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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팅게임하듯" 신림동 흉기난동범, 진짜 게임 중독이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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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신림동 흉기난동 피의자 조선(33·남)이 지난달 28일 서울 관악경찰서에서 검찰에 구속 송치되고 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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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림동 흉기 난동 사건 피고인 조선(33)은 심각한 게임 중독 상태였다."

게임 중독이 실제 폭력 행위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두고 논쟁이 뜨겁다. 이 같은 조씨 상태를 강조한 검찰 수사 결과가 나오면서 불이 붙는 모양새다.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수민 형사3부장)은 지난 11일 신림동 흉기 난동 살인 사건 피고인 조선을 구속 기소하며 "최근 8개월 동안 대부분의 시간을 게임을 하거나 게임 채널을 시청하는 등 심각한 게임 중독 상태였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검찰은 조씨가 게임 중독 상태에서 불만과 좌절 감정이 쌓여 이상 동기 범죄를 저질렀다고 봤다.

검찰은 조씨의 범행 행태를 1인칭 시점에서 무기를 이용해 전투를 벌이는 '1인칭 슈팅게임'에 빗댔다. 조씨가 가벼운 뜀걸음으로 피해자 뒤나 옆에서 공격한 점, 얼굴과 뒷목 등 치명상을 가할 수 있는 부위를 집중 타격한 점, 범행 시도 후 신속히 재정비한 뒤 새로운 타겟을 물색한 점 등이 1인칭 슈팅게임과 유사하다는 것이다.

검찰은 "게임 중독을 곧바로 동기라고 하는 것은 아니다. 범행 직전 게임 중독 상태였다는 심리분석가의 의견이 있었다"고 밝혔다.

폭력적인 내용의 미디어와 폭력 행위 사이 상관관계를 놓고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폭력적인 게임이나 보도 등이 폭력 행위를 촉발한다고 볼 근거는 없다고 말한다. 박종민 경희대 미디어학과 교수는 "과거 TV 시청을 많이 하던 70~80년대에 폭력적인 콘텐츠를 장기적으로 많이 본 사람들이 세상을 더 폭력적으로 본다는 인지 효과는 얘기된 적 있으나 이것이 폭력 행위를 유발한다는 것은 당시에도 밝혀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폭력성 짙은 게임이 직접적인 범행 동기는 아니더라도 사회에 대한 불만과 불쾌한 감정을 폭력 행위로 발현하도록 하는 방아쇠 역할을 했을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게임 때문에 없던 (범행) 생각이 새로 생기지는 않았겠으나 잠복해 있던 불쾌감을 활성화하는 데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며 "막연하게 이러한 행동에 대해 생각이 있었을 때 게임이 활성탄 역할을 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는 "언론의 폭력성에만 노출돼도 실제 폭력성이 커질 확률이 높아진다"며 "이 사건의 경우 게임과 현실을 착각해 가상공간에서의 폭력을 현실에서 행동에 옮긴 것으로 보인다. 게임이 불쏘시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유사 범죄를 막기 위해서는 개별 요인에 집중하기 보다 성장 환경, 사회 맥락 등 다양한 요인을 살펴야 한다고 말한다. 이윤호 교수는 "범죄의 원인은 하나가 아니다"며 "이 사람이 왜 게임에 중독됐는지, 사회 관계는 왜 소홀했는지, 어쩌다 은둔형으로 살게 됐는지 등을 조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웅혁 교수는 "범행의 원인으로 게임 중독을 강조하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과 국가 차원의 대책을 마련하는 데 적절하지 않은 접근"이라며 "범죄 사건이 발생하면 사이코패스 진단검사 점수에 주목하는데 이 또한 흥미 위주 접근으로 국민의 안전·치안 문제 해결을 방해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 주목해야 할 것은 이러한 사건의 공통점을 찾아 원인을 들여다보는 것"이라며 "이들이 사회에 불만을 갖게 된 원인은 무엇인지, 어느 시점이었는지, 정책의 문제인지, 교정시설의 문제인지 등 원인 진단부터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성 기자 sorr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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