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요한, 불출마·험지 출마 압박
대상 의원들 이름 공개도 검토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 혁신위원회 제5차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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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내년 총선 혁신안으로 내놓은 영남 중진 및 지도부, 친윤 핵심의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 권고가 당 내부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위원장직을 사퇴하고 위원회의 조기 해산을 검토하는 것으로 13일 알려졌다. 김기현 대표에게 전권을 부여받은 혁신위의 권고안에 당내 무반응이 계속되면서 사실상 배수진을 치는 모양새다. 이를 위해 인 위원장은 당내 주류 의원들 이름을 직접 공개 거론하며 불출마 및 험지 출마의 희생 결단을 압박하는 방안도 고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혁신위 대변인 역할을 맡은 김경진 혁신위원은 이날 본지 통화에서 “내부적으로 혁신위원끼리 어느 정도 의견을 모은 것은, 지금 우리가 하는 역할이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굳이 (12월 말까지인) 혁신위 임기를 다 채울 필요가 없다는 것”이라며 “혁신위 역할이 의미가 없고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되면 이번 주라도 혁신 종료를 선언하고 혁신위를 조기에 해산해 버릴 수 있다”고 했다.
김 혁신위원은 이날 인 위원장이 여러 언론 인터뷰에서 ‘특단 대책’을 강조한 것에 대해 “그것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다”면서도 “그와는 별개로 (인 위원장의 조기 사퇴 카드는)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인 위원장 역시 최근 주변에 “나는 국회의원 배지가 달려 있는 것도 아니고 정치권에 빚진 것도 없어 자유롭다”며 “제일 무서운 건 자유롭다는 것 아니냐”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언제라도 위원장직을 던질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인 위원장은 이날 공개된 여러 언론 인터뷰에서 “말을 듣지 않으면 매도 들 수 있다” “지역구에 그냥 조용히 출마하겠다는 말들이 나오고 있는데 그런 거 별로 좋지 않다” “내가 후퇴하거나 그럴 사람이 아니다”라며 압박 강도를 높이겠다는 뜻을 강조했다. 그는 또 내년 총선 출마 가능성에 대해서도 “(출마) 아니다. 다 내려놨다”고 했다. 출마를 내려놓는 대신 지도부 눈치를 보지 않겠다는 뜻이다. 혁신위 관계자는 “인 위원장은 많은 국민이 혁신안을 지지하고 있는 만큼 혁신위원장으로서 국회의원 눈치를 보지 않고 국민 목소리만 듣고 밀고 나가겠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이런 배수진 움직임은 지금처럼 당 지도부가 혁신안 수용에 소극적일 경우 혁신위가 이를 밀어붙일 별다른 강제 수단이 없다는 한계에서 비롯됐다. 실제 혁신위가 지난 3일 권고 사항으로 제시한 ‘영남 중진, 지도부, 친윤 인사들의 험지 출마’ 요구안은 열흘이 다 돼도록 당내에서 별다른 호응이 나오지 않고 있다. 초선의 비례대표인 친윤계 이용 의원만이 “총선 승리를 위해 당이 요구하면 불출마하겠다”고 입장을 밝혔을 뿐이다. 인 위원장으로서도 언론 인터뷰에 나서며 여론에 호소하는 것 외에는 뚜렷한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반면 김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개별 의원들이 결단할 문제다” “아직 불출마 선언을 할 시점이 아니다”라는 등의 이유로 사실상 혁신위의 권고안에 이날까지 무대응으로 일관해 왔다. 그럼에도 당 안팎에서는 김기현 대표가 인요한 혁신위에 “전권을 주겠다”고 수차례 강조한 만큼 혁신위의 권고 사항을 언제까지 뭉갤 수만은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당 관계자는 “혁신위의 불출마 권고에 현재 일부 중진 의원이 저항하며 힘 겨루기 국면이 이어지고 있지만 사실 대의명분의 결론은 정해져 있는 것 아니냐”며 “전권을 주겠다고 해놓고 이제 와서 혁신안을 안 받겠다고 하면 김 대표가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뭐라도 행동을 해야 하는 상황이 올 것”이라고 했다. 당내에서는 한때 “혁신위 뒤에 ‘윤심(尹心)’이 있느냐, 없느냐”는 논란이 불거졌지만 최근에는 “결국 대통령실에서도 인 위원장의 소신 행보를 지지하는 분위기 아니냐”는 기류가 강하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인 위원장이 조기 사퇴하며 혁신위를 해산할 경우 혁신안 수용에 소극적이었던 현 지도부의 동반 사퇴까지 주장할 가능성이 있다는 말도 나온다. 혁신위 관계자는 “사실 그런 상황까지 가게 되면 총선을 앞두고 당이 다 같이 죽는 것”이라며 “그만큼 그런 상황이 오기 전에 김기현 대표를 비롯한 고위급 정치 세력의 결단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했다.
[박국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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