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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선거제 개혁

김진표 “선거제, 이제 협상의 시간…다음달 중순 단일안 결의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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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선거제 개편, 이번이 기회다

④김진표 국회의장 인터뷰


한겨레

김진표 국회의장이 14일 오전 국회의장 집무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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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표 국회의장은 지난 10~13일 열린 국회 전원위원회(전원위)의 국회의원 선거제 개편 토론에 대해 “의원들의 자성의 목소리에서 정치개혁의 희망을 봤다”고 평가하고, “선거제 개편을 빠르면 5월 말, 늦어도 상반기 안에 끝내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국회 전원위가 열린 것은 2003~2004년 이라크 파병 및 연장 논의 뒤 19년 만으로, 김 의장의 제안에 따라 전원위가 꾸려져 여야 의원 100명이 나흘간 국회 본회의장에서 △지역구 선거제도 방식 △비례대표 선출 방식 △국회의원 정수 확대 여부 등을 놓고 토론을 벌였다.

김 의장은 전원위 토론 종료 이튿날인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국회의장 집무실에서 한 <한겨레> 인터뷰에서 “이제 토론의 시간은 지나고 협상의 시간”이라고 강조했다. 김 의장은 “선거제 개편을 통해 협치의 제도화가 안 되면 대화와 타협의 정치는 있을 수 없다”며 “승자독식, 지역주의, 진영정치를 청산하기 위한 선거제 개편에 여야 지도부,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들, ‘초당적 정치개혁 의원모임’ 의원들이 나서서 뜻을 모아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저도 여야 지도부와 수시로 소통하며 선거제 개혁이 잘 마무리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전원위원회 나흘 토론을 어떻게 평가하나?

“전원위의 가장 큰 소득은 여야를 초월해 비례성과 대표성을 높이고, 지역소멸에 대응하며, 지역주의를 완화하는 선거제 개편을 해내야 한다는 공감대를 이뤘다는 것이다. 예상과 달리 여러 의원이 당파에 구애받지 않고 평소 자신의 소신을 담담하게 설명했다. 국민 전체를 위한 정치가 아닌, 자기 진영의 지지자들만 결집시키는 극한 대립의 정치 행태에 대한 반성과 정치인으로서의 자괴감 등을 언급한 의원들이 많았던 것 같다. 국민들 앞에서 의원 개개인이 진솔한 사과와 반성을 하는 모습에서 정치개혁의 가능성과 희망을 봤다. 특히 진영을 초월해 중대선거구제, 권역별 비례대표제 등에 대해 공감대를 확인한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토론자는 누구인가?

“이탄희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자신의 의견대로 안 돼도 좋으니 선거제의 대표성·비례성을 좀 더 높이고 다양한 국민들의 정치 의사가 반영될 수 있는 방법이라면 어떤 것이든 하겠다고 설득력 있는 목소리를 내줬다. 지방의 인구소멸 위기와 대표성 확보 문제를 지적한 강원도 지역구 이양수 의원(국민의힘)도 기억에 남는다. 선거구제 개편 때 인구 기준만이 아닌 영국·캐나다에서 시행하는 (선거구) 면적 가중치를 두는 방안도 대안으로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전원위는 남는 것 없는 말잔치로 실패했다”(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는 평가도 있다

“회의 집중도가 떨어지는 등 아쉬운 부분도 있었지만,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는 법이다. 지금까지의 선거법과 같은 정치개혁 협상은 국회의원 다수의 의견은 배제된 채 당 지도부의 몇몇 사람이 당면한 선거에서 이기기 위한 전략 싸움으로 진행됐었다. 국민 아무도 모르는 밀실에서 이런 작업이 이뤄지다 보니 위성정당 논란 같은 끔찍한 현상까지 벌어진 거다. 내가 전원위를 생각했던 것은, 다소 백가쟁명식 의견 개진이 되더라도 각 당의 지도부가 의원 한명, 한명의 생각을 충분히 알고 의견을 수렴해 협상에 임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기 위함이었다.”

―향후 선거제 개편 논의 과정은

“전원위에서 100명이 의견을 표출했으면, 양당 전원위, 정개특위 간사들과 각 당 지도부 등이 실질적으로 참여하는 합의절차가 반드시 필요하다. 어떤 방식이든 합의안 도출을 위한 전원위 소위원회나 워킹그룹은 만들어질 것이다. 전원위 논의 결과와 정개특위에서 진행하는 공론화 조사 등을 고려해 전원위 단일안을 5월 중순까지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하는 게 목표다. 이를 국회 정개특위에 넘기면 정개특위에서 선거제 개편과 선거구 획정 작업을 함께 협의해서 5월 말, 늦어도 올 상반기 내에는 끝내는 게 좋겠다. 더 늦어지면 현역 의원이 아닌 정치 신인들은 선거제, 선거구가 어떻게 될지도 모른 채 내년 4월 총선 준비를 제대로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전원위 토론을 한 차례 더 할 계획은?

“토론의 시간은 지났고, 이제부턴 협상의 시간이 남았다. 이소영 민주당 의원이 ‘(전원위를 통해) 여야 의원들이 대체로 지지하는 선거제도에 관한 공감대가 형성된 상황에서 단일한 (선거법) 수정안을 못 만들면 이건 의회의 무능을 국민에게 스스로 고백하는 것’이라고 했는데, 공감이 간다. 쇠도 달궈졌을 때 두드리라고 하지 않나. 또한 선거제는 복잡해서, 미루면 다 잊어 버린다. 선거제 개편에 대한 의견들이 다양한 경로로 표출되는 이때 마무리지어야 한다.”

―의장님은 지난달 21일 정책설명회에서 ‘지역구 10석 축소+비례대표 20석 확대’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전원위에서는 반대로 현재 300석인 의원 정수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들도 많이 나왔다.

“선거 결과의 비례성·대표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이론적으로 (현재 47석인) 비례대표 정수 확대가 필요하나, 국회에 대한 불신이 심각한 상황에서 의원 총정수를 늘리는 방법으로 비례 의석수를 늘리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의원 정수를 늘리지 않고 비례대표를 늘리는 방법도 있다. 예를 들어 도농복합선거제를 도입할 경우, 중대선거구 획정 과정에서 지역구 수를 줄여 비례대표 숫자를 늘리는 방법도 있을 수 있다. 이런 내용도 전원위 수정 결의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추가로 논의될 것으로 기대한다.”

―국민들은 특히 비례대표에 대한 거부감이 큰 걸로 보이고, 전원위에서는 ‘비례대표 폐지’ 주장도 나왔다.

“현재 우리나라 비례대표제는 사실상 ‘양당 진영정치의 핵심 전사’를 확보하는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많다. 또 정당들이 밀실에서 비례대표 명부와 순위를 정하다 보니, 제도 자체에 대한 국민 신뢰도 부족하다. 하지만 비례대표제는 지역구 의원만으로 대표되지 않는 사회의 다양성과 전문성을 확보해 의정의 질을 높이기 위한 제도다. 표심을 비례대표 의석 배분에 그대로 반영하기 때문에 비례성도 높일 수 있어 지역구 선거의 보완재 역할을 한다. 비례대표제를 폐지하자는 것은 마치 팔에 종기가 났다고 종기를 치료할 생각은 안 하고 팔을 자르라는 것과 같은 과격한 주장이어서 국민적 공감대를 얻기는 어려울 것이다. 비례대표제의 신뢰성 확보를 위해 국민이 직접 선호하는 후보에게 투표하는 개방형 명부제 도입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지금처럼 전국 단위가 아닌 권역 단위로 비례대표를 선출하는 권역별 비례대표제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지난 총선에서 비례대표 의석수를 지역구 의석수와 정당 득표율에 일부 연동하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면서, 비례대표 의석을 노린 거대 양당의 ‘위성정당’이 출현했다. 이를 막을 방법은?

“병립형 비례대표제(지역구 의석수와 비례대표 의석을 독립적으로 계산하는 방식)로 다시 돌아가면 위성정당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비례성이 높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주장하는 분들은 병립형으로 돌아가지 않더라도 몇가지 보완 장치를 둬서 위성정당 출현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거대 양당이 ‘위성정당을 만들지 않겠다’고 정치적으로 선언하면, 이를 어겼을 때 국민들로부터 심판을 받을 것인 만큼 위성정당 방지가 가능하지 않겠냐는 희망적 의견도 있다. 방법은 달라도 여야 모두 위성정당은 안 된다는 결론에는 동의했다.”

―거대 양당의 극단화된 대결정치를 선거제 개편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보나? 국민들은 제도보다는 정치 문화 측면을 지적하는 것 같다.

“선거법 개정을 통해 협치의 제도화가 된다고 해서 100% 대화와 타협의 정치가 가능하다는 것은 논리의 비약이다. 그러나 분명한 건 선거제 개편을 통한 협치의 제도화가 전제되지 않으면 결코 대화와 타협의 정치가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지난 30년간 해보지 않았나. 국회의원 한 사람, 한 사람을 만나보면 훌륭한 식견과 태도를 갖고 있는 분들이 많다. 그러나 한표라도 이기면 당선되는 승자독식 시스템 하에서 각 정당은 국회를 지지층 결집의 선전장으로 쓰고, 공천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국회의원은 진영정치, 팬덤정치의 노예가 될 수밖에 없다. 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협치의 제도화가 필요한 거다. 그 틀 속에서 국민들이 좋은 정치인을 선택할 때 우리 정치문화는 개선될 수 있다.”

―선거제 개편은 결국 권력구조 개편 등 개헌과 연결되지 않나

“현행 헌법은 개정한 지 40년 가까이 돼 지금 ‘우리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억지로 껴 입고 있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많다. 문제는 그동안 거의 모든 헌법 조문에 대해 개진된 다양한 의견들을 모두 다루려다 보면 또 개헌이 안 될 것이라는 걱정들이 있다. 전략적으로 보면, 이제는 어떤 내용을 담을 것인지 국민 다수가 동의하는 최소한의 합의 내용만이라도 모아서 개헌을 했으면 좋겠다. 예를 들어, 아직은 국민들이 대통령제를 선호하니, 문제가 지적되는 5년 단임제를 4년 중임제로 바꾼다든가, 국무총리를 대통령이 추천하고 국회가 선출하도록 해서 헌법이 부여한 권한을 행사하게 만드는 방안 등에 대해선 공감대가 많은 것 같다. 그밖에 국회의원의 불체포 특권 폐지,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 등도 여야가 합의한다면 개헌할 수 있다. 이렇게 개헌을 한 번 해봐야 다음 번에도 새로운 시대적 환경에 맞춰 합리적으로 헌법을 고쳐나갈 수 있을 것 같다.”

―내년 상반기까지 남은 국회의장 임기 중 개헌을 시도할 뜻이 있나?

“각 정당이 개헌에 굉장히 신중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국민투표 때문이다. 국민 전체가 선거를 하는 내년 총선 때 함께 하는 것도 방법이니 그때를 목표로 여야 어느 쪽에도 선거에서 유·불리가 나뉘지 않는다고 판단되는 합의안을 갖고 개헌을 하자는 생각이다. 새로운 헌법의 틀에서 새로운 국회를 구성한다면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이 좀더 나은 책임정치를 할 수 있지 않겠나.” <시리즈 끝>

황준범 정치부장 jaybee@hani.co.kr, 선담은 기자 s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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