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불법출금 수사무마’ 재판
법조계에 따르면, 이 연구위원의 직권남용 사건 항소심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수원지검은 지난해 11월 말 서울고법 형사5부(재판장 서승렬)에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고 재판부는 이를 허가했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불법 출국금지' 의혹 수사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이성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이 지난 7월 항소심 첫 재판에 출석하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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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연구위원은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이던 2019년 6월 안양지청이 김 전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과 관련해 이규원 당시 대검 진상조사단 소속 검사를 수사하겠다고 보고하자 외압을 가해 수사를 중단시킨 혐의로 기소됐다. 그러나 1심은 이 연구위원이 직권을 남용해 안양지청 검사들에게 위법한 압박을 가했다고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본지가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변경된 공소장을 확인해보니 검찰은 이 연구위원 공소장에서 범죄 사실은 변경하지 않고 결어(結語)만 수정했다. 기존 공소장에는 “(이 연구위원이) 안양지청 지휘부를 통해 수사팀 검사들로 하여금 긴급출국금지 과정에서의 위법 행위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지 못하도록 했다”고 돼 있었지만 변경된 공소장에선 “안양지청 지휘부를 압박해 수사팀 검사 등으로 하여금 긴급출국금지 과정에서의 위법 행위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지 못하도록 해 안양지청 수사관계자들의 수사권 행사를 방해했다”고 바뀌었다. ‘지휘부를 통해’가 ‘지휘부를 압박해’로 바뀌고 ‘수사팀의 수사권 행사를 방해했다’는 내용이 추가된 것이다.
이는 1심 재판부가 안양지청 지휘부에 대한 대검 반부패부의 ‘압박’을 인정하지 않은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이 연구위원의 1심 재판에서 이현철 전 안양지청장, 배용원 전 안양지청 차장 등 안양지청 지휘부는 증인으로 출석해 “대검 반부패부로부터 수사를 하지 말란 취지의 말을 들었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1심은 이들 주장 대신 “수사 외압은 없었다”는 이 연구위원 주장을 받아들였다. 당시 재판부는 “당시 검찰이 불법 출금 수사를 하지 못한 것은 대검 반부패부와 안양지청 사이의 소통 부재, 안양지청 지휘부의 자의적 판단 등이 종합된 것”이라는 취지로 판결했다.
1심 판결에 반발해 항소한 검찰은 항소심 첫 재판에서 “1심 판단에서 가장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은 일관적인 피해자 측 안양지청 관계자 진술과 피고인 측 반부패부 진술이 대립하는 과정에서 피고인 측 진술만 취해 사실을 확정했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후 검찰은 이 전 지청장 등을 다시 증인으로 신청했고, 이 전 지청장은 법정에서 “대검찰청의 수사 외압을 느꼈다”는 취지로 재차 진술했다.
검찰은 또 최종 수사 결과 보고서가 안양지청 수사팀의 의사에 반해 작성·제출됐다는 정황도 보강했다. 기존에는 “(이 연구위원이) 안양지청 수사팀 검사들의 의사에 반하는 최종 수사결과보고서를 작성하여 제출하게 했다”고 했지만 새 공소장에는 “이현철 안양지청장, 배용원 차장검사, 장준희 부장검사의 의사에 반하는 보고서”라고 구체적 대상을 명시했다. 한 검찰 관계자는 “당시 대검 반부패부가 안양지청 지휘부를 뭉개고 수사를 무마했다고 더 구체적으로 못박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한편 검찰은 지난달 5일 항소심 결심에서 이 연구위원에게 징역 2년을 구형했다. 선고 기일은 이달 25일 열린다.
[유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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