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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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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쿡과 ‘아이폰나무’ 심었던 LG 권영수… 44년 만에 용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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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이 44년간 몸담았던 LG그룹을 떠난다. 권 부회장은 1979년 LG전자(당시 금성사)로 입사한 뒤 전자, 화학, 전자장비, 디스플레이, 통신, 2차 전지 등 그룹의 주력 사업을 비롯해 신사업의 안정화를 이끌어왔다.

재계에서는 고(故)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최측근이면서 구광모 회장의 핵심 참모였던 권 부회장의 용퇴에 대해 ‘구광모 시대’의 세대교체 신호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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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디스플레이 파주 공장에 심어진 애플나무 기념판 /박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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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에너지솔루션은 22일 정기 인사를 통해 김동명 자동차전지사업부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한다고 발표했다. 김 신임 대표는 1969년생으로 권 부회장보다 12살 젊다.

LG 관계자는 “권 부회장이 후배들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는 얘기를 꾸준히 했다”며 “LG에너지솔루션의 수주 잔고가 400조원을 넘어서는 등 안정화 단계에 진입한 만큼 큰 결심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1957년생인 권 부회장은 경기고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1979년 LG전자 기획팀으로 입사했고 1988년 LG전자 해외투자실 부장으로 승진해 해외 투자, 공장 설립 업무를 맡았다. 이는 글로벌 역량을 쌓는 기회가 됐다.

45세였던 2003년에 LG전자 최고재무책임자(CFO·부사장)에 올랐고 2006년에 최고재무책임자(CFO) 겸 총괄사장으로 승진했다. 2007년에는 처음 LG전자를 벗어나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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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 LG디스플레이 공장에 심어진 아이폰·아이패드·맥북 사과나무./박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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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부회장 취임 후 LG디스플레이는 2개 분기 만에 흑자를 기록했고, 2007년 연간 실적도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애플 아이폰의 성공 가능성을 알아본 권 부회장은 2010년부터 애플 아이폰4에 LCD 패널을 공급하는 등 장기적인 협력 관계를 구축했다.

권 부회장이 팀국 애플 CEO와 사과나무를 심은 일화는 유명하다. 파주 LG디스플레이 공장 내부에는 아이폰·아이패드·맥북이라고 이름 붙은 사과나무 세 그루가 있다. 2010년 당시 LG디스플레이 대표였던 권 부회장이 부품 공급 계약을 위해 공장을 찾은 팀 쿡 CEO(당시 최고운영책임자·COO)와 함께 심은 나무다.

이 사과나무는 현재까지 LG디스플레이와 애플의 끈끈한 관계를 보여주는 상징으로 여겨지고 있다. 권 부회장은 팀쿡 CEO와 주기적으로 만남을 이어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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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 /LG에너지솔루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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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부회장은 2015년 12월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LG유플러스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겼다. 당시 만년 3위였던 LG유플러스는 케이블TV 1위 사업자 CJ헬로비전(현 LG헬로비전)을 인수하는 등 콘텐츠 사업을 강화했다. 또 이동통신 가입자 1300만명을 기록해 점유율 상승에 기여했다.

권 부회장은 2018년 구광모 회장 취임 이후에는 LG그룹 지주회사인 ㈜LG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맡아 구 회장의 초기 안착에 기여했다. 2021년에는 LG에너지솔루션으로 자리를 옮겨 기업공개(IPO) 등을 이끌며 배터리 사업을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

당시 회사는 현대차와 제너럴모터스(GM)의 전기차 리콜 사태가 발생해 어려운 시기를 보냈지만, 안정적으로 문제를 해결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일본 파나소닉이 독점 공급하던 테슬라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권 부회장은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걸출한 삼성의 부회장, 사장단과 경쟁을 할 수 있는 LG 임원이라는 평가가 있다”며 “특히 오너에게 회사를 위한 직언을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인물이다. 이번 용퇴에 대해 LG 내부에서도 아쉬워하는 분위기가 많다”고 말했다.

박성우 기자(foxpsw@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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