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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5 (금)

이슈 공식 출범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검사들의 무덤’ 오명 쓴 공수처…“운영 시스템 바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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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여간 사건 6185건 중 3건 재판에 넘겨
“검사 임용 제도 ‘투트랙’ 검토 필요”


매일경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자료=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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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1부 소속 최진홍 검사(사법연수원 39기)가 최근 공수처를 떠나기로 결정하면서, 최 검사를 포함한 ‘공수처 1기’(출범 시 첫 임용) 검사 13명 중 4명만 남게 됐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는 2021년 1월 출범 이후 지금까지 검사 정원 25명을 단 한 번도 채운 적이 없다. 현재 남아 있는 검사는 총 19명이다. 공수처 검사 임기는 3년이고, 3번 연임해 최대 12년간 일할 수 있지만 첫 임기를 마치기 전 70%가 떠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이렇게 검사들이 발을 들이면 검사 조직을 떠나버린다고 해 공수처는 ‘검사들의 무덤’이라는 오명(汚名)까지 쓰고 있다.

왜 공수처는 이런 기관으로 전락한 걸까. 우선 공수처의 탄생 배경을 살펴보면, 1996년 검찰 개혁 일환으로 공수처 설치가 최초로 논의됐다. 2017년 9월 18일, 문재인 정부의 핵심 국정 과제로 꼽혔던 공수처 설치가 법무부 법무·검찰개혁위원회에서 구체적인 공수처 설치 방안을 발표하면서 본격 가동됐다. 위원회는 박상기 법무부 장관에게 설치를 권고했다. 또 검사 50명, 수사관 70명을 포함 수사 인원만 최대 122명으로 하라는 내용을 발표했는데, 여기서 검사 50명은 검사인원 기준 전국 최대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에서 부패범죄 등 특별수사를 맡는 3차장 산하 검사 60명과 비슷한 규모였다.

하지만 일각에서 공수처가 너무 과도한 권한을 가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자, 법무부가 이러한 우려를 받아들여 검사 최대 25명, 수사관 최대 30명으로 절반 이상 줄였다. 이것이 현재 공수처 검사 수가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 1~3부를 합친 것보다 적어진 원인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수처는 국회의원 등 고위공직자로 재직했던 7000여명뿐만 아니라 그 가족이 범한 범죄까지 다뤄야 하는데 현재 인력으로는 감당하기가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실제로 공수처는 출범 이후 지난 3월까지 총 6185건의 사건을 받아 3건만 재판에 넘겼다. 김현수 제주대 로스쿨 교수는 “현실적으로 공수처 인력 규모에 비해 수사 대상자가 너무 많은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법을 바꿔 수사 대상을 축소하기 보다는 검찰과 역할 분담을 한다든가, 현재 수사 대상을 면밀히 검토해서 선별적으로 중요도를 나누어 수사 역량을 집중하는 등 방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올해 3월 학술지 논문을 통해 공수처의 부실한 인력 부족 문제 등을 지적했던 공수처 출신 예상균 전 부장검사는 매일경제와의 통화에서 공수처의 인력 수급과 신분 보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예 전 부장검사는 “공수처에 지원하는 검사들은 경력이 적어도 10년 이상인 베테랑들”이라며 “이런 검사들의 공수처 지원율이 높지 않기 때문에 로스쿨 출신을 수사관으로 뽑아 교육시켜 검사로 임용시키는 투트랙 전략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베테랑 검사들이 사명감을 갖고 공수처에 지원하는데 3년 계약직으로 일을 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상당하다”며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을 다뤄야 하고 전·현직 대통령 등 고위공무원을 수사하기 때문에 자칫 3년 뒤 재계약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압박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공수처는 현재 결원에 대한 추가 임용 절차를 진행 중이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공수처를 둘러싼 잡음은 끊이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나왔다. 한 전 공수처 관계자는 “공수처 수사 인원들은 사건을 진행하면 정치적으로 엮여 있는 사안이어서 비판과 공격 받기 일쑤였다”며 “여러 가지 여건이 불비하니 큰 뜻을 갖고 들어온 사람들이 심적으로 힘들어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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