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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이슈 화웨이와 국제사회

팔 안으로 굽는 美…韓 때리고 인텔 봐준다 "화웨이 거래도 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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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인텔이 화웨이에 노트북용 중앙처리장치(CPU)를 판매할 수 있는 라이센스를 유지하게됐다. 사진은 지난달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 화웨이 부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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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이 중국 화웨이에 반도체를 수출할 수 있는 권한을 유지하게 됐다. 미국이 최근 동맹국들에 대중(對中) 수출통제 압박을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자국 특정 기업에만 유리한 ‘이중잣대’를 적용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로이터는 13일(현지시간) 인텔이 화웨이에 노트북용 중앙처리장치(CPU)를 판매할 수 있는 라이센스를 취소해야 한다는 외부 압박에도, 미국 정부가 수출 허가권을 유지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인텔은 중국에 대규모 반도체를 판매할 수 있는 시간을 더 확보하게 됐다.



4년째 화웨이에 반도체 팔아온 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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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이 화웨이에 노트북용 중앙처리장치(CPU)를 판매할 수 있는 라이센스를 유지하게됐다. 사진은 인텔의 아리조나 공장.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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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재임 시절인 2019년 안보상의 이유를 들어 화웨이에 대한 전 세계 모든 반도체 공급을 전면 차단했다. 미 우방 국가의 기업들이 화웨이와 거래할 경우 미 정부의 허락을 받도록 했다. 당시 세계 스마트폰 점유율 2위이자 통신 장비 1위인 화웨이를 고사시키려는 작전으로 풀이됐다. 이후 미 정부는 2020년 인텔에 CPU 일부 품목에 한해서는 화웨이와 거래를 허가했다. 화웨이 블랙리스트 지정 후 첫 수출 허가였다.

당시 ‘이례적인 허가’란 평가가 나왔다. 미 정부가 화웨이에 반도체를 수출할 수 있는 권한을 내줄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인텔에 판매를 허용한 품목은 서버·노트북용 CPU로, 주로 중국 내수용이었다. 최신 반도체가 탑재되는 스마트폰과 통신장비 기술 수출은 봉쇄하는 대신 안보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덜한 칩 거래를 허용해 미국 기업의 실리를 챙길 수 있게 한 것이다. 화웨이는 인텔의 핵심 고객으로, 서버용 CPU 시장 점유율 95%를 차지하는 인텔은 판매량의 절반 가까이(40%)를 화웨이에 팔고 있었다.



AMD 반발에도 인텔 손들어준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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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원 기자


그런데 이런 예외도 인텔에만 허용됐다. CPU 시장에서 인텔과 경쟁하는 미국 AMD는 바이든 정부가 들어선 2021년 대(對) 화웨이 수출허가권을 따내려 했지만 실패했다. 이에 AMD는 “인텔에만 수출권을 주는 건 불공평하다”라고 주장해왔다. 2018년 화웨이 노트북의 중국시장 점유율은 2.2%였지만 지난해 9.7%로 증가하며 미국 기업 델을 밀어내고 3위에 올랐다. 이 중 90.7%에는 인텔 CPU가 탑재된다. 수출 제재 전 화웨이 노트북의 절반가량에 CPU를 납품해오던 AMD의 점유율은 급락했다. 로이터는 AMD 대신 인텔에만 수출이 허가된 이유를 확인할 수 없었다고 보도했다.

인텔은 미국 최대 반도체 제조사로 최근 ‘반도체를 다시 미국에서 만들자’는 미국 전략의 최전선에 서 있다. 미국 오하이오·애리조나, 독일 마그데부르크 등 세계 각지에 새 공장을 공격적으로 짓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 이후 소비 침체 영향을 받으며 영업이익은 꾸준히 줄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인텔은 화웨이에 대한 수출허가권을 유지하며 고정적이고 안정적인 수입원을 한동안 확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공화당 상원의원 마르코 루비오는 인텔이 조만간 미국 상무부로부터 반도체 보조금을 받을 것이라며 “미국 기업, 특히 납세자들로부터 보조금을 받는 기업이 화웨이의 혁신을 도와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수출허가권을 취소하라는 촉구다.



한국 향한 장비 제재 압박은 강화



미국은 동맹국들에 대한 대중 수출규제 압박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 지난 2022년 10월 미국 기업들이 중국에 첨단반도체 제조 장비를 수출할 수 없도록 하는 규제 발표 이후 동맹국에도 비슷한 수준의 수출 통제를 요구해왔다. 처음에는 반도체 장비의 기술 수준이 높은 네덜란드와 일본이 주요 압박 대상이었지만, 최근에는 한국에도 요구 강도가 세지고 있다.

최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국의 대중국 수출 통제를 고려해 노후 반도체 장비의 판매를 중단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반발을 의식해, 장비를 중고 시장에 내놓는 대신 창고에 보관해왔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미국 기업은 화웨이에 칩까지 파는데, 우리는 중고 장비조차 처리 못 하는 상황”이라며 “특히 한국 장비업계는 중국 수출길이 막히면 타격이 큰데, 미국이 자국 이익을 따지며 수출 통제에 계산기를 두드리는 상황이라 난감하다”라고 말했다.

박해리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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