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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4 (수)

이슈 불법촬영 등 젠더 폭력

“접근금지 무시한 스토킹범, 내 동생 이은총 찔렀다”…유가족 엄벌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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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킹 살인' 피해자 이은총씨(왼쪽)가 가해자의 폭행으로 팔에 멍이 든 모습./온라인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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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 한 아파트 복도에서 발생한 ‘스토킹 살인’과 관련 유가족이 피해자의 신상을 공개했다. 유가족은 범행을 저지른 30대 남성이 법원의 접근금지 명령을 어기고 범행을 저질렀다며 엄벌을 촉구했다.

피해자 유가족 A씨는 지난 8일 한 온라인커뮤니티에 ‘스토킹에 시달리다가 제 동생이 죽었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A씨는 “제 동생 이은총이 지난 7월17일 오전 6시쯤 흉기에 찔려 세상을 떠났다”며 “가해자는 은총이의 헤어진 전 남자친구였다”고 운을 뗐다.

A씨에 따르면 이씨는 가해자와 동호회에서 만나 연인 관계로 발전했고, 가해자는 이씨 소개로 같은 직장에 다니기도 했다. 가해자는 이씨와의 결혼을 원했으나 한차례 결혼 실패 경험이 있던 이씨는 결혼을 거절했다. 이후 가해자의 집착이 심해졌고 다툼도 많아지자 이씨는 이별을 통보했다. 그때부터 스토킹이 시작됐다는 게 A씨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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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씨와 가해자가 나눈 카카오톡 대화./온라인 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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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가해자는) 연락으로 계속 괴롭히고 차로 은총이를 뒤따라 왔다”며 “처음엔 직장에서 계속 마주칠 사람이니 좋게 해결하려 했으나 가해자는 (이씨의) 팔에 시커먼 멍이 들때까지 폭행하기 시작했고 결국 은총이는 지난 5월18일 스토킹 신고를 할 수 밖에 없었다”고 했다.

스토킹 신고 이후로도 이씨를 향한 가해자의 스토킹이 계속됐다고 한다. 가해자는 소셜미디어 프로필 사진 등에 이씨와 과거 연인 시절 찍은 사진을 올리는가 하면 차를 타고 위협적으로 이씨를 쫓아오는 일도 있었다.

A씨는 “지친 동생은 사진 내려주면 고소를 취하해 준다고 했고 그렇게 하겠다는 각서를 받고 고소를 취하했다”며 “그런데 지난 6월9일 또 가해자가 은총이 집앞에 찾아와 경찰에 신고를 했다. 가해자는 접근금지 명령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은총이는 스마트워치를 매번 차고 있었다. 그렇게 한달이 채 되지 않은 6월29일 경찰이 집을 찾아왔다. ‘가해자와 동선이 겹치지 않는다면 스마트워치 반납을 해달라’고 안내해 그렇게 자진반납을 하게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동생이 세상을 떠난 이후 지난 7월13일부터 17일까지 가해자가 접근금지명령을 어긴 채 집앞에서 은총이를 보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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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17일 '스토킹 살인'이 벌어진 인천 남동구 논현동 한 아파트 복도./온라인커뮤니티


A씨는 이씨가 살해당하던 당시 상황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했다. 당시 이씨는 출근을 위해 집밖을 나섰다가 변을 당했다.

A씨는 “(집 안에 있던) 엄마는 살려달라는 은총이의 목소리를 듣고 바로 뛰쳐나와 가해자를 말리다가 흉기에 찔렸다”며 “손녀가 나오려고 하자 손녀를 보호하는 사이 은총이가 찔렸다”고 했다. 이어 “살해를 마음먹기 전 가해자는 자기가 입고 있던 양복도 곱게 접어두고 흉기를 휘둘렀다”며 “은총이가 쓰러지자 자신도 옆에 누워 배를 찌르곤 나란히 누워있었다고 한다”고 했다.

A씨는 “은총이가 죽은 7월에서야 스토킹 범죄는 반의사불벌죄가 폐지 됐다. 그럼 이제는 안전해지는 걸까”라며 “접근금지명령도 형식에 불과하고 스마트워치는 사고가 일어나야만 쓸모가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스토킹 범죄와 관련해 많은 피해자분들이 안전해질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아울러 “죽은 은총이의 휴대폰에는 스토킹과 관련된 검색기록이 가득했다. 얼마나 불안했을지 되돌아보는 하루하루가 너무 힘들다”며 네티즌들에게 가해자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는 탄원서 작성을 부탁했다.

인천 논현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17일 오전 5시54분쯤 인천 남동구 논현동 한 아파트 복도에서 30대 남성 B씨가 30대 여성 C씨에게 흉기를 휘둘러 살해했다. B씨는 지난 6월 C씨에 대한 스토킹 혐의로 경찰에 현행범 체포됐고, 지난 7월 법원의 2·3호 잠정조치(접근금지·통신제한) 명령을 받기도 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B씨는 범행 직후 자해를 시도해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다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자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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