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한 해 105만명의 인구가 늘어난 나라, 그중 96%가 외국인인 나라, 고급 인력인 엔지니어와 창업가 10명 중 3~4명이 이민자인 나라. 전체 인구 대비 이민율이 20%가 넘는 전 세계 1위 이민강국 캐나다의 현주소다.
캐나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캐나다 인구는 3957만명으로 전년보다 105만명 늘었다. 증가율 2.7%로 주요 7개국(G7) 중 가장 가파르다. 캐나다 역시 저출산 위기를 피하지 못하고 2020년 합계출산율이 1.41명, 2021년 1.43명으로 사상 최저 수준을 기록한 것을 감안하면 놀라운 증가율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중 96%가 이민자라는 것이다. 작년 한 해 중단기 체류 임시 이민자는 60만7782명, 영주권 발급자는 43만7180명 증가했다. 전 세계가 저출산에 따른 인구 감소로 신음하는 가운데 캐나다는 해외 고급 인력에게 영주권을 적극 제공하는 '패스트트랙' 이민정책으로 인구절벽과 저성장 위기에 맞서고 있다. 실제로 캐나다는 지난해 코로나 팬데믹의 와중에서도 선진국 가운데는 비교적 높은 3.4%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인력난 해소를 위해 값싼 저숙련 이민자들을 유치하던 캐나다는 1970년대 본격화된 다문화주의 이민정책을 거쳐 고숙련 인력 유치에 집중하는 전략으로 전환하면서 전 세계 고급 인력을 빨아들이고 있다. 특히 반도체 등 첨단산업 패권 경쟁으로 전 세계가 정보기술(IT) 인력 쟁탈전을 벌이는 가운데 캐나다 엔지니어의 41%가 이민자들이다. 성장동력이 될 창업가(33%), 기초과학의 근간인 물리학자들(36%)도 이민자가 대세다. 같은 영어권인 인도 출신이 전체 이민자의 30%에 육박하긴 하지만 유럽과 중동 등지의 이민자들도 늘어나고 있다.
무엇보다 매년 이민자의 절반 가까이가 영주권자로서 캐나다 경제, 사회에 기여하는 정주형 이민자들의 비중이 높다. 국내 체류 외국인 중 영주(F-5) 비자 소지자가 7% 수준에 불과한 한국과는 대조적이다. 오타와 소재 칼턴대학교 로라 마도코로 교수는 "상이한 문화가 한데 모여 오히려 캐나다 사회를 끊임없이 성장시킨다는 게 지난 수십 년간 캐나다 사회가 발전시켜 온 인식"이라고 말했다.
[오타와·토론토(캐나다) 안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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