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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4 (일)

'밸류업 수혜株' 찾았다 … 삼성물산·두산밥캣·CJ제일제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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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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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부가 국내 증시 저평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으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내놓기로 하면서 메리츠금융그룹이 주목받고 있다. 실적이 고공행진을 거듭하는 것과 더불어 주주 환원과 관련해서도 다른 기업들을 압도하기 때문이다. 증시에서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으로 일본의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미만 저평가 주식에 대한 주주 환원 압박 정책과 닮은꼴인 정책이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국내 투자자들은 밸류업 프로그램이 작동하면 메리츠와 비슷한 경로를 밟아 가는 기업들이 혜택을 입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제2의 메리츠'로는 삼성물산과 두산밥캣, CJ제일제당이 지목된다. 다만 밸류업 프로그램 내용이 기대에 못 미칠 경우 주가에 별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미 주가에 선반영된 부분의 되돌림 현상도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주주와 함께 성장하는 메리츠 오너

메리츠금융그룹이 주목받는 것은 한국과 일본의 증시 부양책이 나오기 전부터 주주 환원의 선구자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메리츠금융그룹은 증권, 보험사 등을 운용하면서 자산 운용 면에서 수익률을 계속 높여 왔다. 자금난을 겪는 일부 건설사에 연 13%가 넘는 고금리를 받기도 했다. '고위험 고수익'이라는 금융업의 원칙을 고지식하게 적용한 것이다.

메리츠는 이렇게 번 돈의 50%를 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 등 주주 환원에 썼다. 2023년 주주 환원액은 1조883억원으로, 메리츠 연간 순익(2조2000억원)의 약 절반이다.

메리츠는 오너 그룹들에 만연한 '쪼개기 상장'과도 정반대의 행보를 보였다. 조정호 메리츠금융 회장은 2022년에는 자회사인 화재와 증권의 지분 100%를 보유하는 완전 자회사 체제로 그룹 내 상장사를 금융지주만 남겨놨다. 이 과정에서 조 회장의 메리츠금융지주 지분율은 75%에서 50% 밑으로 하락했다. 소유와 경영을 분리했기에 이런 결단이 가능했다. 일반 주주를 동업자로 대우한 조 회장도 돈방석에 앉았다. 그의 지분 가치는 올 2월 19일 현재 7조5130억원으로, 1년 새 80% 넘게 증가했다.

국내에선 비교 대상이 없는 메리츠의 주주 환원은 매년 1조원 이상 버는 '1조클럽'인 데다 최고경영자(CEO)의 강력한 의지 덕분이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같은 외부 자극과 메리츠의 성공 사례를 벤치마킹하려는 상장사가 최근 늘어나면서 이들이 중장기 투자처로 각광받고 있다. 영업이익 1조클럽과 현금성 자산 1조원 이상 CEO의 주주 환원 의지가 돋보여 '제2의 메리츠'가 될 후보군으로는 삼성물산, 두산밥캣, CJ제일제당 등이 꼽힌다.

주주 환원 더블압박 삼성물산 주가 탄력받나

지난 20일 블룸버그와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날까지 2023년 잠정 실적과 추정치가 존재하는 국내 상장사는 1106곳이다. 이들 중 2020년 영업이익이 1조원이 넘었던 상장사는 메리츠금융지주를 비롯해 25곳이었다. 2021년 1조클럽은 48곳으로 급증했다가 2022년 43곳, 2023년 38곳으로 2년 연속 감소세다. 대기업조차도 불황의 여파를 이기지 못해 주주 환원 여력이 있는 상장사가 줄고 있다는 뜻이다.

삼성물산은 2021년 영업이익 1조1960억원, 2022년 2조5285억원, 작년에 2조8702억원으로 3년 연속 1조클럽을 달성했다. 현금 등 현금성 자산 역시 1조클럽이다. 2022년 말 4조2000억원에서 2023년 3조1000억원으로 감소하긴 했지만 여전히 금고가 넉넉하다.

삼성물산의 주당 배당금은 2022년 기준 2300원이지만, 2023년에 2550원으로 올릴 예정이다. 1년 새 11% 상승했지만 주주에겐 불만이다. '더블 1조클럽'(영업이익 1조원+현금성 자산 1조원)인 삼성물산 주주에겐 성이 차지 않는다는 것이다.

영국계 자산운용사인 시티오브런던 등은 오는 3월 15일 열리는 주주총회 안건으로 5000억원의 자사주 매입과 주당 배당금 4500원을 제시했다. 주주연합 측이 회사 측보다 76.5% 높은 배당금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주총에서 삼성물산과 정면 대결하는 주주연합은 5곳의 국내외 운용사 연합군이다. 영국계 자산운용사 시티오브런던을 중심으로 미국계 화이트박스어드바이저스, 국내 안다자산운용 등이 주축이다. 특히 시티오브런던은 국외에서도 일관성 있게 주주 환원의 필요성을 강조해온 행동주의 펀드다.

이에 따라 삼성물산은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과 주주연합으로부터 '더블 압박'을 받고 있는 셈이다. 이는 주가에는 호재다.

강력한 주주 환원 요구는 오랜 잠에 빠져 있던 삼성물산 주가도 일깨웠다. 올 들어 2월 20일까지 26% 상승했다. 이런 주가 상승에도 2024년 말 예상 PBR(블룸버그 기준)은 0.91배에 그친다. 1배 밑이어서 여전히 주가 상승 여력이 크다는 것이다. 특히 삼성물산이 보유하고 있는 그룹 내 알짜 자회사 지분 가치 기준으로도 주가는 극심한 저평가 상태다.

삼성물산의 타 법인 출자 현황을 보면 국내 상장사 지분 1% 이상 기준으로 삼성전자(4.4%), 삼성바이오로직스(43.1%), 삼성생명(19.3%), 삼성SDS(17.1%), 삼성엔지니어링(7%) 주식을 보유 중이다.

19일 기준 삼성물산이 보유한 이들 지분 가치는 약 50조원에 달한다. 삼성물산의 자체 시총(31조원)보다 무려 19조원가량 많다. 지갑(삼성물산)을 주웠는데 그 지갑 안에 19조원의 현금이 들어 있는 셈이다.

주력인 건설 사업이 작년에 부진했던 것을 감안하면 2023년 1조클럽은 실적 전망을 밝게 한다. 국내 상위 10대 건설사 중 영업이익 1조원을 기록한 곳은 삼성물산이 유일하다.

삼성물산은 자체 구조조정을 통해 주택 사업 비중을 낮췄고 국외 사업은 늘리면서 건설 불황 직격탄을 피했다는 평가다. 카타르 태양광 사업, 사우디아라비아 네옴시티 터널 등 대규모 프로젝트를 잇달아 따내면서 작년 누적 수주액 19조2000억원을 달성했다. 이는 목표액(13조8000억원)을 상회한 것으로, 올해 이후 실적도 이 같은 흐름을 탈 것으로 보인다.

올해 연간 영업이익은 3조200억원으로 추정된다. 이는 2023년 대비 5.2% 증가한 수치다. 삼성물산이 2023년도 배당금을 보수적으로 잡은 것은 이 같은 실적 전망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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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인프라 투자 수혜 지속될 두산밥캣

2021년 주당 1200원의 배당금을 지급했던 두산밥캣은 2022년 1350원, 2023년 1589원(증권사 추정치)으로 올려주는 추세다.

올해 주가가 다소 조정받으며 배당수익률이 3.4%로 올라서면서 배당주로서의 매력도 갖추고 있다. 이는 같은 기간 영업이익이 5953억원, 1조716억원, 1조3899억원으로 증가했기에 가능했다. 두산밥캣 역시 곳간이 넉넉하다. 2022년 말 6990억원이었던 현금성 자산은 2023년 9월 말 현재 1조4217억원으로 '더블 1조클럽'을 달성했다.

역대급 실적을 기록한 것은 두산밥캣이 북미 건설장비의 강자인 데다 미국 조 바이든 정부의 인프라스트럭처 투자 수혜를 받았기 때문이다. 북미시장은 두산밥캣 연간 매출의 75%를 차지한다. 작년에 이곳에서만 전년 대비 매출이 15% 증가했다. 소형 장비가 2022년 대비 10% 늘어난 가운데 지게차 등 산업 차량도 19% 증가했다. 특히 산업 현장에 많이 필요한 이동식 발전기와 공기압축기 등 포터블파워(PP) 매출이 이 기간 26% 급증하기도 했다.

미국 주택 사업 역시 국내와 마찬가지로 부진하지만 산업건설 경기가 상대적으로 나아 전체 이익이 늘어나는 추세다.

그러나 올해는 경기 침체가 예상되는 만큼 두산밥캣은 보수적 사업 계획을 짜고 있다. 실제 올해 영업이익은 1조1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이는 2023년 대비 21% 줄어든 수치다. 작년 실적이 예상치를 크게 뛰어넘으면서 오히려 올해가 걱정될 정도라는 것이다. 다만 2024년 말 추정 PBR이 0.74배인 데다 주가수익비율(PER)도 6.42배로 저평가 영역에 있어 현 주가 수준이 매수 적기라는 분석도 나온다.

CEO 교체 CJ제일제당 5년 연속 1조클럽

CJ그룹의 '캐시카우'(현금창출원) CJ제일제당은 두산밥캣과 정반대의 행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CJ제일제당의 올해 영업이익은 1조5612억원으로, 2023년 대비 21%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2020년 이후 2024년까지 5년 연속 1조클럽을 유지할 전망이다.

이 같은 미래 실적에는 최근 CEO 교체 승부수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CJ그룹은 최근 임원 인사를 통해 제일제당의 수장으로 강신호 부회장을 다시 등판시켰다. 강 부회장은 2020년까지 CJ제일제당 각자 대표 겸 식품사업부문 대표를 맡다가 경영난을 겪고 있던 CJ대한통운으로 자리를 옮겼다. 대한통운은 중국 알리바바의 자회사 알리익스프레스의 택배 물량을 독식하며 작년에 사상 최대 이익을 냈고, 이는 강 부회장의 명성을 재확인시켰다.

4년 만에 다시 친정으로 돌아온 강 부회장에 대한 기대감은 올해 반등하는 실적과 함께 주주 환원 기대감도 높이고 있다. 주당 배당금은 2020년 4000원에서 2021년 5000원, 2022년 5500원으로 상승해왔다. 다만 순이익 중 배당금이 차지하는 배당성향은 13~14% 수준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와 향후 좋아질 것이란 기대가 공존하고 있다.

이런 기대감의 저변에는 강 부회장의 인수·합병(M&A) 실력이 포함돼 있다. 그는 2018년 CJ제일제당이 미국 냉동식품회사 슈완스컴퍼니를 인수할 때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회사는 미국에서 피자와 만두 등 'K푸드 열풍'을 이끄는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다만 바이오 사업 부문이 작년에 역성장하면서 전체 실적의 발목을 잡았는데, 이에 대한 구조조정 여부도 관심을 모은다.

CJ제일제당의 연말 전망 PBR과 PER은 각각 0.66배, 9.07배다. PBR 기준 저평가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문일호 매경엠플러스센터 증권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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