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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이슈 메타버스가 온다

유럽판 '망 사용료' 논쟁에서 메타버스가 도마 위에 오른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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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 "메타버스, 통신량 많이 유발하지 않아"
유럽 통신사 "메타버스 이용자, 데이터 전송량 40배"
한국일보

22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된 게임개발자콘퍼런스(GDC)에서 한 참석자가 메타 부스를 방문해 VR기기를 착용한 채 게임을 즐기고 있다. 샌프란시스코=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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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한국에서 거대 기술기업(빅 테크)에 '망 사용료'를 부과할 것인지를 두고 거세게 일었던 논쟁이 유럽으로 무대를 옮겨 본격화하고 있다. 이번엔 빅 테크의 대표주자로서 유럽 통신사들과 맞서고 있는 메타(옛 페이스북)가 불씨를 댕겼다. 특히 이 과정에서 메타가 미래 성장 동력으로 밀고 있는 메타버스가 통신망에 얼마나 큰 부담을 주는지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메타는 23일(현지시간) 케빈 샐바도리 네트워크담당 부사장과 브루노 센던 마틴 메타버스부문장 명의로 내놓은 입장문을 통해 "일부 유럽 통신사들이 제안한 콘텐츠 제공자에게 네트워크 비용을 부담하게 하겠다는 해법이 아니며 잘못된 가정에 기초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이하게도 메타는 이 입장문에서 "메타버스가 당분간 더 많은 네트워크 투자를 불러오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을 유난히 강조했다. ①유선 네트워크망은 빅 테크가 해저케이블 매설 등으로 충분히 이바지했고, ②메타버스를 구현하는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기기는 대부분 근거리 무선통신망(와이파이) 환경에서 구동되고 있기 때문에 결국 유선 네트워크망 투자만으로도 충분하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통신사가 트래픽 문제 삼자 메타버스 '스스로 깎아내린' 메타

한국일보

메타의 가상세계 플랫폼 '호라이즌 월드'에 공개된 파리 에펠탑과 바르셀로나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의 모습. 후진적 그래픽이라는 여론의 비판을 받았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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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메타버스의 등장으로 인해 통신량이 더 많아지고 있다"는 유럽 통신사들의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 메타가 내세운 논리다. 하지만 오히려 현재 메타가 추구하는 메타버스의 한계를 분명하게 드러낸 꼴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정보기술(IT) 전문 온라인매체 테크크런치는 "메타버스는 사실 메타의 '호라이즌 월드' 같은 VR 프로그램에 불과하고 어디서나 접속 가능한 메타버스는 먼 미래에나 실현 가능하다고 인정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메타가 개발한 VR 프로그램 호라이즌 월드는 구동에 필요한 통신량을 줄이기 위해 시각적 요소는 간단하게 표현했고 그 결과 이용자들로부터 지나치게 현실감이 없다는 비판을 받고 인기가 한 풀 꺾인 상태다.

한편 유럽통신사업자협회(ETNO)는 메타의 반응을 두고 "일반적인 메타버스 이용자는 다른 이용자 대비 40배의 트래픽(데이터 전송량)을 불러일으킨다"면서 "빅 테크는 유럽 네트워크망에 기대 사업을 하는 만큼 부족한 네트워크 투자에 충분히 이바지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유럽 통신사들과 뜻을 같이하고 있는 국내 통신사의 한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트래픽이 증가하자 넷플릭스가 유럽 네트워크망의 붕괴를 우려해 콘텐츠의 화질까지 낮췄던 사례가 있다"면서 "현재 유럽 통신망으론 트래픽을 감당할 수 없어 비용 부담 논쟁이 생긴 것을 고려하면 메타의 주장은 난센스"라고 지적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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