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까지 서울 서초구 대법원 인근과 강남구 강남역 일대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유창훈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 얼굴이 담긴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이재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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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 개인에 대한 과도한 비방에 대해 ‘법원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안건이 각급 법원 대표 판사가 참여하는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통과됐다.
전국법관대표회의는 4일 경기도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제2차 정기회의를 열어 ‘사법권의 독립을 침해하는 공격행위에 대해 법원 차원에서 대응하고, 사법권의 독립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가 신속하게 연구·도입돼야 한다’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사법행정 및 법관 독립에 관한 사항에 대해 대법원에 의견을 표명하거나 건의하는 공식 기구로 1년에 두 차례 회의를 연다.
법관 대표 124명 가운데 91명이 투표에 참여한 이 안건에는 찬성 88명, 기권 3명으로 압도적인 찬성이 나왔다. 최근 서울뿐 아니라 전국 곳곳에서 재판 결과에 불만을 갖고 판사 얼굴 등 신상이 공개된 현수막을 법원 주변에 내거는 일이 잦아지다 보니 이 문제에 대한 판사들의 너른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전국법관대표회의 공보간사를 맡은 권보원 특허법원 판사는 “판결이 나오면 판결 이유나 법리적 타당성을 따지기보다는 법관 개인 신상을 털어 비난하는 경우 많다”며 “개별 법관이 (판사 비방을) 일일이 법적으로 대응할 수 없다 보니 법원 차원에서 대응이 필요하다는 취지”라고 안건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법관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이용할 때 법관으로서 공정성에 의심을 불러일으킬 만한 외관을 만들거나 법관으로서의 품위를 손상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는 안건도 통과됐다. 이 안건에는 법관 대표 124명 가운데 99명이 투표에 참석했고 찬성 53명, 반대 35명, 기권은 11명이었다. 다만 사회관계망 서비스 이용과 관련해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하자는 안은 통과되지 못했다.
앞서 박병곤 서울중앙지법 판사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선에서 진 지난해 3월 직후 “울분을 터뜨리고 절망도 하고 슬퍼도 했다가 사흘째부터는 일어나야 한다” 등의 글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시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정치 편향 논란이 인 바 있다. 박 판사가 지난 8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에게 검찰 구형보다 무거운 징역 6개월을 선고한 것이 정치 성향 때문이 아니냐는 논란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이에 김정중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은 박 판사가 정치적 견해로 인식될 수 있는 글을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린 부분에 대해 엄중 주의 조처를 한 바 있다.
이날 통과된 안건은 전국법관대표회의 차원의 조사와 연구 뒤 차기 회의에 보고하고, 최종 의결을 거쳐 대법원에 정식으로 건의될 전망이다.
이정규 기자 j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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