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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이슈 항공사들의 엇갈리는 희비

‘팬데믹 후광’ 희미해진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현실적인 해법은? [일상톡톡 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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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화물 사업, 전체 매출 비중 20% 수준 회귀…“팬데믹 호황 사실상 끝”

세계일보

뉴시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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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해외 기업결합심사에서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매각 여부가 핵심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모습이다. EU 경쟁당국에서 한국~유럽 화물노선에서 경쟁제한 우려가 있다고 지적, 이에 대한 시정조치안으로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 매각이 포함됐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는 상황.

19일 항공업계 등에 따르면 시정조치를 제출할 당사자인 대한항공은 경쟁당국과의 비밀유지 협약에 따라 사실 여부를 확인해주지 못하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사실상 EU 경쟁당국의 요구에 따라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 매각 계획을 포함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위해 이달 말 아시아나항공은 이사회를 열고 이 같은 시정조치안 동의 여부를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팬데믹 기간 동안 3조 가까운 매출을 기록한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을 매각하면 뭐가 남느냐는 주장도 제기된다.

하지만 엔데믹에 접어든 현재 ▲화물사업의 비중이 2019년 수준인 20% 미만으로 되돌아가고 있다는 점 ▲최악인 재무상태와 제로에 가까운 자생력 등을 감안하면, 화물사업 매각이 작은 것을 내주고 큰 것을 얻는 결과가 될 수 있을거란 시각이 많다.

◆팬데믹 기간 항공화물사업 ‘황금알 낳는 거위’였지만…

국내 항공사들에게는 팬데믹 기간 동안 항공화물사업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다. 항만적체, 하역지연, 낮은 선박 회전율 등으로 인한 글로벌 물류 대란의 반사이익을 본 덕분이다.

해상 운송수요가 항공 화물로 몰렸고, 멈춰선 여객기들 때문에 여객기 벨리 카고(Belly Cargo) 공급도 줄어든 덕도 봤다.

이러한 영향으로 화물운임도 치솟았다. 2018년과 2019년 킬로그램당 3~4불에 불과했던 운임은 팬데믹 시기에 평균 8불대에서 최대 12불까지 치솟았다. 팬데믹 기간 대형항공사가 생존하는데 화물사업이 중요한 역할을 한 이유다.

하지만 엔데믹으로 접어들면서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 매출 비중은 2019년 수준으로 되돌아오고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25% 수준이다. 팬데믹 호황은 더 이상 기대하기 힘들어진 상황이다.

◆벨리 카고 제외시 총 매출 15% 수준…화물사업 매각시 공중분해 주장? “글쎄”

일각에서는 팬데믹 기간 동안 3조 매출을 기록한 화물사업을 매각하면 아시아나항공이 공중분해되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화물사업의 매출 비중은 20%대로 되돌아왔다. 벨리 카고를 제외하고 화물기 매출로만 한정지으면 매출 비중은 더 떨어진다. 아시아나항공의 여객기 벨리 카고 비중은 전체 화물 비중의 20% 수준이다.

아시아나항공의 총 매출에서 화물기로만 실어 나르는 매출의 비중은 15% 정도일 것으로 추정된다.

이를 달리 말하면 여객사업 등의 매출 비중이 많게는 85% 수준에 달한다는 의미이다.

아시아나항공이 화물사업을 매각하면 공중분해될지 모른다는 주장은 설득력을 잃는다는 시각도 있다.

◆“통합 무산시 3자매각·자생 등 어려워…화물사업 매각이 그나마 돌파구”

만약 아시아나항공 이사회에서 EU 경쟁당국에 제출할 시정조치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승인은 어려워진다. 양사의 인수·통합 절차 또한 '올스톱' 된다.

2000%에 가까운 부채비율, 영업이익을 뛰어넘는 이자비용, 부족한 캐시 플로우 등을 감안하면 아시아나항공의 독자생존 가능성은 희박하다. 3자 매각을 꾀할 수 있지만, 3조5천억원이 훌쩍 넘는 빚을 지고 있는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겠다는 기업이 현실적으로 나올 가능성은 없다.

결국 (최악의 경우) 파산의 길을 걷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을 매각하는 것이 소탐대실하지 않는 방안이 아닌가 하는 시각도 제기된다.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 매각은 ▲아시아나항공의 생존 ▲직원들의 일자리 보존 ▲경쟁체제 유지라는 긍정적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시너지가 조금 줄어들겠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충분히 커버할만한 수준이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를 대상으로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 매각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럴 경우 국부유출 논란도 잠재울 수 있고, 화주나 제조업체 등 소비자들의 혜택도 고스란히 유지된다.

이런 점들을 종합적으로 감안하면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을 매각하고, 이를 토대로 양사간 통합을 추진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으로 볼 수도 있다.

◆팬데믹 거치며 중요해진 항공화물사업…“각 나라별 경쟁당국 주요 타겟, 합리적 판단해야”

자국 이기주의 기조 속에서 각국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심사의 문턱은 높아지고 있다. 경쟁체제라는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서 더 이상 기업결합은 1 더하기 1이 되기도 어렵다.

기존의 항공화물사업에 대한 각국 경쟁당국의 시각은 그리 엄격하진 않았다. 사업의 비중이 크지 않았던 탓이다. 하지만 팬데믹 기간을 거치면서 공급망(Supply Chain)의 혼란을 목격한 유럽과 미국을 비롯한 각 국가에서 항공화물사업이 얼마나 중요한 사업인지를 깨닫게 됐다.

즉, 보는 시각 자체가 달라졌다는 것.

기업결합으로 하나의 과점 형태의 항공화물사업을 영위하는 것을 보다 더 우려하게 됐다. EU 경쟁당국이 사실상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매각을 요구한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은 대한민국 항공산업의 생존을 위해서 반드시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을 매각해 기업결합심사를 통과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라는 의미다.

◆“2보 전진 위한 1보 후퇴…합리적 경영 판단 필요해”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3년간 모든 역량을 쏟아 준비해온 인수·통합 과정이 중대한 전기를 맞이했지만 아시아나항공 이사회에서 이를 부결하면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게 될지 모른다”며 “화물사업 매각이 양사 통합을 위해 필수적으로 추진할 수 밖에 없는 시정조치이니 만큼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라는 합리적 경영 판단이 이뤄져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아시아나항공 직원 노조는 대한항공과의 기업 합병에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전국공공운수노조 소속 아시아나항공 노조는 전 직원들을 대상으로 기업결합 반대 서명운동에 돌입하기로 했다. 앞서 노조는 지난달 25일에도 성명을 통해 "아시아나항공 지우기를 원점에서 다시 검토해야 한다"며 "항공 주권을 포기하는 기업결합을 즉각 중단하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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