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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최악의 위기 맞은 자영업

자영업자 대출 잔액 1033조원…2023년 1분기 연체율 8년 만에 최고 [한강로 경제브리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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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자영업자 대출 규모가 1000조원을 넘어선 가운데 올해 1분기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이 8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상호금융·보험사·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에서의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이 가파르게 올라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계일보

26일 서울 시내 한 은행의 대출창구 모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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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 새 13조9000억원 늘어난 자영업자 대출

26일 한국은행이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에게 제출한 ‘자영업자 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총 1033조7000억원으로 추산돼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3개 분기 연속 100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지난해 4분기(1019조8000억원)보다 13조9000억원 더 늘었다.

한은은 자체 가계부채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개인사업자 대출 보유자를 자영업자로 간주하고, 이들의 가계 대출과 개인사업자 대출을 더해 전체 자영업자 대출 규모를 추정했다.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 상승 속도도 가팔라지고 있다. 올해 1분기 기준 전체 금융기관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은 1.00%로, 직전 분기(0.65%)보다 0.35%포인트 높다. 전기 대비 연체율 상승 폭이 지난해 3분기 0.06%포인트, 4분기 0.12%포인트였던 것과 비교하면 눈에 띄게 오른 것이다. 1.00%는 2015년 1분기(1.13%) 이후 8년 만에 가장 높은 자영업자 연체율이다.

연체율을 자영업자 소득수준별로 나눠 보면 저소득층(소득 하위 30%)은 지난해 4분기 1.2%에서 올해 1분기 1.6%로 0.4포인트 올랐으며, 중소득(소득 하위 30∼70%) 자영업자의 연체율은 0.5%포인트(1.3%→1.8%) 더 높아졌다. 고소득(소득 상위 30%) 자영업자의 연체율(0.9%)도 지난해 4분기보다 0.2%포인트 상승했다.

올해 1분기 은행권과 비은행권 자영업자 연체율은 각각 0.37%, 2.52%로, 직전 분기와 비교해 은행에서 0.11%포인트 오르는 동안 비은행권에서는 0.92%포인트 급등했다.

양 의원은 “올해 9월 말 코로나19 관련 금융지원의 종료로 자영업자들의 원금상환이 시작되면 대규모 부실이 현실화할 수 있고, 경제 전반의 위기로 번질수 있다”면서 “정부와 금융권은 만기 연장 등 금융지원을 늘려 선제 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계일보

추경호 기획재정부 장관.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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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발표 앞두고 부동산 규제 완화 방안 검토

정부가 추가적인 부동산 규제 완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 폐지와 부동산 규제지역 단순화 방안 등이 유력하게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계속된 부동산 세제 정상화 수순일 뿐 아니라 하반기 경기 반등을 위한 노림수라는 해석이다.

정부는 또 늦어도 7월 중순부터 전세금 반환 목적에 한해 임대인의 대출 규제를 완화할 예정이다. 특히 부동산 가격이 폭등한 특정 기간 임대차에 한해서만 규제 완화를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정부 당국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다음달 초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발표를 앞두고 부동산 규제 완화 일환으로 양도소득세 중과를 완화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현행 소득세법은 2년 이내 단기 보유하거나 다주택자가 보유한 부동산을 양도할 때 중과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양도세 기본세율은 6∼45%이지만 단기 거래의 경우 60%나 70% 세율을, 2주택 이상 다주택자에게는 기본세율에 20∼30%포인트를 추가로 부과하는 방식이다.

윤석열정부는 이 같은 중과세율을 ‘정상화’하는 조치를 예고했다. 이미 정부가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조치를 내년 5월까지 한시적으로 배제한 상황에서, 이번 발표를 통해 항구적 개편안을 내놓는 셈이다.

세계일보

지난 25일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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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편안에는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제도 자체가 폐지될 가능성이 있다. 단기 거래에 대한 양도세 중과세율은 적용 기준 시점을 2년에서 1년으로 압축하는 등 방안도 거론된다.

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 투기지역으로 나뉜 부동산 규제지역을 단순화하는 방안도 검토 대상이다. 3개로 나뉜 현행 부동산 규제지역 제도가 국민 입장에서는 지나치게 복잡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규제지역의 종류를 단순화하는 과정에서 대출·세제·청약 등 규제 강도도 낮출 것이라는 예상이다.

윤석열정부는 출범 이후 두 번의 경제정책방향에서 모두 굵직굵직한 부동산 규제·세제 완화안을 제시한 바 있다. 지난해 6월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에선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100%에서 60%로 낮추고, 기본공제를 인상하며, 세율을 낮추는 방안을 제시했다.

지난해 말 발표한 올해 경제정책방향에선 다주택자에게 세제·대출을 풀고 임대사업자에 대한 지원 조치를 부활하는 등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이는 부동산 시장 급락이 예상되는 시점에서 경기 급락을 보완하고자 규제·세제 완화라는 안전망을 펼친 것이었다.

올해는 하반기 경기 이륙을 돕는 측면에서 부동산 규제 완화 필요성이 제기된다. 내수 진작이 어렵게 안정세를 찾아가는 물가를 다시 자극할 수 있고 수출 지원은 일정 부분 한계가 있는 만큼 부동산 규제·세제 완화가 건설 경기를 부양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다만 시장의 방향성이 아직 나오지 않은 만큼 부동산 정책은 마지막까지 시장 상황을 살피며 조율 과정을 거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또 이번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전세반환대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완화 방안을 담을 예정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세금 반환 목적에 한해 대출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늦어도 7월 중 시행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정부는 특정 기간 임대차 계약에 한해서만 대출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1년 말부터 2022년 초까지 고점을 찍었던 임대차 계약이 올해 하반기 속속 만료되면서 역전세난이 확산하는 흐름을 고려하면, 이들 계약분에 대해서만 규제 완화가 적용되지 않겠느냐는 분석도 나온다.

기재부가 역전세 대책의 윤곽을 제시하면, 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관계 부처가 시차를 두고 세부 대책을 내놓을 것이란 전망이다.

세계일보

26일 서울 시내 대형마트의 라면판매대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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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라면·빵 가격 상승률, 처분가능소득 증가율의 3배 넘어

올해 1분기 라면, 빵 등의 가격 상승률이 전체 가구 처분가능소득 증가율의 3배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저소득층의 경우 처분가능소득 증가율 자체가 1%대에 그쳤던 만큼 서민들의 먹거리 부담이 더욱 컸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전체 물가가 안정세로 접어든 것과 달리 먹거리 물가는 고공행진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제분업계와 간담회를 여는 등 연일 식품 가격 인하 압박에 나서고 있다. 식품업계는 당장 가격을 내릴 상황이 아니라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체 가구의 처분가능소득은 399만1000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3.4% 증가했다. 처분가능소득은 전체 소득에서 세금과 연금, 사회보험 등을 뺀 것으로 소비나 저축에 쓸 돈을 말한다.

처분가능소득이 3%대 증가율을 기록한 가운데 먹거리 물가 상승 폭은 이를 크게 상회했다. 가공식품과 외식의 물가 상승률은 9.9%와 7.5%로 처분가능소득 증가율의 각각 2.9배, 2.2배였다. 가공식품의 경우 세부 품목 73개 중 물가 상승률이 처분가능소득 증가율을 상회하는 품목이 87.7%인 64개에 달했다. 품목별로는 치즈(32.8%), 드레싱(29.1%), 식용유(28.8%) 등 8개 품목은 물가 상승률이 20%가 넘었다. 빵(14.3%)과 스낵과자(13.1%), 라면(12.4%), 아이스크림(11.8%), 파이(11.0%) 등도 10%를 넘었다.

장바구니 못지않게 외식 부담도 컸다. 올해 1분기 외식 세부 품목 39개 중 2개를 제외한 37개(94.9%)의 물가 상승률이 처분가능소득 증가율을 웃돌았다.

세계일보

서울 명동의 한 음식점 거리.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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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점 등에서 마시는 소주(외식)의 물가 상승률이 10.7%에 달해 처분가능소득 증가율의 3.1배였고, 맥주(외식)도 10.2%로 3배에 달했다. 피자(10.5%)와 라면(외식, 10.4%), 김밥(10.4%), 떡볶이(10.0%), 돈가스(10.0%) 등 평소 서민들이 자주 즐기는 외식 품목의 가격 상승률도 10%가 넘었다.

특히 저소득층의 경우 먹거리 부담이 더욱 컸다는 지적이다. 소득 하위 20%(1분위)의 1분기 처분가능소득은 85만5000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1.3% 증가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가공식품과 외식 물가 상승률은 1분위 처분가능소득 증가율의 7.6배, 5.8배였다. 반면 소득 상위 20%(5분위)는 처분가능소득 증가율이 4.7%로 나타났다. 가공식품과 외식 물가 상승률이 5분위 처분가능소득 증가율의 각각 2.1배, 1.6배에 그친 셈이다.

정부는 먹거리 가격 안정을 위해 연일 으름장을 놓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날 CJ제일제당, 대한제분 등 제분업체들과 간담회를 열었다. 농식품부는 국제 밀 가격 인하에 따른 밀가루 가격 조정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 밀 가격은 지난해 5월 t당 419달러까지 오르며 정점을 찍은 뒤 하락해 올해 2월엔 t당 276달러로 떨어졌다. 앞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8일 “지난해 9~10월에 (기업들이) 많이 인상했는데 현재 국제 밀 가격이 그때보다 50% 안팎 내렸다”며 라면 가격 인하를 우회적으로 요청했고, 농식품부는 지난 20일 ‘우유 등 농식품 물가 관리 방안’을 주제로 간담회를 열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 압박이 먹힐지는 미지수라는 분석이다. 식품업계는 당장은 가격을 내릴 상황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밀가루는 6개월에서 1년 전 오른 가격으로 들여와 현재 사용하는 것이고, 밀가루 외 설탕과 전분, 유지류 등 다른 원재료 가격은 상승세이기 때문이다. 공장 가동에 필수적인 전기료, 수도요금 등도 오름세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밀가루 가격이 조정되면 여력이 좀 생겨 다각도로 검토할 수 있는 구체적인 부분이 있겠지만, 변화가 없어 당장 말할 수 있는 게 없다”며 “원재료 비용이나 경영관리 비용이 하락하는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2010년 가격 인하를 한 번 했다고 하지만 그때는 밀과 다른 원재료 가격들도 조정이 이뤄져 가격 인하를 할 여건이 형성됐고, 지금은 다르다”고 덧붙였다.

이강진 기자 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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