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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공공요금 인상 파장

'원정 목욕' 오던 35억 목욕탕…"4월 폐업" 만든 충격 고지서 [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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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지난 9일 오후 강원 춘천시 동면의 한 카페에 걸린 안내문. 박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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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센트 막을 수도 없고 '한숨'



지난 9일 오후 강원 춘천시 동면의 한 카페. 벽마다 ‘급격한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용시간을 3시간으로 제한합니다’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이 카페의 경우 자리 곳곳에 노트북·휴대전화 등을 충전할 수 있도록 전기 콘센트가 마련돼 있다. 전기료가 오르기 전까진 음료만 주문하면, 이용에 별다른 제약이 없었다. 하지만 달라졌다. 카페 관계자는 “올해 전기료가 지난해와 비교해 배 이상 나오면서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주말이면 노트북 등을 사용하는 손님이 많은데 ‘전기료 아끼겠다’고 콘센트를 막을 수는 없어 어쩔 수 없이 이용시간을 제한하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 6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2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기료는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29.5%나 올랐다. 도시가스는 36.2%, 지역 난방비는 34% 급등했다.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0년 이후 최대 상승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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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오후 강원 춘천시 동면의 한 카페에 걸린 안내문. 박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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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욕탕 한 달 전기료 '2050만원'



자영업자들이 매달 나가는 고정비용을 조금이라도 줄이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전기료 등 공공요금이 가파르게 오른 데 따른 흐름이다.

춘천시 온의동에서 목욕탕을 운영 중인 유상호(71)씨는 지난 1월 전기요금 명세서를 받은 뒤 깜짝 놀랐다. 2050만원이나 나와서다. 지난해 같은 기간엔 1000만원을 넘지 않았었다. 더욱이 600만~700만원 나오던 도시가스 요금도 1300만원을 찍었다.

이에 유씨는 자정까지인 목욕탕 운영시간을 오후 10시로 2시간 앞당기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이 목욕탕은 앞서 24시간 영업에서 자정까지로 영업방식을 변경했다. 유씨는 “전기료뿐 아니라 대부분의 공공요금이 다 오르니 영업을 이어가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어쩔 수 없이 이용료도 (최근) 1000원을 올렸는데 손님이 줄어들진 않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공공요금 인상 여파로 어려움에 부닥친 건 구(區)립 목욕탕들도 마찬가지다. 최근 부산 구립 목욕탕 운영자들은 운영 중단을 선언하거나 요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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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적으로 한파가 불어닥치며 난방비 부담이 커졌던 지난 1월 25일 오후 서울 시내 한 30평대 아파트 우편함에 관리비 고지서가 꽂혀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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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구립목욕탕 '운영 포기'



부산 중구 ‘대청행복목욕탕’의 경우 민간 운영자가 지난 1월 전기료 등 공공요금 고지서를 받아든 뒤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운영자는 고심 끝에 오는 4월 30일 이후 목욕탕 영업 계약을 중도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대청행복목욕탕은 동네에 목욕탕이 없어 ‘원정 목욕’을 떠나는 주민을 위해 중구가 2021년 35억원을 들여 설립한 곳이다. 현재 중구 측은 후임 사업자를 찾는 입찰공고를 냈다. 후임자가 나설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

중구 관계자는 “공공요금이 오르고, 손님도 많지 않아 영업계약을 포기한다고 통보해 왔다”며 “후임자를 찾아 구민들의 이용에 최대한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부산 금정구가 10년째 운영하는 ‘선두구동 목욕탕’은 개장 이후 처음으로 요금 인상을 심각하게 검토하고 있다. 지난달 연료비가 800만원을 넘으면서다.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공과금을 60%가량 더 내면서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해당 목욕탕은 10년간 이용료 3000원을 유지해왔다.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다. 금정구 관계자는 “요금 인상은 조례를 개정해야 하는 상황이라 이에 필요한 절차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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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요금 급등으로 소상공인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지난달 2일 오전 서울 시내 전통시장 분식집에 공공요금·재료값 인상으로 인한 가격 인상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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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들 물가안정 위해 공공요금 '동결'



행정안전부는 지난달 초 전국 시ㆍ도 기획조정실장을 불러 지방 공공요금 안정관리점검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전기ㆍ가스ㆍ대중교통 등 공공요금 인상을 미뤄 달라고 당부했다.

이후 각 지역에선 물가안정을 위한 대책을 속속 내놓는 등 자구책 마련이 한창이다. 지난 1월 상ㆍ하수도 요금 인상을 확정했던 세종시는 조례 개정을 통해 감면하기로 했다. 광주광역시는 지난달부터 인상하려고 했던 도시가스 요금을 동결한 상태다. 인천시도 이달 인상 예정이었던 상수도 요금을 올리지 않기로 했다.

통계청 물가동향과 관계자는 “전기료 등이 크게 올라 과거 자료를 분석해보니 40여년 만에 크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며 “전기ㆍ가스ㆍ수도를 묶어 조사한 결과도 1년 전보다 28.4% 오르는 등 2010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상승해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춘천ㆍ부산=박진호ㆍ김민주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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