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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대한민국 저출산 문제

태어난 아이도 못지키는 초저출산국 한국 [기자의 눈/이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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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된 ‘투명인간’ 신생아]

출생미신고 2236명 ‘빙산의 일각’

필수접종 안하고 방치도 1만여명

동아일보

이지운·정책사회부


태어났지만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유령 아이’ 2236명이 처음으로 드러났다. 이 중 23명을 추려 살펴봤는데 이미 여러 아이가 목숨을 잃었다. 모든 어른이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다.

과연 위험에 처한 아이는 2236명뿐일까. 출생신고가 의무화되면 아이들은 안전해질까.

아이가 태어나면 총 18가지 국가필수예방접종을 받아야 한다. 때맞춰 아이를 병원에 데려가면 무료로 접종해주고, 건강검진도 해준다. 보건복지부는 전국 2세 이하 아이 중 1만1000명이 국가필수예방접종을 제때 받지 않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출생신고를 하고도 방치된 아이가 1만 명이 넘는다는 뜻이다. 지난해 말부터 영유아 살해 사건이 잇달아 터지자 이들에 대한 전수조사도 뒤늦게 착수됐다.

이 연령대 아이들이 어떤 위험에 처해 있는지 복지부 통계가 보여준다. 2021년 한 해 아동학대로 사망한 2세 이하 영유아는 19명에 이른다. 전체 아동학대 사망자(40명)의 거의 절반이다. 같은 해 아동학대 피해 사실이 드러난 영유아는 총 1793명인데 실제론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어린이집에 다니지 않고 집에만 있는 영아들이 많아 학대를 당해도 외부에서 알아채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연일 보도되는 영유아 학대 사건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감사원이 2236명을 찾기 위해 분석한 원자료는 보건당국이 갖고 있던 신생아 B형 간염 접종 자료다. “개인정보를 활용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손을 놓고 있던 복지부는 비판이 커지자 22일 “적극 행정을 펼쳐 전수조사하겠다”며 ‘소극 행정’을 자인했다.

국회도 사각지대에 놓인 아이들에게 무심했다. 의료기관에서 아이가 태어나면 자동으로 출생등록이 되도록 하는 ‘출생통보제’ 법안은 19대 국회부터 발의와 폐기를 반복해왔다. 의료계에서 “행정적 부담이 크다”며 반발해왔던 탓이다. 의료계는 힘이 센데 아이들 손엔 투표권조차 없으니 부담 없이 계류시켜온 건 아닌지 묻고 싶다. 아동정책의 입법과 예산 투입이 가장 더디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0.78명이다. 지난해 태어난 아이를 다 세어도 25만 명이 되지 않는데, 어렵게 우리에게 온 귀한 아이들조차 지켜주지 못하고 있다. 출생통보제 법제화는 첫걸음에 불과하다. “삶이 팍팍하다”는 이유로 아이를 방치하거나 버리는 부모가 없도록 제도 전반을 손질해야 한다.

이지운 정책사회부 eas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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