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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고령사회로 접어든 대한민국

오너드라이버도 고령화, 자동차 마케팅이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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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임원 출신의 퇴직자 김모(62)씨는 최근 자동차 구입을 고민 중이다. 그는 경기도 가평의 전원주택과 서울 강동구 자택을 자주 오갈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원한다. 반면 그의 부인은 주차 편의 등을 위해 중형 세단 구입을 희망한다. 전기차로 살지, 하이브리드차로 살지도 고민이다. 수년간 몰던 대형 세단은 연료비 등을 감안, 중고차로 처분할 생각이다.

김씨는 “십여년 전만 해도 나 같은 은퇴자나 은퇴가 임박한 사람이 새 차를 사는 건 꺼렸던 분위기가 분명히 있었지만, 지금은 세상이 많이 달라진 거 같다”며 “지금 구입해도 앞으로 10년은 직접 운전하며 탈 것이라 생각하고, 꼼꼼히 차를 고르고 있다”고 14일 말했다.

중앙일보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최근 60대 이상 인구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완성차 업계에선 ‘시니어 운전자’ 공략이 숙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날 국토교통부 자동차 등록통계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개인등록 자동차(법인 및 사업자 제외) 2184만여 대 중 60대 이상이 차주인 차량은 31.6%(690만7857대)로 집계됐다. 60대 이상 차주의 등록 차량 비중은 지난 2018년 12월 23.8%에서 꾸준히 증가해왔다.

완성차 업체들도 이런 시장 구조 변화에 대한 대응에 착수했다. 기아는 최근 차량 구매자를 대상으로 한 차량별, 연령별 고객 정보 분석을 강화하고 있다. 그동안은 차량 구매자와 실제 이 차를 타는 사람이 다른 경우가 많아 자동차 업계는 다른 업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련 분석을 등한시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는 완성차 업체들이 전통적으로 세대별 세세한 공략 보다는 전 세대를 아우르는 마케팅에 집중해온 이유이기도 하다. 기아 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중형 이하 차급에도 50·60대 이상 구매자의 유입이 꾸준히 늘고 있다”며 “‘준중형=젊은층’ ‘대형=중장년’식의 단순한 등식은 이제 유효하지 않다”고 말했다.

인구구조 변화로 인한 시장 변화는 일본도 마찬가지다. 현대자동차 장재훈 사장은 과거 일본 재진출을 준비하며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일본 시장에 대해 “65세 이상 인구가 한국의 두 배인데 구매력이 높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에 더해 일본을 고령화 시대에 접어드는 한국 시장의 벤치마크로 삼아 소비 동향을 파악, 국내 마케팅에 활용한다는 계획도 밝혔었다. 실제 현대차는 7세대 아반떼(올 뉴 아반떼)를 출시할 당시 ‘세상 달라졌다’ 마케팅 시리즈에 시니어 여성 모델을 투입한 바 있다. 또 최근 출시한 7세대 그랜저와 아이오닉5, N 비전 74 등에 레트로풍의 디자인 요소를 일부 반영한 것도 시니어들의 향수를 자극하기 위해서다.

완성차 업체들은 최근 시니어 운전자에 맞춰 차량 자체의 안전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최근 경차를 포함한 전 차종에 ADAS(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를 적용한 것도 이 때문이다. 메르세데스-벤츠 역시 비교적 하위 차급인 C300 AMG 라인 등에 첨단 주행 보조 시스템인 ‘드라이빙 어시스턴스 플러스’ 같은 다양한 안전사양을 대거 입혔다. 젊은 운전자는 물론 시니어도 편하게 운전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것이다.

물론 시니어 운전자가 늘어나는 만큼 교통안전과 관련한 우려도 꾸준히 부각되고 있다. 이와 관련 현대차그룹은 시니어 교통안전교육을 위한 ‘교통안전 베테랑 교실’을 운영 중이다.

이수기 기자 lee.sook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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