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의 기반부터 바꾸는 로드맵의 시작"
"공매도 금지 조치는 문제없는 사람을 수술대에 눕히는 꼴"
공매도 금지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해소할 수 있는가에 대해 학계의 의견이 엇갈렸다. [사진=황태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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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유튜브(삼프로TV)로 생중계된 '공매도 제도개선 토론회'엔 한국거래소·예탁결제원·한국증권금융·금융투자협회 실무 책임자들이 참석해 공매도 제도 개선 방안에 대한 담론을 나눴다.
공매도 제도 개선 주요 내용의 설명 이후 이어진 토론에서 학계·업계·투자자 대표들의 토론이 진행됐다.
강형구 한양대학교 파이낸스경영학과 교수는 공매도 개선 방안에 대해 기반공사 없이 아직 흙만 옮기는 단계라고 평가했다. 강 교수는 "기반공사 없이 흙만 옮기면 운동장은 다시 기울어질 것"이라며 "제도 이전에 시장의 발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돈을 빌리는데 이자율을 5%로 통일하면, 일부 사람들은 더 돈을 못 빌리고, 일부에게 물량이 집중될 수 있다"며 "시장의 변화 없이 조건만 맞추면 예기치 않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수요·공급·플랫폼의 독점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독점의 문제와 공정경쟁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공매도는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을 수 있다"며 "시스템적 리스크를 야기할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경고했다.
강 교수는 "공매도 제도 개선이 시장의 전반적인 기반까지 바꾸는 로드맵의 첫 단계가 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시장의 가장 중요한 기반은 신뢰이며, 공매도를 비롯한 자본시장에서 신뢰가 회복되지 않으면 어떠한 조치든 효과를 보기 힘들 것"이라고 제언했다.
빈기범 명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반대로 공매도 금지 조치 자체가 시행될 필요 없었다는 의견을 전했다.
빈 교수는 "이번 공매도 금지 조치 전 우리나라 대차·대주 시장이 수술 받을 정도로 큰 문제가 있지 않았다"며 "공매도 규제가 불필요한 정도가 아니라 아무 문제없는 사람을 수술대에 눕혀놓고 대수술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주식시장에서의 모든 거래는 계약 양자 간의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결정된다. 빈 교수는 "은행에서 나에게 5%까지의 돈을 빌려주고, 다른 사람에게 10%까지 빌려주면 기울어진 것이냐, 주식을 안 빌려주면 기울어진 운동장이냐"며 공매도 금지 조치가 불필요했음을 역설했다.
공매도 관리를 위해 전산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에 대해 "대차시장은 딜러시장, 대주시장은 대 고객시장과 같다"며 "대차시장이 완전하게 전산화된 사례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대차시장이 완전히 전산화되려면 중앙에 모든 것을 관리하는 거래소가 있어야 하고, 대차시장이 장내 거래소 시장이 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어 "농·축산물 시장에서도 도매와 소매는 구분이 돼 개인이 도매시장에 들어갈 수 없다"며 "주식 대차와 대주시장도 시장의 일반적인 관행으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황태규 기자(dumplin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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