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0 (토)

16년전 한동훈 집 산 일반인 정보까지 유출... MBC 압수수색의 전말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조선일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 회의에 참석하기 전 한 장관의 개인정보 유출 의혹 관련 압수수색 등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022년 4월경 유튜브 채널 열린공감TV(현 더탐사)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주택 매매 관련 의혹을 제기했다. ‘한 장관이 2007년 일반인 백모 씨에게 아파트를 팔았는데, 각종 공문서에는 한 장관이 2013년까지 이 아파트에 거주했다고 기재했다’는 내용이었고, 백씨까지 찾아가 과정을 캐물었다. 이렇다 할 부정의 단서도 없었다.

하지만 개인의 16년 전 아파트 거래 정보가 어떻게 유튜버의 손에 들어갔을까. 경찰은 이 과정에서 국회에 제출된 자료가 통째로 MBC 기자를 거쳐 친민주당 유튜버에게 불법 전달된 정황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것이 이번 MBC 압수수색의 배경이다.

친민주당 진영은 압수수색을 ‘언론자유 훼손’이라 주장한다. 하지만 ‘MBC 기자가 입수한 정보를 MBC가 보도한 것도 아니고, 정파적 성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내 온 유튜버에게 전달한 것이 언론 자유와 무슨 관계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 사건 수사는 한 장관과는 별다른 관계가 없는 김민석 서울 강서구의원(무소속)으로부터 시작됐다.

31일 조선닷컴 취재를 종합하면, 김 구의원은 지난 4월 10일 한 장관의 개인정보를 담은 문건 등을 유출한 혐의(개인정보보호법 위반)로 서모 씨를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고발했다. ‘서 씨가 불법적으로 취득한 정보를 가지고 있다’는 게 고발의 요지였다. 서씨가 김 구의원과 만난 자리에서 “의정 활동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USB에 담은 자료를 건넸는데, 그게 모두 불법 자료였다는 것이다.

자료에는 한 장관과 그의 가족의 개인정보가 모두 담긴 주민등록초본, 부동산 매매 계약서, 출처를 알 수 없는 각종 녹취록, 김건희 여사와 서울의소리 기자 간 문자 내용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자료는 스캔본이 아닌, 사진으로 찍어 누군가가 보내준 형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주민등록초본은 법무부에서 발급된 자료였다. ‘용도: 국회 인사청문회 자료’ 같은 문구도 있었다고 한다. 인사청문회가 열리면 청문회 당사자의 가족 관계와 재산 현황 등을 파악하기 위해 청문회 담당 의원들은 주민등록등본 등 개인정보에 관한 자료 발급을 법무부에 요구할 수 있다. 인사청문회법 제18조에 따르면 인사청문위원은 임명동의안 등의 심사 또는 인사청문을 통하여 알게 된 비밀을 정당한 사유 없이 누설해선 안 된다.

조선일보

김민석 서울시 강서구의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김 구의원이 서 씨로부터 이 자료를 받게 된 계기는 서 씨가 김 구의원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의 댓글을 지속적으로 달자 김 구의원이 이를 지난 3월 고소하면서다. 서 씨는 지난 4월 7일 오후 서울 샛강역 인근 스타벅스에서 김 구의원과 만나 그를 회유하면서 “의정 활동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자신의 하드디스크에서 김 구의원의 USB에 자료를 담아 건넸다고 한다.

김 구의원은 자료를 확인한 뒤 불법적으로 취득한 자료라는 생각이 들어 서 씨를 고발했다고 한다. 김 구의원은 고발장에서 “서 씨가 민주당 측과 일을 했었다고 말했다”며 “철저하게 수사하고 자료 출처를 파악해 피고발인과 (원)출처자 또한 강력히 처벌해달라”고 했다.

고발장을 접수한 경찰은 해당 사건을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에 배당해 수사를 진행했다. 경찰은 이 자료가 한 장관 인사청문회 당시 국회에 제출됐다가 외부로 새어나갔고, MBC 임모 기자를 거쳐 서씨에게까지 넘어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은 30일 임 기자의 자택, 차량 등을 압수수색해 임 기자의 휴대전화를 압수하는 등 관련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임 기자가 소속된 MBC 부서 사무실을 상대로도 압수수색을 시도해 MBC 노조와 대치했고, MBC 관계자와 함께 임 기자 자리에 압수대상물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돌아갔다고 한다. 경찰은 또 한 장관 개인정보가 유출된 경로를 파악하기 위해 국회사무처 의안과에 수사관들을 보내 지난해 4월 인사청문회 당시 국회에 제출된 자료들을 확인했다.

경찰에 따르면 임 기자는 지난해 4월 한 장관 인사청문회 당시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던 한 장관의 아파트 매도 관련 정보 등을 열린공감TV 측에 전달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열린공감TV 측은 2007년 한 장관으로부터 삼성동 S아파트를 구입한 백 씨를 찾아 한 장관과의 관계를 캐물으면서 ‘양도세 탈루’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백씨 측은 지난해 4월 서울 마포경찰서에 열린공감TV 측 인사를 고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한 장관은 30일 기자들과 만나 “(지난해에) 15년 전 저한테 주택을 산 분의 인적 사항을 모 유튜브에서 (알아내) 그분을 계속 찾아가서 괴롭혔다며 항의를 들었다. 당시 저도 모르는 인적 사항을 어떻게 알았을까 의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누군가를 해코지하기 위해 개인정보를 유포하고 악용했는데 그냥 넘어가면 안 된다”며 “불법적인 정보를 유포하고 악용하면 안 된다는 것은 누구나 동의할 것이다. 그게 언론계의 상례라든가 일반적인 일은 아니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혜진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