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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이 오픈AI의 GPT-4에 훨씬 앞서는 차세대 초거대 인공지능(AI) 모델인 '제미나이(Gemini)'를 5일 공개하면서 AI 개발 경쟁은 크게 3개 진영이 앞서나가는 모습이다. 자체적으로 AI 모델과 반도체까지 만드는 구글, 챗GPT를 만든 오픈AI와 연합군을 이룬 마이크로소프트(MS), 그리고 메타와 IBM을 중심으로 개방적으로 AI를 개발하는 '오픈소스' 진영이다.
5일(현지시간) 구글이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긴급하게 열고 제미나이를 공개한 것은 예상 밖의 모습이었다. 당초 11월 공개를 목표로 했던 제미나이는 내년 초로 발표가 미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오픈AI 이사진 쿠데타가 5일 천하로 끝을 맺고 오픈AI 투자사인 MS가 이사진 참관인으로 참여하면서 오픈AI 내 영향력이 더 확대되자 급하게 방향을 튼 것으로 보인다.
구글은 제미나이가 지금까지 공개된 거대언어모델(LLM) 중 가장 뛰어난 성능을 갖고 있다면서 오픈AI GPT-4와의 대부분 성능 평가에서 앞선다는 것을 강조했다. 구글은 제미나이를 성능과 크기에 따라 제미나이 울트라, 제미나이 프로, 제미나이 나노 3개 모델로 개발했다.
기자간담회 데모에서는 가장 고성능인 제미나이 울트라를 공개했지만, 실제 바드에는 내년 초에 탑재한다고 밝혔다. 제미나이 울트라에 대한 최종 작업이 끝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제미나이 공개를 결정한 셈이다. 완벽한 모델을 내놓기보다는 신속하게 제품을 공개해 구글의 역량이 오픈AI보다 앞서 있음을 보여주려 한 것으로 보인다.
구글은 제미나이 프로를 탑재한 바드가 무료라는 점도 강조했다. 챗GPT의 무료 서비스는 구형인 GPT-3.5를 사용하지만, 역시 무료 서비스인 바드에는 최신 모델인 제미나이 프로를 제공하면서 오픈AI와의 차별화에 나선 것이다. 구글은 제미나이를 가동하기 위한 AI 반도체 TPU v5p도 공개했다. 가장 AI 학습을 잘할 수 있는 인프라스트럭처를 갖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하이퍼컴퓨터 아키텍처를 공개하면서 앞으로 'AI 슈퍼컴퓨터 인프라'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자체 개발한 AI 반도체를 공개하고 AI 클라우드 인프라를 확장하는 MS를 견제하는 모습이다.
구글은 스마트폰에 적용하는 소형 모델인 제미나이 나노도 공개해 '온디바이스 AI' 경쟁에 뛰어들었다. 스마트폰에서 작동되는 AI를 경쟁사인 애플 아이폰과의 차별점으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
구글을 의식한 듯 MS는 AI 종합 솔루션인 코파일럿에 오픈AI가 개발한 GPT-4 터보를 장착한다고 이날 발표했다. 새 코파일럿에는 GPT-4 터보 모델뿐 아니라 이미지 생성기인 달리3, 검색엔진 '빙'을 위한 심층 검색 기능을 추가했다. 사실상 챗GPT 유료 버전을 그대로 갖고 온 것이다. 이날 MS는 자사 블로그를 통해 "현재 일부 사용자를 대상으로 테스트 중"이라면서 "앞으로 몇 주 안에 코파일럿에 광범위하게 통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파일럿은 구글이 장악한 검색 시장을 정조준했다.
구글이 독자 노선을 걷고 MS가 오픈AI와 연대를 했다면, 후발주자인 메타와 IBM은 50개 기관과 연대하는 방식으로 패권에 도전한 상태다. 지난 4일 메타와 IBM은 AI 분야의 협력을 증진하기 위해 'AI얼라이언스(동맹)'를 창설했다고 발표했다. AI동맹은 초거대 AI를 무료로 배포하는 오픈소스 진영의 도전장이다. AMD, 델테크놀로지스, 허깅페이스, 인텔, 오라클, 레드햇은 물론 미국 항공우주국(NASA), 미국 코넬대·예일대를 비롯한 산업계와 학계, 연구기관, 정부기관이 참여한다.
메타와 IBM이 주도하는 동맹은 이 같은 오픈소스 확산을 위해 △AI 알고리즘을 평가하는 공통 프레임워크 구축 △AI 연구자금 마련 △오픈소스 모델에 대한 협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초거대 AI를 놓고 이처럼 경쟁이 치열한 까닭은 디지털 세계의 패권이 AI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포천비즈니스인사이트에 따르면 글로벌 생성형 AI 시장 규모는 2023년 438억달러(약 57조원)에서 2030년 6679억달러(약 876조원)로 연평균 47%씩 폭증할 전망이다.
한편 초거대 AI를 둘러싼 전쟁은 빅테크 3개 진영만 벌이는 것이 아니다.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AI 스타트업 xAI는 이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최대 10억달러(약 1조3000억원) 규모로 자금 조달을 하겠다고 보고했다. 오픈AI를 공동 창업한 바 있는 머스크는 올해 7월 별도 AI 기업을 설립하고 '그록(Grok)'이라는 챗봇을 공개한 상태다.
아마존웹서비스(AWS) 역시 지난달 텍스트를 통한 의사소통으로 문서 요약과 자료 생성, 코드 작성 업무를 도와주는 기업용 생성형 AI 챗봇 '아마존Q'를 전격 공개했다. 구글 클라우드, MS 애저 같은 클라우드 분야 경쟁사가 잇달아 생성형 AI를 탑재하자 반격에 나선 것이다.
[실리콘밸리 이덕주 특파원 / 서울 이상덕 기자 / 송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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