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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효를 극대화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면 약물이 우리 몸의 필요한 곳에 정확히 도달하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포트래이는 공간전사체라는 일종의 입체지도와 데이터를 가지고 이를 가능하게 만들죠. 공간전사체 분석이야말로 제약업계의 최대 고민거리를 해결해줄 수 있는 열쇠입니다."
나권중 서울대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최근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공간전사체 기술의 유용성과 혁신성을 강조했다. 그는 "전사체란 체내에 특정 리보핵산(RNA)이 얼마큼 발현돼 있는지 알려주는 역할을 하는데 여기에 '공간' 개념이 더해지면 어떤 형태의 조직에서 어느 위치에 RNA가 비정상적으로 존재하는지를 알 수 있다"며 "질병은 세포 하나가 아닌 여러 세포들끼리의 상호작용 속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A라는 세포가 무엇과 가까이 있고, B·C세포와는 서로 어떤 영향을 주고받는지 파악하는 것이 정복의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나 교수가 2021년 만든 포트래이는 인공지능(AI)으로 공간전사체를 분석해 약물이 체내 조직에 어떻게 분포하고 무슨 작용을 일으키는지 밝혀내고 있다. 약물의 기전을 분자 수준으로 정밀하게 분석해 제약사가 최적의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도록 돕는다.
나 교수가 공간전사체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건 2019년부터다. 앞서 공중보건의로 근무할 당시 인간의 병태생리를 파악하는 연구에 몰두한 것이 계기가 됐다. 그는 "하루에 많게는 4명의 환자를 수술하고 40여 건의 외래진료를 보는 것이 임상의사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인데, 신약은 내가 직접 만나지 못하는 환자에게도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며 "공간전사체 관련 데이터를 분석한 지 2년 정도 지났을 무렵 신약 개발 플랫폼 기술을 확보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 시점에 학부 때부터 가까이 지낸 최홍윤 서울대병원 핵의학과 교수가 창업을 제안해 의과학자 길이 시작됐다.
포트래이는 서울대 의대 출신 의사 3명과 가톨릭대 의대 출신 의사 1명이 의기투합해 공동 창업했다. 나 교수는 최고의료책임자(CMO)로 포트래이 기술을 실제 의료 현장에 적용하는 과정을 총괄하고, 최 교수는 최고기술책임자(CTO)로 AI를 통해 생체조직의 이미지와 유전체 정보를 분석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임형준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교수는 최고과학책임자(CSO)로 약물 기전이 인체 조직에 어떻게 나타는지 등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전체 회사 경영은 이대승 대표가 맡고 있다.
공간전사체를 활용하는 데 가장 핵심이 되는 기술은 '분석'이다. 포트래이는 분석 기술을 특화시키기 위해 4가지 서비스를 구축했다. 신약에 쓰이는 약물을 검증·추천해주는 '포트래이 타깃', 약물 분포를 탐색하는 '포트래이 드럭', 약물 적용 효과를 확인하는 '포트래이 MOA', 인체에서 유래한 공간전사체 데이터를 AI에 학습시켜 종양의 특성을 파악하는 '포트래이 TME' 등이다. 나 교수는 "공간전사체 데이터를 특정 실험과 연계해 어떤 약효가 나올지, 보완점은 무엇인지 정확히 예측하는 건 다른 차원의 문제"라며 "포트래이는 AI와 정보기술(IT)에 의학을 접목시켜 독자적인 서비스를 만들었고 이들을 하나의 사슬로 연결해 분석의 범위를 넓히고 정확도와 속도를 높였다"고 말했다.
현재 포트래이는 국내외 제약사와 10여 건의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올 하반기에는 미국 진출도 추진하고 있다. 이미 지난해 미국의 한 대학 연구소에 공간전사체 플랫폼을 수출하는 계약을 성사시켰다. 궁극적인 꿈은 포트래이의 기술을 여러 질환에 접목시켜 신약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나 교수는 "외래에서 환자들을 만나다 보면 미충족 의료 수요가 여전히 크다는 걸 느낀다"며 "장기적으로는 암 외에 치매, 만성 염증성 질환 등으로 분석 영역을 넓히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어 "뇌 질환과 관련해 유의미한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심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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