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연합뉴스] |
자영업자들이 금융권에서 받은 대출 연체율이 8년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대출규모도 사상 최대치여서 연체액이 크게 불어날 전망이다. 코로나19를 겪으며 여러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아 버텨온 자영업자들이 원리금 갚기도 버거운 상황에 빠져들고 있는 셈이다.
26일 한국은행이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영업자 대출 현황’에 따르면 올해 1분기말 기준 자영업자의 전체 금융기관 대출 잔액은 1033조7000억원로 집계됐다. 지난해 3분기(1014조2000억원)와 4분기(1019조9000억원)에 이어 또다시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연체율 상승속도는 더욱 빨라졌다. 1분기 자영업자의 전체 금융기관 연체율은 1%로, 작년 4분기(0.65%)보다 0.35%포인트 높다. 연체율 상승 폭도 지난해 3분기(0.06%포인트), 4분기(0.12%포인트)와 비교해 가팔라졌다. 자영업자 연체율 1%는 2015년 1분기(1.13%) 이후 8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특히 2금융권 대출 연체율이 더 심각하다. 1분기 기준 은행권과 비은행권 자영업자 연체율은 각각 0.37%, 2.52%였다. 작년 4분기 대비 은행권 연체율이 0.11%포인트 오르는 동안 2금융권에선 0.92%포인트나 상승했다. 2금융권의 1분기 업권별 연체율을 보면 저축은행 5.17%였고, 상호금융 2.22%, 여신전문금융사 1.66%, 보험 0.69%였다.
[박형기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자영업자 중 다중채무자의 비중도 커졌다. 1분기 자영업 다중채무자의 대출 잔액은 737조5000억원으로, 작년 4분기와 비교해 2.4%(17조2000억원) 늘었다. 전체 자영업자 대출에서 다중채무자가 차지하는 비중도 71.3%에 달했다.
자영업자의 채무 위험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취약차주들의 연체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특히 오는 9월말 코로나19 시기에 진행된 대출 상환 유예도 종료되면서 자영업자들의 고심은 깊어지고 있다.
최근 공개된 한국은행의 ‘2023년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선 코로나19 이후 자영업자의 소득 개선이 더딘 반면 자영업자 부채 규모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고, 낮은 수준을 유지하던 연체율도 상승 전환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취약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위험 신호가 켜졌다고 봤다. 한은은 올해 말 연체위험율이 3.1%까지 상승하고, 이 중 취약차주의 연체위험률은 18.5%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자영업자들의 원리금 상환부담과 일시상환 중심의 부채 구조를 잠재 리스크로 판단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지원한 대출 만기 연장과 상환유예 조처가 올해 9월이면 끝난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3월말 기준 만기연장·상환유예 대출잔액은 85조3000억원이다. 이 중 원금 상환유예가 5조2000억원, 이자 상환유예가 1조4000억원이 올해 4분기 주요 경제 변수로 떠올랐다. 9월 이후 상환 압박이 커질 경우 한계에 놓인 취약 자영업자부터 부실 폭탄이 연쇄적으로 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양경숙 의원도 “9월말 금융지원 종료로 자영업자들의 원금상환이 시작되면 대규모 부실이 현실화될 수 있고 경제 전반의 위기로 번질수 있다”며 정부의 선제 조치를 요청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