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 직후 뇌출혈로 쓰러진 간호사

수술받지 못한 7시간‥

과연…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뉴딥>

지난해 7월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A씨는

출근 직후 뇌출혈로 쓰러졌습니다.

근로복지공단은 최근 A씨의 뇌출혈을

업무상 질병, 산업재해로 인정했습니다.

병원은 과로 등은 없었다는 입장이었지만,

유족이 제출한 여러 자료들이 근거가 됐습니다.

A씨 유족

[장례식을 치르고 그리고 유품 정리를 위해서 집을 방문을 했었는데 그때 문을 딱 열고 봤던 그 광경이 식탁에 병원 업무 서류들이 막 쌓여 있었어요.]

당시 병원은

국가에서 하는 의료기관 평가를 앞두고 있었는데요.

집에서도 이 평가를 준비하는 등

일을 했다는 사실이 인정된 겁니다.

A씨 유족

[노트북을 닫지도 못하고 놓여 있었고 그 옆에 이제 먹다 남은 음식들이 있더라고요. 그게 마지막 모습이었거든요.]

근로복지공단은

공식적인 업무시간은 과로라고 인정할 만큼은 아니었지만,

실제 업무시간은 더 길 걸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또 여러 정황을 살펴봤을 때,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도 많았을 거라고 판단했습니다.

#산재 인정받으면 끝?…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수술받지 못한 7시간

A씨가 산재를 인정받은건 다행이지만,

쓰러진 당시 상황을 돌이켜보면

여전히 아쉬움이 많습니다.

A씨는 근무지인 병원에서 뇌출혈로 쓰러졌지만,

그곳에서 수술을 받지 못했습니다.

서울아산병원은 뇌졸중 적정성 평가 1등급 병원인데요.

원래는 두개골을 여는 수술을 할 수 있는 의사가 2명 있지만,

당일에는 모두 휴가 등으로 자리를 비웠습니다.

A씨는 수술할 의사가 없어 빨리 수술받지 못했고,

7시간 정도 지난 후에야

다른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숨졌습니다.

A씨 유족

[7시간 반 동안은 진짜 피가 말랐어 화가 치밀어 오르는데. 의료진을 원망하고 싶지는 않아요. 책임을 다 하는 거니까. 근데 다만 백업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은 거는 문제가 있다고 보거든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이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복지부 장관이 직접 나서 이 병원,

다시 조사해보겠다고 했습니다.

[조규홍/보건복지부 장관 (지난해 10월) : 저희와 노동부, 그다음에 수사기관의 협조를 통한 진상규명 또 이를 위한 자료확보가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저희가 취재해보니,

장관이 이 발언을 한 직후

복지부 차원에서 병원을 다시 조사했습니다. (지난해 10월)

하지만 또다시

A씨의 진료 과정, 그러니까 수술받지 못한 7시간 등에는

문제가 없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A씨의 진료 기록을 열람해본 병원 직원들에 대해서만

의료법 위반이라고 판단했는데요.

장관이 말했던 것처럼

노동부나 수사기관과 협업한 진상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서울아산병원은 A씨의 사망 이후

개두술을 할 수 있는 의사를 더 채용했다고 밝혔는데요.

하지만 누구보다 병원을 자랑스럽게 여겼던

13년 차 간호사이자,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이었던 A씨는

다시 돌아올 수 없습니다.

A씨 유족

[누나 죽음이 그냥 무의미하게 끝나는 걸 원치 않았었어요. (의료인들의) 근로환경이 개선되는 데 계기가 되기를… 지금까지 병원은 공식적인 어떤 입장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병원에 진심어린 사과를 좀 기다리고 있고…]

연장 근무는 일상인 간호사들의 업무환경,

신경외과 같은 필수 의료 인력의 부족‥

이런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는 이상

A씨 같은 안타까운 죽음은 언제든 또 반복될 수 있습니다.

또 A씨가 13년간 몸담았던 병원 역시

책임감 있는 태도를 보여야 할 겁니다.

조보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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