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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테라’ 권도형 구금 연장…“도주 위험에 신원 입증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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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테네그로 법원 결정, 최대 30일까지 연장

미 검찰, 테라·루나 폭락 전 시세조작도 확인


한겨레

24일 몬테네그로 수도 포드고리차에서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경찰의 호송을 받으며 법정으로 가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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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테네그로 법원이 24일(현지시각) 자국에서 붙잡힌 ‘루나·테라 코인 폭락 사태’ 핵심 당사자 권도형(32) 테라폼랩스 대표의 구금 기간을 최장 30일로 연장했다.

몬테네그로 일간지 <포베다>와 <비예스티>등 에 따르면 몬테네그로 수도 포드그리차의 법원은 24일에 검찰의 구금 기간 연장 요청을 받고 피의자 신문을 거쳐 연장을 결정했다. 몬테네그로 법률상 피의자 구금 기간은 최대 72시간이다. 권 대표 등이 싱가프로에 거주지를 둔 외국인으로 도주할 위험이 있고 신원이 명백하게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법원이 이같은 결정을 했다고 보도됐다. 권 대표는 23일 포드고리차 국제공항에서 코스타리카 위조 여권을 들고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행 비행기에 탑승하는 과정에서 체포된 뒤 구금됐다.

보도에 따르면 이날 오후 피의자 신문에서 권 대표의 변호인이 한국어 통역을 제공하지 않았다며 판사 기피 신청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판사는 “피의자(권 대표)가 영어를 이해한다는 사실을 검사에게 확인했다”며 “영어 통역을 제공함으로써 자신의 언어 또는 자신이 이해하는 언어로 절차를 진행할 수 있는 피의자의 법적 권리는 존중됐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한편 미국 검찰은 권 대표가 테라·루나 코인 폭락 사태가 발생하기 1년 전 미국의 한 투자회사와 공모해 이 코인 시세를 조작했다고 보고 권씨를 재판에 넘겼다.

24일 권 대표를 증권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한 뉴욕 남부연방지방검찰청 공소장에 따르면 권 대표는 2021년 5월 께 자신이 만든 코인 테라유에스디(UST) 시세 조종을 위한 도움을 받고자 미국 한 투자회사 대표들과 접촉했다. 유에스티(UST)는 1달러에 연동하도록 설계된 스테이블코인(달러 등 법정화폐에 연동하도록 설계된 가상화폐)이지만, 당시 유에스티의 달러 페그(자국 통화의 환율을 기축통화인 달러 등에 고정시키는 환율 제도)가 깨지는 바람에 곤혹스러운 처지였던 것으로 추측됐다.

‘회사1’(Firm-1)이라고 공소장에 기재된 이 투자회사는 권 대표의 요청에 따라 유에스티의 시세를 조작하기 위한 매매 전략을 사용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앞서 권 대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이 투자회사가 유에스티를 대량으로 매수해 시세를 복구했다고 소장에서 밝힌 바 있다. 에스이시에 따르면 2021년 5월 23일부터 27일까지 최소 2개 이상의 가상화폐 플랫폼을 활용해 6천200만 개 이상의 유에스티를 순매수, 시세를 1달러로 복원시켰다. 이 일을 벌이기 직전인 권 대표는 시세조종의 대가로 테라폼랩스와 이 투자회사 간의 기존 채무를 조정하는 데 합의한 것으로 검찰 조사를 통해 밝혀졌다.

테라폼랩스는 시세를 조작한 사실을 숨긴 채 소셜미디어에서 유에스티의 가격 안정성을 보장하는 알고리즘 구조를 홍보하며 투자자들을 속인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권대표는 다음해 3월 인터뷰 등을 통해 알고리즘이 유에스티의 가격 안정성을 보장한다는 허위 주장을 했다고 미국 검찰은 지적했다. 검찰과 에스이시 조사에 따르면 테라·루나 투자자들 가운데는 미국 회계사, 정보기술 엔지니어, 약사 등 고학력 전문직 종사자도 많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캘리포니아주에 거주하는 한 약사는 집을 담보로 40만 달러(약 5억2000만원)를 빌려 테라를 매수했다가 투자금을 모두 날렸다. 버몬트주에 사는 한 화가는 아들의 대학 교육비로 마련해둔 2만 달러(약 2600만원)를 투자했다가 전액 손실을 봤다. 에스이시에 따르면 테라폼랩스의 한 직원은 2021년 9월 동료에게 “테라에서 일하는 건 음모론에 대한 내 믿음을 굳건하게 만든다”면서 “모든 거짓말들이 안락한 의자에 앉아 위스키를 홀짝이는 한 남자에게서 나왔다”고 말했다. ‘위스키를 홀짝이는 남자’는 권 대표를 지칭한다. 검찰은 권 대표를 증권 사기 등 8개 혐의로 기소하고 범죄인 인도를 추진 중이다.

김은형 선임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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