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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기연 이전 논란 계기, 진주혁신도시 '탈주 도미노'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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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악한 주거·의료 인프라 회의감…여유 있는 생활환경은 장점"

혁신도시 거주 평균 연령 33세 젊은층 지원책 마련 시급

연합뉴스

진주혁신도시
[경남 진주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진주=연합뉴스) 박정헌 기자 = 경남 진주혁신도시 한 공공기관에서 근무 중인 30대 A씨는 경기도 출신이다.

취업 뒤 수도권에서 쭉 지내다 본사에서 근무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자발적으로 지원해 약 1년 전 진주로 넘어왔다.

평소 희망하던 본사 근무였으나 막상 아무런 연고가 없는 타지에서 생활해보니 불편한 점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

주말마다 경기도 본가를 오가는 것도 번거롭고 처음 보는 직원 2명과 함께 한 숙소에서 지내는 것도 불편했다.

무엇보다 결혼을 준비하다 보니 현실적 문제들이 발목을 잡으며 진주 생활을 더 어렵게 만들었다.

자녀 교육이나 집값 등을 생각하면 지방보다 수도권에 둥지를 트는 게 훨씬 더 낫겠다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이다.

열악한 문화환경이나 불편한 대중교통, 낙후한 병원 인프라 등도 진주 생활에 회의감이 들게 하는 요소였다.

반면 진주혁신도시 다른 공공기관에서 근무 중인 40대 B씨는 진주 생활이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럽다.

B씨는 약 10년 전 아내, 자녀 2명과 함께 경기도에서 진주로 옮겨왔다.

처음에는 외지 사람과 쉽게 어울리지 않는 지역정서 때문에 애를 먹기도 했다.

그러나 수도권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깨끗한 자연환경에서 사람에 치이지 않고 여유 있는 생활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마음에 들었다.

어디를 가나 인파로 북적대는 수도권과 달리 진주에서는 한적하게 가족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진주로 넘어올 당시 자녀 2명이 모두 초등학교 저학년이라 교육에 대한 고민도 크지 않았다.

아이들도 지금 학교생활에 만족하고 있어 B씨는 진주로 내려와 살기를 참 잘했다고 생각한다.

2007년 착공, 2013년 1월 중앙관세분석소 입주를 시작으로 조성된 진주혁신도시는 이제 15년 넘는 역사를 갖게 됐다.

그러나 최근 국방기술진흥연구소(이하 국기연) 일부 부서의 대전 이전 추진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아직 안정적 생활환경을 구축하지 못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연합뉴스

국방기술진흥연구소
[경남 진주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방위사업청이 국기연 부서 이전 계획을 철회하기로 하면서 이 문제는 일단락됐으나 진주혁신도시가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타지역에서 유입된 사람들이 지역에 계속 머물 수 있는 기반이 구축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지속해서 나온다.

4일 진주시에 따르면 진주혁신도시는 충무공동 일원 409만3천㎡ 부지에 조성돼 현재 11개 공공기관 4천712명이 근무하고 있다.

가족 동반 이주율은 2016년 12월 48.6%에서 작년 12월 69.3%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진주혁신도시 거주 인구 또한 2014년 5천963명에서 작년 3만3천694명으로 5배 넘게 늘었다.

통계상 수치로 봤을 때 진주혁신도시는 안정적으로 자리 잡았다고 볼 수 있으나 국기연 사례처럼 겉으로 보이지 않는 불안 요소가 잠재하고 있다.

시를 포함해 지역사회가 국기연 일부 부서 이전 문제에 예민하게 반응한 것도 이 때문이다.

국기연 부서 이전이 도화선이 돼 다른 기관들도 앞다퉈 진주를 떠나려 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컸다.

진주혁신도시 거주 평균 연령은 33세로 무엇보다 젊은 세대가 마음 편히 지낼 수 있는 환경을 가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진주혁신도시 한 공공기관 직원은 "젊은 세대의 가장 큰 고민은 결혼과 주거 문제인데 둘 다 진주에서 충족하기 어렵다"며 "수도권과 달리 대중교통도 불편하고 병원을 가보면 낡은 곳이 많아 이런 곳에서 진료받아도 될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다른 공공기관 직원은 "가족이 있는 직원들에게 자녀 교육과 병원 문제가 결국 가장 큰 걸림돌"이라며 "어쨌든 경쟁력 있는 교육환경을 자녀들에게 제공해주고 싶고, 아파서 병원에 가면 의료진 실력이 떨어진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라고 설명했다.

home12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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