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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이슈 원내대표 이모저모

국회 회의장 고성·야유·팻말 사라질까... “여야 신사협정 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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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과거 아수라장이 일상이었던 국회 본회의장./조선일보DB


국회 회의장 일상이나 다름없었던 고성과 야유, 비난 팻말 부착이 사라질 수 있을까. 국민의힘 윤재옥,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지난 23일 만나 극단 정쟁을 자제하고 민생 회복에 전념하자는 데 공감대를 모으고 이같은 실천 방안을 합의했다고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가 24일 밝혔다.

윤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정감사대책회의에서 “어제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만났다”며 “우선 국회 회의장 분위기를 개선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했다. 그는 “본회의장과 상임위 회의장에서 팻말을 소지하고 부착하는 행위를 하지 않기로 서로 합의했다”며 “본회의장에서 고성과 야유를 하지 않는 데도 합의했다”고 했다. 윤 원내대표는 “국민들께 국회가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이고 여야가 지나치게 정쟁에 매몰돼 있다는 모습을 보이는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이런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했다.

홍 원내대표 역시 당 회의에서 “본회의장이나 상임위 회의장에서 여야 간 좋지 않은 일로 국회가 파행하거나 고성이 오가는 일이 있었다”며 “이번 기회에 바로잡자는 취지에서 여야 원내대표와 국회의장 회동에서 합의했다”고 했다. 그는 “먼저 회의장에서 팻말을 들지 않기로 합의했고, 회의장 내 고성과 막말 역시 많은 논란이 있었는데 하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했다. 대통령 시정 연설, 여야 교섭단체 대표 연설 때는 여야 의원들이 방해 발언을 하지 않기로도 뜻을 모았다고 한다. 홍 원내대표는 “이런 신사협정에 여야가 합의했다”며 “앞으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저희도 노력하겠다. 국회에 새로운 문화가 정착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했다.

주요 법안이나 예산안 통과를 앞두고 본회의장 내 과도한 난투극이 벌어지거나 회의장 문을 부수고 들어가는 등의 ‘동물 국회’는 2012년 국회법 개정 이후 사라졌다. 그러나 본회의장에서 고성과 야유로 상대 당 발언을 방해하거나 정쟁 유발 팻말로 회의가 파행하는 모습은 21대 국회에서 아예 일상화한 풍경이었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은 지난 6월 초등학생들이 회의를 방청하고 있는데도 고성과 야유로 본회의장을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다. 그는 당시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의 교섭 단체 대표 연설 중 “땅땅땅” “울산 땅” “땅 대표” “땅 파세요” 등 고성으로 회의를 방해했다.

정 최고위원은 지난달 대정부질문과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 때도 한동훈 법무부 장관 등 발언을 고성과 야유로 방해했다. 야당 출신 김진표 국회의장, 김영주 국회부의장마저 “국민이 보고 있다” “자제하라”며 주의를 줄 정도였다. 여당 의원들 역시 체포안 표결 당시 “지금 뭐하는 짓이야”(김기현 대표) 등 우레 같은 고성으로 야당에 맞섰다. 여야 의원들이 회의장 내에서 지나친 고성과 야유를 내지르는 이유에 대해 각각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를 의식한 충성 경쟁이라는 해석도 있다. 진중권 교수는 “저 공천 주세요라는 소리로 들리더라”고 했다.

팻말 정쟁 역시 공해나 다름 없는 수준으로 치달으면서 국민의 외면과 냉소의 대상이 됐다. 야당은 주로 내각 총사퇴나 장관 임명 저지, 후쿠시마 방류 반대를 주장하는 팻말을 본회의장이나 상임위장에 내걸었다. 여당은 이재명 대표 사법 리스크를 겨냥한 내용이 주 소재였다. 최근 국방위 국정감사는 신원식 장관 임명 철회를 요구하는 야당 팻말을 여당이 빌미로 삼으면서 파행하기도 했다. 민생이 정쟁보다 뒷전에 있는 이런 모습에 국민이 피로감을 느낀다는 사실을 여야가 절감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여야 합의가 얼마나 지속될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강서구청장 보선 이후 중도층 표심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극단 정치에 대한 피로감이 증대되면서 일단 양 당이 몸을 수그리고 있는 것”이라며 “기존 지지층의 입김이 커지는 국면이 오면 이런 합의는 언제든지 휴지 조각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원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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