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률형 아이템’ 내년부터 공개 의무화… 업체들 수익 모델 바꿔
하지만 넥슨은 최신작에선 이런 방식의 뽑기형 아이템 기능을 아예 지웠다. 오는 9일 정식 출시하는 ‘카트라이더: 드리프트’에서도 확률형 아이템을 없앴다. 대신 7500~1만5000원까지 정액 요금을 내면 다양한 차량, 캐릭터를 보상받을 기회를 더 많이 주는 일종의 정기권인 ‘레이싱 패스’라는 새로운 요금제를 적용하기로 했다.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를 의무화하는 게임산업법 개정안이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통과되면서 국내 게임사들의 수익 모델에 지각변동이 시작됐다. 개정안은 게임사가 특정 아이템을 뽑을 확률을 표시하지 않거나 거짓으로 하는 경우 정부가 시정 명령을 내릴 수 있고, 이를 어기면 대표이사 형사 처벌(2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 벌금)까지 가능하게 했다. 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확률을 공개하지 않는 것뿐 아니라 확률이 조금이라도 다른 경우까지 처벌하기 때문에 확률형 아이템을 운영하는 것 자체가 리스크”라면서 “게임사들은 확률형 아이템을 배제하는 방식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게임사, 새로운 수익 모델 창출 고심
게임사들은 확률형 아이템을 없애면서 새로운 수익 모델 창출을 두고 고심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게임 패스’ ‘배틀 패스’ 등으로 불리는 구독형 상품이다. 유료 이용자에게 캐릭터나 무기, 맵 등에서 추가로 보상해 주는 식이다. 올 초 출시된 그라비티의 역할수행게임(MMO RPG·캐릭터 키우며 가상 세계를 모험하는 장르) ‘라그나로크X’는 확률형 아이템을 빼고 패스 시스템을 도입했다. 일정 금액을 내고 레벨에 따라 미션을 완수하면 점수를 획득해 아이템을 강화할 수 있는 재료를 얻을 수 있게 했다. 라인게임즈도 지난해 출시한 ‘대항해시대 오리진’에서 패키지형 배틀 패스를 도입했다. 각 캐릭터를 구매하면 새로운 스토리와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는 식이다.
캐릭터나 엠블럼 등 이용자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유료 코스튬 상품을 강화하는 것도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올해 ‘파라곤: 디 오버프라임’ 출시를 앞둔 넷마블은 캐릭터와 엠블럼, 이모티콘 등을 유료화해 수익을 내기로 했다. 넷마블 관계자는 “이용자 개인의 취향을 만족시키는 보조 아이템을 유료화한 방식”이라며 “앞으로 내놓을 신작에서도 다양한 수익모델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시장 노리려면 확률형 탈피해야
확률형 아이템을 배제하는 흐름은 게임사들의 해외시장 진출과도 관련이 있다. 올해 국내 게임업계 최대 기대작 중 하나로 꼽히는 엔씨소프트의 쓰론 앤 리버티(TL)의 경우 글로벌 동시 출시를 목표로 게임 내 확률형 아이템을 최소화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우리나라 게임사가 확률형 아이템을 주 수익원으로 해왔지만 북미나 유럽 지역 게임 이용자들은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거부감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법으로 규제하는 곳도 많다. 벨기에는 확률형 아이템을 아예 도박 취급해 법으로 금지했고, 네덜란드·스페인도 확률형 아이템 금지법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은 우리처럼 모든 뽑기 확률을 공개하도록 했다.
한국게임학회장인 위정현 중앙대 교수는 “우리나라 게임사들은 손쉽게 수익을 거두는 확률형 아이템에 기대 새로운 수익 모델 개발에는 소홀했다”며 “해외 시장에 진출하는 게임사들이 많은 만큼 다양한 수익 모델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확률형 아이템
강력한 캐릭터나 무기 같은 게임 아이템을 뽑기 형식으로 판매하는 방식. 무작위 뽑기에 따른 스릴과 재미가 있지만 원하는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 확률이 극히 낮아 수천만~수억원을 쓰는 이용자가 나올 만큼 극심한 사행성이 문제가 돼 왔다.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정보 공개가 불투명해 게임사 배만 불린다’는 비판이 커지자, 국회는 게임사의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를 의무화한 게임산업진흥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해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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