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금 1500만원 선고 원심 파기 환송
집에서 식품을 만들어 직접 판매한 것은 제조 기간과 관계없이 즉석판매제조·가공업에 해당해 영업 등록 의무 없이 관할 관청에 신고만 하면 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사기, 식품위생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벌금 15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춘천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집에서 7년여 동안 숙성·발효하는 방식으로 식초를 제조한 후 파킨슨병에 수반되는 변비 증세를 완화하는 데 효과가 있다며 2020년 5월 식초 7병을 1240만원에 판매하는 등 사기 혐의로 기소됐다. 식품을 제조하거나 가공해 판매하기 위해 필요한 영업 등록 의무를 지키지 않는 등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도 적용했다.
이번 사건은 A씨에게 영업 등록 의무가 있는지가 쟁점이었다. A씨는 유통업체에 판매한 것이 아니고 집에 방문한 소비자에게 바로 팔았으므로 즉석판매제조·가공업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즉석판매제조·가공업은 식품을 업소에서 제조·가공해 직접 최종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업종으로 영업 등록 의무가 있는 식품제조·가공업과 달리 관할 관청에 신고만 하면 된다.
1심과 2심은 A씨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해 벌금 1500만원을 선고했다. 식초를 제조하기까지 7년이라는 기간이 소요됐므로 A씨 행위가 즉석판매제조·가공업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원심 판단을 뒤집고 즉석판매제조·가공업에 해당한다고 봤다. 다만 A씨에 대한 사기 혐의는 유죄 판단을 유지했다.
대법원은 "식품위생법령은 통·병조림 식품 등을 제외한 모든 식품을 즉석판매제조·가공업의 대상 식품으로 규정하고 있을 뿐 식품 제조 기간 장단에 따라 이를 달리 취급하지 않고 있다"며 "피고인의 식품 제조 기간이 7년 정도에 이르더라도 즉석판매제조·가공업 대상 식품에 해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행법은 기성 상품을 판매 장소에서 덜어 판매하는 것도 즉석판매제조·가공업으로 인정하면서도 식초 등 일부 식품은 제외한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A씨가 직접 식초를 만들어 팔았으므로 이 규정을 적용받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영업 등록이 요구되는 식품제조·가공업과 구별해 영업 신고가 요구되는 즉석판매제조·가공업 개념과 요건, 그 대상 식품 등에 관해 최초로 설시해 이를 보다 명확히 한 판결"이라고 말했다.
아주경제=정해훈 기자 ewigjung@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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