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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화성연쇄살인사건 범인 자백

[단독]"靑전기 끊을 준비하라" 민노총 받은 北지령 120개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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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등 주요 통치기관들에 대한 송전망체계 자료를 입수하여 이를 마비 하기 위한 준비 사업을 추진하라.”





2019년 1월 북한이 민주노총 조직쟁의국장 석모(구속)씨에게 보낸 지령문 내용이다. 이 지령문에는 “화성, 평택지역 군사기지, 화력발전소, LNG 저장시설, 항만 등 관련 비밀 자료 수집하여 유사시에 대비하라”는 지시도 담겼다.

국가정보원 등은 최근 압수수색에서 석씨 등을 통해 전달된 이같은 북측의 지령문 90여 건과 보고문 30여 건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과 경찰은 지난 1월 석씨를 포함해 구속된 민주노총 전·현직 간부 4명의 자택과 민주노총 본부 사무실 등을, 지난 24일 또 다른 민주노총 간부 2명의 사무실과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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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이 지난 1월 18일 오후 서울 중구 민주노총 서울 사무실 압수수색을 마친 후 압수물이 든 상자를 들고 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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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첩당국이 확보한 대북 통신문건에는 송전망 등 국가핵심 기반시설 관련 자료 수집을 명령하는 내용 외에도 ▶방사능 오염수 방류·일장기 화형식 등 반일 감정 자극 ▶진보당(옛 통합진보당) 장악과 원내정당화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지지 등의 내용이 담겼다.

북한은 또 반일감정 고조로 한일관계 파국을 조장하라는 지령도 여러 차례 보냈다. 북한은 2019년 7월 “일장기 화형식, 일본인 퇴출 운동, 대사관 및 영사관에 대한 기습시위 등을 비롯하여 파격적인 반일투쟁들도 적극적으로 벌여 일본 것들을 공포에 몰아넣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반일감정을 고조시키기 위한 활동을 전개하라”고 지시했다. 2019년 7월은 일본이 반도체 핵심 소재의 수출 규제에 나서는 등 무역 보복 여파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전개되는 등 반일감정이 끓어오르던 시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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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또 2021년 5월에는 “방사능 오염수 방류 문제를 걸고 반일민심을 부추겨 일본 것들을 극도로 자극하는 한편, 집권 세력을 압박해 이남당국과 일본 사이의 대립과 갈등을 되돌릴 수 없는 지경으로 몰아넣도록 조치하라”라며 반일 관련 이슈를 제기하라는 지시를 지속적으로 전달했다.

북한은 석씨 등에게 “진보당을 장악하라”는 지령을 내리고 진보당을 통한 원내 진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진보당은 2014년 정당해산심판으로 사라진 통합진보당의 후신이다. 검찰이 지난 15일 기소한 자주통일민중전위(자통) 사건에서도 같은 취지의 지령이 드러났었다. 북한은 자통 활동가들에게 “진보당은 대중의 관심을 끌고 그들의 심장을 틀어잡을 수 있는 대표 인물과 정책대안을 내놓지 못하고서는 그 어떤 부르주아 선거에서도 유의미한 성과를 거둘 수 없다”라며 진보당 침투를 주문했다.

지령문 등에 따르면, 북한은 민주노총 내부의 선거에도 관심을 보이며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의 당선을 도우라는 지령도 내렸다고 한다. 강경파인 양 위원장은 2020년 12월 민족해방(NL) 계열의 경기동부연합 출신으로는 처음 위원장에 선출됐다. 경기동부연합은 내란음모 혐의로 징역 9년 형을 받았다가 2021년 가석방된 이석기 전 통진당 의원이 속했던 단체다.

북한은 현 정부를 압박하라는 지령도 수차례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4월 17일에는 “각급 노조들을 발동해 윤석열 패들을 반대하는 투쟁 등을 적극적으로 벌이라”는 지령문을 보냈고, 6월 29일에는 “‘한·미 동맹은 전쟁동맹’ ‘평화파괴범 윤석열을 탄핵하자’ ‘남북 합의 이행’ 등의 구호를 들고 용산 대통령실과 정부청사, 윤석열 자택 주변에서 도로차단·포위행진·연좌시위들을 지속적으로 조직·전개하라”고 지시했다.

한편 석씨 등은 수차례 대북 보고문을 보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대한 결사옹위를 다짐하기도 했다. 지난해 4월 4일 발송한 대북 보고문에선 “위대한 김일성·김정일주의 사상은 인류의 단결과 연대, 평화를 앞당긴다”며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를 받들어 대를 이어 충성하자”고 했다. 앞서 1월 30일에는 “대를 이어 결사옹위하렵니다”라고 썼다.

방첩당국 관계자는 “자통이 경남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한 지하조직이라면 민주노총 전·현직 간부들은 노조 조직을 토대로 전국을 활동 무대로 삼았다”며 “지령문과 보고문 통해 드러난 조직은 빙산의 일각일 것”이라고 말했다.

국정원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민주노총 전·현직 간부 4명의 구속 사실을 알리며 “국가정보원과 경찰은 지난 1월 18일 이들 4명의 주거지·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여 약 100여건이 넘는 대북 통신문건을 찾아냈고, 문건 해독·분석 과정에서 국가보안법상 목적수행 간첩과 자진지원, 특수 잠입·탈출 및 회합, 편의제공 등 주요 범죄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를 상당 부분 확보했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또 “민주노총 핵심 간부가 연루된 중요사건에 대해 일각에서 ‘간첩단 조작’ ‘종북몰이’로 폄훼하며 여론을 호도하고 있고,

이들의 범죄사실 중 국가기밀 탐지·수집과 국가기간망 마비와 같은 공공의 안전에 급박한 위협이 될 수도 있는 내용도 있어, 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 언론에 영장 발부 사실을 공개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국가정보원과 경찰은 이들을 관련법 절차에 따라 구속수사하여 범죄 사실 전모를 규명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창훈·윤지원 기자 lee.changho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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