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05 (목)

이슈 불법촬영 등 젠더 폭력

과다한 보복에… ‘스토킹 처벌법’ 적용받는 층간소음 분쟁 늘었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조선일보

법원 문장./조선일보DB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웃간 층간소음 분쟁이 스토커로 이어져 처벌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단순 층간소음 분쟁은 경범죄처벌법 대상으로 1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등의 처벌에 그치지만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스토킹 처벌법) 적용을 받을 경우 3년 혹은 5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 처분을 받게 된다.

17일 부산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법 서부지원 형사2단독 백광균 판사는 최근 층간소음 분쟁 중 한 행위 탓에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경범죄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60대 A씨에게 징역 1년 6개월과 벌금 10만원 등을 선고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평소 층간 소음 문제로 위층 주민 B씨 부부(60대)와 다투어 오다 2021년 11월부터 5개월여간 새벽 시간대에 양말로 감싸 만든 고무망치로 집 천장·벽면을 치거나 고성능 스피커로 굉음을 내는 등 수법으로 140차례에 걸쳐 B씨 부부를 괴롭힌 혐의를 받고 있다.

B씨 부부는 재판에서 “화장실에서 손을 씻거나 물만 내려도 화장실 바닥이 (고무망치 소리에) 쿵쿵 울렸고 이 바람에 잠을 못 자 불안과 신경과민에 시달려 직장을 잃었다”며 “건강하던 아내의 몸무게가 38㎏까지 준 적도 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A씨가 피해자 부부의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만큼 악의적으로 끊임없이 소음을 일으킨 행동은 스토킹 처벌법에 해당한다”며 이같이 판결했다.

종전 단순 층간소음 분쟁은 대개 경범죄처벌법으로 처벌됐다. 대상자는 불안감 조성, 인근 소란 등, 장난전화 등, 지속적 괴롭힘 등의 조항을 적용, 벌금 10만원이나 구류·과료 등의 부과 처분을 받았다.

물론, 분쟁 중 폭행이나 상해 등이 있었다면 폭행 등 관련 법률이 적용돼 처벌된다. 그러나 지난 2021년 10월 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되면서 심각한 층간분쟁 사건의 경우 이 법을 적용해 엄중 처벌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부산의 국제법무법인 조성제 변호사는 “스토킹처벌법은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행위로 상대방에게 불안감이나 공포감을 심어줄 경우, 최고 징역 3년이나 5년 혹은 3000만원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 처분을 할 수 있도록 돼 있다”며 “처벌이 중하므로 층간소음 분쟁 때는 당사자들이 서로 찾아가거나 전화·문자 등을 할 때 유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걍원도 춘천에 사는 40대 C씨가 층간소음 분쟁과 관련,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가 징역 1년에 40시간 스토킹 치료 프로그램 이수 명령 처분을 받고 법정구속된 사례도 있다.

C씨는 지난 2021년 10월 말과 11월 초 층간 소음 문제로 갈등을 빚던 40대 D씨의 이사 간 아파트 단지 놀이터 등에 두 차례 찾아가 D씨를 기다리고, D씨 자녀에게 ‘네 엄마, 아빠 불러’라고 말하는 등의 스토킹을 한 혐의를 받았다.

C씨의 윗집에 살던 D씨는 층간 소음이 난다는 이유로 C씨가 새벽 등 시간대를 가리지 않고 찾아와 출입문을 거세게 두드리며 항의하자 두려움을 느껴 지난 2020년 4월 다른 아파트로 이사했다. C씨는 그로부터 1년 6개월여이 지났는데도 D씨를 찾아와 따지려 들다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춘천지법 재판부는 “층간 소음 항의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고 이사 간 새로운 거주지까지 찾아가 층간 소음에 관한 해명을 듣고자 했다는 피고인의 동기를 정당한 이유라고 평가하기 어렵고 피해자들의 정신적 고통과 불안감이 컸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7일엔 대구에 거주하는 60대 E씨가 아파트 층간 소음 불만에 위층 집을 반복적으로 찾아가 스토킹처벌법을 위반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대구지법으로부터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다. E씨는 지난해 3월 아파트 위층 주민 F씨가 층간소음을 내는 데 앙심을 품고 그의 집 현관문 앞에서 1시간가량 초인종을 여러 차례 누르고 현관문을 두드리거나 발로 차며 고함을 지르는 등 8차례에 걸쳐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킨 혐의를 받았다.

이달 초 인천지법은 스토킹 처벌법 위반과 협박 혐의로 기소된 G(67)씨에게 벌금 500만원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G씨는 지난 2021년 12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인천시 미추홀구 한 공동주택에 살면서 평소 “H씨 집에서 층간소음이 심하게 난다”며 자주 항의하고 집 앞에 찾아가 초인종을 누르거나 반복해서 휴대전화로 연락하는가 하면 협박 문자를 보낸 혐의를 받고 있다.

이밖에 지난해 12월 대전지법과 창원지법에서도 우퍼 스피커를 천장에 설치한 뒤 3개월여간 10차례에 걸쳐 발걸음 소리나 의자 끄는 소리 등 생활소음이 섞인 12시간짜리 음향과 데스메탈·귀신 소리가 나오는 음악 등을 윗집을 향해 송출하거나, 분쟁 상대방을 비방하는 내용의 문서를 아파트 엘리베이터 벽면·아파트 통로에 3차례 부착한 층간소음 분쟁자들에 대해 벌금 700만~200만을 선고하기도 했다.

[박주영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