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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4 (수)

이슈 불법촬영 등 젠더 폭력

[단독]집 안 촬영, 경찰 사칭, 스토킹 문자…수차례 신고에도 경찰 ‘늑장 대응’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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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휴대폰 압수수색 요청에도

경찰, 한 달 넘게 피의자 조사 안 해

‘문 열지 않는다’며 영장 집행 무산

관계자 “수사 대처 미흡” 끝내 인정

경향신문

20대 여성 B씨가 지난 5월 수신한 문자메시지. B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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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라에 홀로 거주하던 여성이 위층 거주 남성의 스토킹 범행을 신고했으나 경찰이 소극적으로 수사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남성이 휴대전화를 줄에 매달아 자신의 집을 촬영하는 모습을 목격한 피해자가 고소장을 접수하고 휴대전화를 압수수색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경찰은 한 달 넘도록 피의자 조사를 하지 않았고 법원에서 발부받은 압수수색영장도 “피의자가 문을 열지 않았다”며 집행하지 않았다. 경찰은 취재가 시작되자 “대응이 미흡했다”고 인정했다.

5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경북 구미경찰서는 스토킹처벌법 위반·성폭력특례법 위반 등 혐의로 남성 A씨를 입건해 조사 중이다. A씨는 아랫집에 거주하는 20대 여성 B씨에게 지난 5월14일부터 20일간 스토킹성 문자메시지 96건을 보내고 지난 7월 한 차례 B씨의 거주지 내부를 촬영한 혐의를 받는다. B씨는 집 창문이 3회 깨졌고, 베란다 방충망이 1회 뜯겼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A씨는 경찰을 사칭하며 B씨에게 접근한 혐의도 받고 있다. B씨는 지난 7월16일 “경찰이니 문을 열어달라”며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걸쇠를 건 채 문을 열었고, 사복을 입은 A씨를 발견했다. ‘신분증을 보여달라’는 요청에 A씨는 응하지 않았고, B씨가 경찰에 신고 전화를 걸자 A씨는 도주했다. 신고를 접수한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지만 A씨를 쫓는 데 실패했다. B씨도 이때까지는 A씨가 위층에 사는 줄 몰랐다고 한다.

거처를 옮긴 B씨는 지난 7월22일 남은 짐을 챙기려 살던 집을 찾았다가 창문이 깨진 것을 확인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앞서 재물손괴로 신고된 건이 있었다는 이유로 유선 조치사항만 안내한 후 출동하지 않았다.

같은 날 B씨는 깨진 창문 사이로 줄에 달린 휴대전화가 내려와 집 안을 촬영하는 것을 목격했다. 이후 출동한 경찰과 함께 윗집을 찾은 B씨는 앞서 경찰을 사칭하며 문을 두드렸던 A씨를 맞닥뜨렸다. 그러나 경찰은 A씨의 신분증을 확인하지도, 진술을 받지도 않았다고 B씨는 주장했다. 경찰은 A씨에게 “어차피 아랫집 분들은 이사를 갈 예정”이라고 말했다가 B씨의 항의를 받기도 했다.

이후 B씨는 자신의 휴대전화 스팸 메시지함에 쌓인 수십 건의 메시지를 뒤늦게 확인했다. 메시지에는 “자고 있네” 등 B씨가 메시지 수신 당시 집에서 하고 있던 행동이 언급돼 있었다. 신체 부위를 언급하는 성희롱성 문자도 다수였다.

B씨는 경찰서를 찾아 고소장을 내면서 “A씨가 범인으로 유력하고, 또 촬영할 우려가 있으므로 (위층 거주자) 휴대전화를 압수해 포렌식을 진행해달라”고 요청했다. 이틀을 기다린 B씨가 경찰에 수사 상황을 문의하자 경찰은 “영장 신청을 금요일에 하나, 토요일에 하나 다음 주에 나온다”고 했다.

경찰은 최종 고소장을 접수한 지 열흘 후 A씨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이 청구됐다고 B씨에게 알렸다. A씨가 이용하는 통신사가 주요 3사가 아니라 지연됐다고 했다. 이후 B씨가 영장 집행 여부를 문의하자 경찰은 영장을 집행하지 못했다고 했다. “피의자가 문을 열지 않았다”는 게 이유였다. 이 영장은 유효기간이 지나 효력을 상실했다.

경찰은 경향신문이 ‘아랫집은 이사갈 집’이라고 발언한 경위를 묻자 “해당 주거지는 재건축 진행 중으로 당시 출동 경찰관은 위층 거주자에게 ‘10월 말부터 이주가 예정돼 있어 아래층이 이사 갈 것’이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해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 과정에서 대처가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며 “영장을 다시 발부받아 압수수색을 진행했고, 구속영장 신청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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