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한나라당 선거대책위원장 윤여준 “참모와 의논”
당시 당 대표 비서실장 유정복 “내가 실제로 들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당시 한나라당 대표)이 2006년 5월 피습 후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는 모습. /한나라당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일 부산 방문 도중 흉기로 습격당한 후 유사한 사례인 박근혜 전 대통령의 ‘커터칼 피습’ 사건이 다시 회자됐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이 병상에서 처음 한 말로 알려진 “대전은요?” 발언이 나온 배경을 놓고 서로 다른 주장이 나와 논란이 됐다.
2006년 5월 20일 한나라당 대표였던 박 전 대통령은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 신촌에서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단상에 오르다가 50대 지모씨가 휘두른 문구용 커터칼에 오른쪽 뺨을 공격당했다. 11㎝ 길이의 자상을 입고 봉합수술을 받은 박 전 대통령이 측근들에게 “대전은요”라고 물었다고 언론에 보도됐다. 퇴원 뒤 실제로 대전부터 선거 지원에 나서면서 한나라당에 열세이던 판세가 뒤집혔다.
그해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선거대책위원장을 지낸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3일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시 공보특보였던 구상찬 전 의원과 해당 발언에 관해 의논했다고 주장했다. 윤 전 장관은 “(구 전 의원이) ‘조금 있으면 마취에서 깨어나실 텐데, 첫 마디를 뭐라고 했다고 발표해야 하느냐’고 물어보기에, 둘이 의논했다”고 했다.
윤 전 장관은 “짧은 발언이 좋겠다”고 했고, 구 전 의원이 “(판세가 박빙인) 대전 관련해서 말하는 게 어떨까요?”라고 말했다고 한다. 윤 전 장관이 “표현은 무엇으로 하나”라고 되묻자 구 전 의원이 “대전은요”라고 발언을 다듬었다고 했다. 윤 전 장관은 “정치판에서 그런 일은 많다”고 했다.
그러나 당 대표 비서실장으로 당시 박 전 대통령을 가장 가까이서 보좌했던 유정복 인천시장은 “윤 전 장관의 말은 팩트가 다 틀리므로 잠시 착각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유 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박 전 대통령은 3시간 30분 동안 60여 바늘을 꿰맨 대수술을 받았다. 다음날 한나라당 비상의원총회에서 모두가 격앙되어 강력 대응을 주장했는데, 제가 수술에서 깨어난 박 전 대통령에게 그 사실을 보고하자 첫 마디는 ‘오버하지 말라고 하세요’였다”고 했다. 그다음 날 병실에 들어가 현재 선거 상황에 대해 보고하자 박 전 대통령의 첫 발언은 “대전은요?”였다고 한다.
유 시장은 “’대전은요?’ 발언은 수술에서 깨어난 후 첫 발언이 아니라, 이틀 뒤 선거 상황을 보고했을 때 나온 첫 발언이었으므로 윤 전 장관이 얘기한 상황과는 전혀 다르다”고 했다. 언론에 알려지게 된 계기 역시 병실에서 나왔을 때 만난 기자가 ‘별일 없었냐?’고’고 묻기에 별생각 없이 “‘대전은요’라고 말씀하셨다”고 답했을 뿐이라고 했다.
유 시장은 “당시 무슨 의도를 갖고 한 말이 아니었고, 그 말을 듣고 얘기한 사람은 당시 비서실장이었던 제가 유일했다. 보도 경위도 매우 우연에 가깝다”며 “있지도 않았던 내용으로 진실이 왜곡되고 박 전 대통령의 진정성이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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