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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검은 과부’라 불리는 그녀들… 함께 밥 먹은 남성들 수억원 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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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40대로 추정되는 여성이 남성의 아파트에 들어가고 있다. 이 여성은 남성에게 약물을 탄 술을 먹인 뒤 1억3000만원에 달하는 현금을 훔쳐간 혐의를 받는다. /클라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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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에서 여성이 남성에게 약물을 탄 음료를 먹여 의식불명 상태를 만든 뒤 거액의 돈을 훔쳐가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했다. 현지 언론들은 이를 ‘검은 과부’(스페인어 Viuda negra, 영어 black widow) 사건으로 부르며 조명하고 있다. 이들을 검은 과부로 부르는 이유는 암컷 ‘검은과부거미’가 짝짓기 후에 수컷을 잡아먹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28일(현지 시각) C5N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피해 남성 A(61)씨는 지난 22일 데이트앱 ‘틴더’를 통해 40대로 추정되는 여성 B씨를 알게 됐다. A씨는 이날 오후 8시쯤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팔레르모에 있는 자신의 아파트에 B씨를 초대했다. 그리고 이때부터 B씨의 범행이 시작됐다.

A씨는 B씨와 아파트에서 저녁 식사를 했다. 이후 B씨가 가져온 와인을 마셨는데, 이때부터 의식을 잃었다. A씨가 깨어난 건 다음날인 23일 오전 10시. 12시간이 흐른 뒤였다. A씨는 심한 두통과 신체 통증을 느끼며 깨어났다. 겨우 뜬 눈 앞에 펼쳐진 건 엉망진창이 된 집이었다. 휴대전화는 온데간데없었고, 집에 보관해둔 10만달러(약 1억3000만원) 상당의 현금도 몽땅 사라진 상태였다. 아파트 CCTV에는 B씨가 A씨와 오후 8시쯤 함께 안으로 들어갔다가, 2시간 뒤인 오후 10시쯤 홀로 나오는 모습이 담겼다.

조선일보

40대로 추정되는 여성이 남성의 아파트에 들어가고 있다. 이 여성은 남성에게 약물을 탄 술을 먹인 뒤 1억3000만원에 달하는 현금을 훔쳐간 혐의를 받는다. /클라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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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의식을 되찾은 즉시 경찰에 신고했다. 조사 결과, B씨가 가져온 와인에서는 클로나제팜이라는 항경련제와 수면제가 검출됐다.

경찰은 B씨 신원을 파악하는 데 난항을 겪고 있다. B씨가 A씨 아파트 내부에 들어가기 직전까지 계속해서 검은색 마스크를 쓰고 있었기 때문이다. 경찰은 A씨 아파트 내부에 남아있는 컵과 담배꽁초 등에 남아있는 지문 분석을 통해 수사를 이어갈 예정이다. 또 공범 여부도 검토하고 있다.

A씨 아들은 “아버지가 현재 일부 기억상실을 겪고 있으며, 큰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B씨는 아버지에게 부동산 관련 정보를 알려주겠다며 접근했다. 같은 방식으로 사기를 당한 또 다른 피해자가 있을지 모른다”고 했다.

한편 이번 일은 지난 18일 비슷한 방식의 범행이 발생한 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발생했다. 범행 장소도 A씨 집에서 불과 네 블록 떨어진 곳이었다. 피해자는 젊은 외국인 관광객으로, 볼링장에서 여성 2명을 만나 자신의 숙소에 초대했다가 현금 등 귀중품을 몽땅 털렸다. 당시에도 여성 2명은 음료에 약물을 타는 방식으로 남성이 의식을 잃게 만든 뒤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경찰은 두 개의 범행 사이 연관성을 파악해 수사를 이어갈 계획이다.

[박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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