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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5 (토)

이슈 세월호 인양 그 후는

세월호 참사 7년 만에 아들 사망 안 친모…대법 "위자료 못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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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로 아들이 사망한 사실을 뒤늦게 안 친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자신의 위자료는 소멸시효가 지나 받을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사망한 아들이 국가에 대해 갖는 위자료 청구권 중 모친이 상속재산으로 상속받게 되는 부분은 시효정지 규정이 적용되지만 아들의 사망에 따른 모친 고유의 위자료 청구권의 경우 국가재정법에 따라 5년의 소멸시효 기간이 적용되는데, 이미 시효가 완성된 뒤에 권리를 행사했다는 이유다.

아시아경제

서울 서초동 대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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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14일 A씨가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2000년 8월 남편과 이혼하면서 아들에 대한 친권행사자를 남편으로 정했다. 그리고 이후 남편은 물론 아들과도 별다른 교류 없이 지냈다.

안산 단원고등학교 재학생이었던 A씨의 아들은 2014년 세월호 참사로 숨졌다. A씨의 남편은 2015년 5월 아들의 사망에 대한 배상금을 신청해 지급받았지만 A씨는 이 같은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A씨가 아들의 사망 사실을 알게 된 건 사건 발생 7년 만인 2021년 1월 25일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 담당자로부터 국민성금을 수령해가라는 연락을 받고서였다.

A씨는 국가의 구조 실패로 아들이 숨졌다며 2021년 3월 31일 뒤늦게 국가를 상대로 3억9000여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이미 형사재판에서 국가 공무원들의 책임이 인정된 만큼 사망한 아들 본인이나 모친이 국가에 대해 위자료 청구권을 갖는다는 점에 대해서는 크게 다툼의 여지가 없었지만, 뒤늦게 소송을 낸 만큼 소 제기 시점에 손해배상 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지났는지가 쟁점이 됐다.

민법은 제766조에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권의 소멸시효를 '피해자나 그 법정대리인이 그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 '불법행위를 한 날로부터 10년'으로 정하고 있다. 둘 중에 어느 하나가 먼저 도래하면 권리는 소멸한다.

그리고 민법 제181조는 '상속재산에 속한 권리나 상속재산에 대한 권리는 상속인의 확정, 관리인의 선임 또는 파산선고가 있는 때로부터 6월내에는 소멸시효가 완성하지 아니한다'고 규정, 상속인이 확정되거나 상속재산 관리인이 선임된 때로부터 6개월 간 시효가 진행되지 않고 정지되도록 규정했다.

한편 '4·16세월호참사 피해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세월호피해지원법) 제15조의2는 '4·16세월호참사로 인하여 발생한 피해(4·16세월호참사 당시 세월호에 승선하여 정부에서 세월호 수색종료를 발표한 2014년 11월 11일까지 수습되지 아니한 사람에 관한 피해를 말한다)에 대한 손해배상의 청구권은 민법 및 국가배상법 등 관계 법령에도 불구하고 그 피해자 또는 법정대리인이 그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부터 5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시효의 완성으로 소멸한다는 소멸시효에 관한 특례를 두고 있다.

시신이 발견되지 않은 피해자의 경우 유족들이 피해자의 사망 사실과 가해자를 안 때로부터 5년이 경과한 때 비로소 손해배상 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되도록 한 규정이다.

1심은 이미 소멸시효가 완성돼 국가의 배상책임을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에서 국가는 세월호피해지원법상 5년의 소멸시효가 지난 뒤에 소송이 제기됐다고 항변했지만, 재판부는 해당 규정은 시신이 수습되지 않은 피해자와 관련된 조항인데, A씨 아들의 경우 2014년 4월 20일경 시신이 수습돼 안치된 만큼 특례규정이 적용되는 희생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배척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A씨의 위자료 청구권에 대해 민법상 소멸시효 규정을 적용해 판단했다.

그리고 사건 관련자들의 형사 재판이 확정된 2015년 11월 27일을 기산점으로 계산했을 때 법정대리인이 그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이 지난 이후에 소가 제기됐기 때문에 A씨의 위자료 청구권은 소멸시효가 완성됐다고 결론 내렸다.

A씨는 특별법에 따라 국가가 남편에게 2억7000여만원의 배상금·위로지원금을 지급했다는 점을 근거로 같은 조건의 채궝자인 자신에 대해 국가가 소멸시효 완성을 항변하는 것은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도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국가에게 국민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는 사유만으로 국가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 자체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해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할 수는 없다"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2심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A씨가 '손해 및 가해자를 안 시점'을 아들의 사망을 안 2021년 1월로 봐야 하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본인의 위자료뿐 아니라 아들 몫의 일실수입과 위자료에 대한 상속채권도 마찬가지라고 봤다.

이에 모친 본인의 위자료 3000만원, 사망한 아들의 일실수입(장차 벌 수 있었지만 사망함으로써 벌 수 없게 된 수입)과 위자료 3억7000만원을 국가가 A씨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아들의 일실수입 부분에 대한 2심 판단에는 문제가 없다고 본 반면, 모친 고유의 위자료는 소멸시효가 완성된 뒤에 소가 제기됐다고 봤다.

재판부는 A씨 본인의 위자료에 대해서는 국가재정법상의 시효 규정이 적용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국가재정법 제96조는 국가에 대한 권리로서 금전의 급부를 목적으로 하는 권리의 경우 시효에 관해 다른 법률에 규정이 없으면 5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부 측 주장대로 김경일 전 목포해경 123정 정장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가 유죄로 인정된 2015년 11월 27일을 기준으로 5년이 경과했으므로 청구권이 소멸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먼저 대법원 판례를 인용해 "어떤 권리의 소멸시효기간이 얼마나 되는지에 관한 주장은 단순한 법률상의 주장에 불과하므로 변론주의의 적용대상이 되지 않고 법원이 직권으로 판단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원심으로서는 직권으로 적법한 소멸시효기간을 살펴 소멸시효 완성에 관한 피고 주장의 당부를 판단했어야 한다"라며 "민법 단기소멸시효의 완성 여부만 판단해 곧바로 피고(국가)의 항변을 배척한 것이므로, 소멸시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반면 재판부는 아들 몫의 일실수입과 위자료 채권에 대한 3억7000여만원의 배상책임은 그대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상속재산의 시효 정지에 관한) 민법 제181조의 '상속인의 확정'은 상속인의 존부 또는 소재나 생사 불명인 상태에서 상속인이 확정된 경우뿐만 아니라 상속의 승인 여부가 확정되지 않다가 상속의 승인 등에 의해 상속의 효과가 확정된 경우까지 포함한다"고 밝혔다.

사망한 아들의 일실수입이나 위자료 채권은 '상속재산에 속한 권리'이기 때문에 상속인이 확정된 때로부터 6개월 간 소멸시효가 정지되는데, A씨가 아들의 사망 사실을 알게 된 2021년 1월 25일로부터 6개월의 소멸시효 정지기간이 지나기 전(2021년 3월 31일) 소송을 냈으므로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않았다는 결론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소멸시효기간에 관한 주장이 법률상 주장으로서 직권판단사항임을 재확인하고, 민법 제181조 '상속인의 확정'에 '상속 승인 등에 의해 상속의 효과가 확정된 경우'가 포함된다는 점을 최초로 확인한 판결"이라고 밝혔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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