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자문위는 보고서에서 현행 국민연금 보험료율과 가입상한·수급연령을 모두 올려야 한다는 큰 원칙을 확인하는 데 그쳤다. 핵심 쟁점인 소득대체율과 보험료율의 구체적 수치는 빠졌다. 연금의 지속가능성과 소득보장성 중에 뭘 우선할지를 놓고 위원들이 대립했다고 한다. 지속가능성을 강조하는 이들은 인구 증가를 전제로 ‘조금 내고 많이 받게’ 설계된 국민연금의 소진 시점이 저출생·고령화 심화로 더 빨라질 수 있다고 본다. 현행 보험료율을 서둘러 올리고 소득대체율은 예정대로 2028년까지 40%로 낮추자는 입장이다. 반면 소득보장성을 강조하는 이들은 국민연금의 실질소득대체율(22.4%)이 법정소득대체율(40%)에 못 미치니 ‘더 내는 대신 더 많이 받게’ 개편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래세대의 부담과 최악인 노인빈곤율을 놓고 접점을 못 찾은 것이다. 지난달 국회 연금특위 여야 간사들이 더 내고, 더 받거나 덜 받는 모수개혁보다 기초연금·퇴직연금 등을 아우르는 구조개혁이 먼저라고 자문위에 의견을 낸 것도 이번 맹탕 보고서가 나오는 데 영향을 미쳤다.
윤석열표 연금개혁은 이제 국회와 별도로 개혁안을 논의해온 보건복지부가 주도하게 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복지부는 곧 국민연금 재정추계를 발표하고, 오는 10월쯤 개혁 초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총선을 불과 6개월 남겨놓은 시점에 정부안이 여야의 전반적 지지를 받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많다. 국민 설득도 관건이다. 젊은 세대는 국민연금을 덜 받더라도 덜 내는 쪽을 선호한다. 자칫하다가는 전 정부가 뭉갠 연금개혁이 윤석열 정부에서도 지지부진하게 생겼다.
국민들의 노후자금인 국민연금 적립기금은 2041년 적자가 되고, 2055년 소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군인·공무원 연금은 이미 기금이 바닥나 연간 수조원의 세금으로 메우고 있고, 사학연금도 곧 고갈에 직면한다. 지지율이나 정략보다 미래를 준비하는 정부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진통이 따르겠으나 국민 합의를 이루는 노력도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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