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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우리들의 문화재 이야기

독일로 팔려 간 '곽분양행락도'...한국서 보존처리 받고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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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외소재문화재재단 언론 공개회]
한국일보

11일 오전 서울 동작구에 있는 정재문화재보존연구소에서 조선시대 병풍 '곽분양행락도'가 보존처리 작업 과정을 마친 뒤 공개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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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폭 병풍에 담긴, 중국 당나라 시대 호화로운 저택에서 열린 연회 풍경이 상서롭다. 한가운데 앉아 무용수의 춤사위를 즐기는 주인공은 당 현종 시기의 장군 곽자의(697~781). 85세까지 장수한 그는 '안사의 난'을 비롯한 국가 존망 위기에서 공을 세워 권세를 누렸고, 아들 8명·사위 7명이 높은 벼슬에 오르는 등 한평생 부귀영화를 맛봤다. 그의 생일잔치를 그린 '곽분양행락도'는 조선 후기에 크게 유행했다.

독일 라이프치히그라시민족학박물관(그라시박물관)이 소장했던 곽분양행락도가 한국 보존전문가의 손을 거쳐 새 숨결을 얻었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11일 서울 동작구 정재문화재보존연구소에서 보존처리를 마친 곽분양행락도를 공개했다. 곽분양행락도는 이달 말 독일로 돌아간다. 재단은 2013년부터 국외 소재 문화유산 보존처리 지원사업을 한다.

그라시박물관은 1902년 독일의 미술상에게 곽분양행락도를 구입했다. 1~3폭에는 집 안 풍경과 여인들, 앞마당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이 담겼고 4~6폭에는 주로 잔치 장면이 펼쳐진다. 7, 8폭에는 연못과 누각의 모습이 묘사돼 있다. 김정희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이사장은 "조선의 곽분양행락도는 국내외에 40여 점이 남아 있는데, 작품성 측면에서 굉장히 뛰어난 작품 중 하나"라고 말했다.

타국에서 오랜 세월을 거친 흔적은 역력했다. 1폭과 8폭의 그림 일부는 잘려나갔고, 그림 부분만 낱장으로 보관돼 병풍으로 기능하지 못했다. 2022년 11월부터 보존처리를 진행한 정재문화재보존연구소는 나무틀로 병풍을 다시 만들고 벌레 먹은 부분을 하나하나 다시 그린 끝에 곽분양행락도를 복원했다. 박지선 연구소 대표는 "보존 수명을 오래 연장시키는 것이 (최우선) 목표였다"며 "(병풍이) 제작된 당시의 상황과 사용된 모든 기술을 재현하는 데에도 주안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한국일보

보존처리 전 '곽분양행락도' 모습.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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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미 기자 herst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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