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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수돗물 유충 사태

"하수돗물은 안다" 무슨 병이 유행할지...하수 기반 감염병 감시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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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보건연 "하수로 1~2주 전 감염병 예측"
대전 등 지자체 "하수도의 새 역사"
한국일보

코로나19 바이러스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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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수돗물은 알고 있다. 앞으로 무슨 전염병이 퍼질지…"

대전시를 비롯한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하수(下水)를 기반으로 한 감염병 감시에 나선다. 각 가정에서 하수처리장으로 유입된 폐수에서 감염병 병원체를 분석해 1~2주 전에 관련 감염병 유행을 예측하는 것으로, 감염병 확산 피해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지 주목된다.

대전보건환경연구원은 3일 “기존 임상 감시보다 지역사회에서 발생하는 감염병 유행을 최대 15일가량 앞서 예측할 수 있는 하수 기반 감염병 감시 사업을 본격 실시한다”며 “코로나19와 같은 신종 감염병을 조기에 인지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8월 질병관리청과 함께 시범사업을 시작했고, 이달부터 본사업으로 전환됐다.

대전시는 관내 4개 권역에서 모이는 하수가 한데 모이는 대전시설관리공단 하수처리장에서 3개의 샘플을 채취해 각종 병원체를 검사한다. 연구원 관계자는 “주 1회, 매주 화요일, 하수량이 많은 오전 시간에 샘플링을 한다”며 “지금까지 코로나19와 인플루엔자 등 호흡기 바이러스 9종과 노로바이러스 1종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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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와 생활하수 등이 모이는 하수처리장의 오수는 마약류 사용을 알려주는 지표로도 활용된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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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수를 이용한 감염병 감시는 선진국에서 일반화된 검사 및 감염병 예측 기법이다. 지난해 8월 영국에서는 20년 전에 종식된 소아마비 바이러스가 하수구에서 40년 만에 검출돼 비상이 걸렸다. 당시 방역 당국은 1~9세 소아 100만 명에 대해 긴급 백신접종을 했고, 다른 나라 백신 접종에도 영향을 미쳤다.

또 다른 나라에서는 하수 검사를 통해 지역에서 소비되는 마약 종류와 양을 어림하기도 한다. 대전시 관계자는 “현재 마약 성분은 검사 항목에 없다”며 “감염병 병원체 외에 앞으로 항생제 내성균, 장내 세균 등 감시 항목을 늘려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수도는 인류 최대 발명품 중 하나로 꼽힌다. 배설물 등 폐수를 주거지와 분리시킴으로써 보다 쾌적한 환경에서 삶을 영위하고 수명을 연장하면서 문명도 발달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대전시 관계자는 “유행을 예상하고 미리 지역사회에 경고를 보내 확산을 막는 것과 동시에 필요한 진단 시약과 키트 확보 등 감염병과의 전쟁 준비에 많은 도움이 된다”며 “하수도 역사에서 하수 기반 감염병 감시 사업은 또 다른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 정민승 기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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