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05 (화)

이슈 질병과 위생관리

기간제 직원에 ‘폭언·퇴사 압박’ 치과의사, 법원 “1500만원 배상”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사후 조치 미흡’ 병원 측도 함께 배상

기간제 치위생사에게 폭언과 퇴사를 종용한 치과의사와 피해자 보호에 미흡했던 대학병원 측이 함께 손해 배상 책임을 지게 됐다.

조선일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모습.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42단독 강정연 판사는 한 대학병원의 치위생사로 근무하던 A씨 등 2명이 이 병원의 치과의사 B씨와 병원 운영 법인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고들이 함께 원고 1명당 1500만원과 지연이자를 지급하라”며 최근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대학병원에서 기간제 치위생사로 근무한 A씨 등은 2019∼2020년 무기계약직 전환 과정에서 B씨에게 여러 차례 폭언을 들었다. 치과의사이자 그 병원 관리자였던 B씨는 2019년 6∼9월 A씨 등에게 “무책임하고 기본적인 게 없다. 후배들한테 도움이 안 되는 선배다” “이기적이고 자기밖에 모른다” “인성적으로 준비가 안 돼 있다” “꼴도 보기 싫고 일도 같이하기 싫다” “건방지고 짜증난다”는 등의 발언을 했다. 그러면서 “퇴사 후 실업급여를 받고 추후 계약직으로 입사하라”고 말하거나 “재계약하지 않겠다”는 등 압박도 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B씨는 다른 사람들이 함께 있는 자리에서도 A씨에 대해 “나쁜 애” “야비한 사람” “좋은 병원 다닐 자격이 없다”는 등의 말을 했다. 또 다른 직원들에게 A씨 등과 같이 붙어다니지도 말라고 하기도 했다.

A씨 등은 병원 측에 피해 사실을 알리고 B씨에 대한 조치를 요구했다. 그러나 병원 측은 신고를 접수한 지 약 2년 6개월이 지나서 B씨에게 감봉 1개월 징계를 내렸다. 이에 A씨 등은 피해자에 대한 보호가 미흡했다며 병원 측을 상대로도 손해 배상을 청구했다.

재판부는 B씨의 행동이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해 정신적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 등이 다소 불성실한 면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만 B씨의 언행은 직설적이면서도 모멸적이며, 퇴사 후 재입사를 요구하는 방식도 강압적이었다”며 “이는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정신적 고통을 주는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고 했다. 병원 측에 대해서도 “근로기준법에 따라 사용자가 직장 내 괴롭힘 발생을 알게 됐을 땐 지체 없는 사실 조사와 피해자 보호조치가 이뤄져야 하지만 병원 측은 이를 위반했다”고 B씨와 함께 배상 책임이 있다고 봤다.

[허욱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