 자체의 기능을 두루 평가한 뒤 이를 가장 확실하게 치료할 수 있는 ‘무기’를 찾는 과정이다. 구로병원 간센터에선 소화기내과·간담췌외과·이식혈관외과·영상의학과·병리과 등 7~8개 진료과 의료진이 모여 효과적인 치료 방법을 논의한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아이디어를 내고, 예상되는 치료 효과와 문제점을 찾아내는 식이다. 의료진은 적어도 주 1회 이상 다학제 회의를 진행한다. 김 교수는 “치료가 어려운 간암 환자여도 다학제 진료를 통해 효과적인 치료 전략을 찾는 데 앞장서고 있다”고 말했다.



간암 조기 발견, 정기 검사 중요



50대 김모씨의 사례가 그렇다. 김씨는 간암이 간 내 혈관(문맥)까지 침범해 위급한 상황이었다. 간 내 혈관에 암이 퍼지면 수술적 치료가 어렵다. 다른 치료마저 예후가 좋지 않아 약 6개월밖에 생존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당시 간센터 의료진들은 다학제 진료를 통해 경동맥 화학색전술을 시행한 뒤 방사선 치료를 하기로 결정했다. 치료 과정은 이랬다. 동맥에 항암제를 투여한 뒤 혈관을 막아 간암 세포를 괴사시키고, 간 문맥에 있는 암세포를 방사선으로 줄이는 치료를 시행했다. 김씨에겐 약 2년이 지난 지금까지 암이 재발하지 않았다. 다학제 진료로 치료 효과를 극대화한 결과다. 김 교수는 “환자에 따라 종양의 위치, 특성이 다르고 기저 간 기능이 다르기 때문에 어떤 치료법이 더 좋을지 결정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며 “두 가지 이상의 치료법을 생각할 수 있는 환자에게 적합한 치료를 시행할 수 있는 것이 다학제 진료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환자의 입장에서도 편의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진단과 치료를 위해 여러 진료과를 방문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각각의 전문 의료진을 통해 직접 치료 방침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어 병원의 신뢰도도 높다. 김 교수는 “간암의 특성상 다학제 시스템을 통해 단기적인 계획뿐 아니라 장기적인 계획도 효율적으로 세울 수 있다”며 “환자의 경우 자신의 상태를 입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어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고려대구로병원 간센터의 다음 목표는 치료를 넘어선 간 질환의 ‘예방’이다. 김 교수는 “간염과 간경변, 간암 등을 조기 발견해 치료하고 예방 대책을 강화하는 것이 간암 정복의 관건”이라며 “특히 간암은 조기 진단만 되면 예후가 좋기 때문에 정기적인 검사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구로병원은 간센터를 향후 통합적인 특성화센터로 발전시킬 방침이다. 다학제 진료실을 확대해 간 질환에 대한 통합 치료를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김 교수는 “간 질환 환자를 위한 전문 센터로서 수준 높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해 치료 효과를 극대화하고 환자 만족도를 높이는 일에 힘쓸 예정”이라며 “고려대구로병원이 간 질환 치료 분야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영경 기자 shin.young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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