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후 조치 미흡’ 병원 측도 함께 배상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모습.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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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42단독 강정연 판사는 한 대학병원의 치위생사로 근무하던 A씨 등 2명이 이 병원의 치과의사 B씨와 병원 운영 법인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고들이 함께 원고 1명당 1500만원과 지연이자를 지급하라”며 최근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대학병원에서 기간제 치위생사로 근무한 A씨 등은 2019∼2020년 무기계약직 전환 과정에서 B씨에게 여러 차례 폭언을 들었다. 치과의사이자 그 병원 관리자였던 B씨는 2019년 6∼9월 A씨 등에게 “무책임하고 기본적인 게 없다. 후배들한테 도움이 안 되는 선배다” “이기적이고 자기밖에 모른다” “인성적으로 준비가 안 돼 있다” “꼴도 보기 싫고 일도 같이하기 싫다” “건방지고 짜증난다”는 등의 발언을 했다. 그러면서 “퇴사 후 실업급여를 받고 추후 계약직으로 입사하라”고 말하거나 “재계약하지 않겠다”는 등 압박도 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B씨는 다른 사람들이 함께 있는 자리에서도 A씨에 대해 “나쁜 애” “야비한 사람” “좋은 병원 다닐 자격이 없다”는 등의 말을 했다. 또 다른 직원들에게 A씨 등과 같이 붙어다니지도 말라고 하기도 했다.
A씨 등은 병원 측에 피해 사실을 알리고 B씨에 대한 조치를 요구했다. 그러나 병원 측은 신고를 접수한 지 약 2년 6개월이 지나서 B씨에게 감봉 1개월 징계를 내렸다. 이에 A씨 등은 피해자에 대한 보호가 미흡했다며 병원 측을 상대로도 손해 배상을 청구했다.
재판부는 B씨의 행동이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해 정신적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 등이 다소 불성실한 면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만 B씨의 언행은 직설적이면서도 모멸적이며, 퇴사 후 재입사를 요구하는 방식도 강압적이었다”며 “이는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정신적 고통을 주는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고 했다. 병원 측에 대해서도 “근로기준법에 따라 사용자가 직장 내 괴롭힘 발생을 알게 됐을 땐 지체 없는 사실 조사와 피해자 보호조치가 이뤄져야 하지만 병원 측은 이를 위반했다”고 B씨와 함께 배상 책임이 있다고 봤다.
[허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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