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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승자없는 '검수완박'… 한동훈, 시행령 개정으로 출구 찾나 [법조 인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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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수완박 유효' 헌재 결정 후폭풍
"절차 문제 있으나 입법효력 인정"
재판관 이념성향에 5대4로 갈려
11개월 만에 일단락…갈등 지속
후속책 중수청 논의도 쉽지 않아


파이낸셜뉴스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오른쪽)과 이선애 재판관이 지난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에 대한 권한쟁의심판 선고를 위해 대심판정으로 입장하고 있다. 사진=박범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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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으로 불리는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의 유효성을 인정하면서 위헌 논란은 11개월 만에 일단락됐으나 여진은 상당하다. "절차에 문제는 있으나 입법 효력은 인정한다"는 승자없는 결론에 따라 오히려 갈등과 혼란만 키운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검사 6명이 국회의장을 상대로 낸 권한쟁의 심판청구를 재판관 5 대 4 의견으로 각하했다. 입법을 주도한 더불어민주당은 '강공'으로 돌아섰다. 당장 한동훈 법무부 장관 탄핵설을 시작으로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치 등 문재인 정부 시절 시작한 '검찰개혁'을 마무리짓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이에 맞서 법무부와 검찰은 하위 시행령과 수사준칙 개정 등으로 검찰 수사권 확대에 나설 것으로 보여 갈등 봉합은 요원한 상황이다.

■물 건너간 '검수원복'

이번 헌재 판결을 두고 '모순된 결정이자 궤변'이라는 강도높은 비판까지 쏟아졌지만, 결론은 법무부와 검찰의 완패다. 국내 최고 헌법 해석 기관인 헌재가 검사 수사권의 헌법상 권한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법무부와 검찰 반발의 가장 중요한 토대가 무너졌다. 검찰은 그간 헌법 제12조 3항, 16조를 근거로 '검사의 수사권은 헌법상 권한'이라고 주장했다. 헌법 제12조 제3항과 제16조는 영장신청권을 검사로 한정하고 있는데 이러한 영장신청권 조항에 따라 '헌법상 검사의 수사권'이 도출된다는 취지다.

그러나 헌재는 "헌법상 검사의 영장신청권은 '헌법상 검사의 수사권'까지 논리 필연적으로 도출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행정부 내에서 수사·소추권의 구체적 조정·배분은 헌법사항이 아닌 입법사항이므로, 헌법이 수사권 및 소추권을 행정부 내의 특정 국가기관에 독점적으로 부여한 것이 아니라고도 했다.

결국 '검수완박' 법안이 유효성을 인정받으면서 법무부와 검찰로서는 쓸 수 있는 카드는 법안 틀 안에서 하위 시행령이나 검찰 수사준칙 개정 정도 밖에 남지 않았다.

특히 법조계 일각에서는 한 장관의 '시행령' 개정에 주목하고 있다. 앞서 한 장관은 수사 개시 규정 개정을 통해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 시동을 건 바 있다. 시행령은 국회의 동의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

헌재 판결 직후 한 장관이 "현재 법 체계 안에서 국민들이 '검수완박' 법으로 입게 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시행령을 개정했다"는 발언도 의미심장하다. 또 다른 시행령 개정으로 돌파구를 찾아낼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 가능해서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헌재가 '유효' 판단을 내린 이상 시행령 개정 외 현 상황에서 당장 '검수완박' 법에 대해 대응할 수 있는 마땅한 조치가 없을 것"이라며 "정치적 부담이 큰 만큼 이 법안에 대한 법리적 판단이 다시 한번 나올 가능성은 낮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검수완박' 입법 이후 후속대책으로 제시된 '한국형 FBI'인 중수청 논의도 쉽지 않다. 여야는 형사사법체계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를 지난해 7월 출범시켰으나 여야 갈등이 첨예해지면서 현재 '개점휴업' 상태다.

■정치성향 따라 '팽팽'

주요 쟁점에 대해 5 대 4로 팽팽하게 맞선 이번 헌재 판결은 재판관들의 정치적 성향이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법조계에서는 헌법재판소 재판관 9명 중 5명을 진보로, 나머지 4명을 중도, 보수로 분석한다. 진보 성향으로 분류되는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이석태, 김기영, 문형배 재판관은 이날 검수완박과 관련한 두 가지 청구 모두 '기각' 또는 '각하' 의견을 냈다. 지난 2019년 문재인 대통령이 지명한 이미선 재판관도 진보로 분류되는데 법사위원장의 가결선포행위에 대한 권한침해확인 청구에 대해 보수성향 재판관들과 함께 인용 의견을 내 '캐스팅보터' 역할을 했다. 그러나 나머지 청구에 대해서는 진보성향의 재판관들과 의견을 같이 했다.

이선애 재판관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지명으로 임명돼 보수로 바라보는 시각이 많다. 이종석·이영진 재판관도 보수 성향으로 분류된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임명한 이은애 재판관은 중도 성향으로 알려졌다. 4명의 재판관은 이날 국민의힘과 한 장관 및 검사들의 모든 청구에 대해 '인용' 의견을 제시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헌법 해석에 있어서 법리적인 판단 뿐 아니라 정치적인 성향이 개입되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라며 "이번 판단도 헌재 재판관 중 진보성향이 더 많은 것에 따른 결과"라고 했다.

yjjoe@fnnews.com 조윤주 정원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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