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10주기 다큐 무산’ 지적한 청원에
“당초 기획취지가 세월호 아니었다” 답변
제작진 “KBS 거짓말···제작 지시 있었다”
언론장악 저지 공동행동 관계자들이 지난달 19일 서울 KBS 본관 앞에서 세월호 10주기 다큐멘터리 불방 규탄 및 저지를 위한 기자회견을 열고 박민 사장과 이제원 제작1본부장을 규탄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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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가 ‘세월호 10주기 다큐멘터리’ 방영 무산을 비판하는 시청자청원에 “천안함 피격 사건 등을 함께 다루는 것이 당초 기획취지여서 방영을 연기한 것”이라고 답했다. ‘세월호 10주기’를 주제로 다큐멘터리를 기획한 적이 없다는 주장인데, 해당 다큐 제작진은 “지난해 12월 세월호 10주기를 주제로 방송을 준비하라는 명령이 있었다”고 말하고 있다.
22일 KBS 시청자청원 게시판을 보면, KBS는 ‘세월호 참사 10주기 다큐 4월에 꼭 방영하라’라는 청원에 “추가 취재가 필요한 상황이 됐고, 제작본부에서는 제작 준비기간 등을 고려해 향후 적절한 시기로 방송을 연기했음을 알려드린다”며 이같이 답했다. KBS 시청자청원은 30일 이내 1000명 이상의 동의를 받은 청원에 대해 KBS가 답변하도록 하는 제도다. 이번 청원은 지난 21일 1017명의 동의를 얻고 마감됐다.
청원인은 “KBS 1TV 다큐인사이트가 준비 중인 세월호 참사 10주기 다큐멘터리가 임원진의 반대로 사실상 불발 결정됐다. 이제원 KBS 제작1본부장은 방영 반대 이유로 ‘총선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고 한다”며 “국회의원 선거일인 4월10일 기준으로 8일이나 지나서 방영하는 다큐멘터리가 어떻게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말인가”라고 했다.
청원인은 이어 “이런 억지로 방송 자율성을 침해하고, 안전사회 만들기를 위한 공적 역할을 저버린다면 KBS가 공영방송으로서 책무를 다한다고 볼 수 없다”며 “박민 KBS 사장은 세월호 참사 10주기 다큐멘터리 불방 결정을 철회하고, 계획대로 4월에 방송해 우리사회가 생명과 안전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계기가 될 수 있게 하라”고 했다.
KBS는 답변에서 “해당 다큐멘터리는 전임 본부장 시절인 지난해 12월 기획된 것으로, 세월호 사건 10주기 방송이 아닌 대형참사 생존자들의 외상후스트레스증후군(PTSD) 극복 과정을 조명하고 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높이기 위해 기획된 것”이라고 했다.
KBS는 이어 “그런데 1월 말 새로 부임한 제작책임자는 해당 프로그램이 당초 기획취지와는 달리 세월호 생존자 위주로 제작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며 “원래 기획 의도대로 천안함 피격 사건, 대구 지하철 참사, 씨랜드 화재 참사,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 등 여러 대형참사 생존자들의 PTSD 극복기까지 종합적으로 다루도록 지시했다”고 했다.
그러나 해당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제작진은 ‘당초 다큐 기획취지가 세월호 10주기 중심이 아니었다’는 KBS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한다. 언론노조 KBS본부 시사교양구역 관계자는 기자와 통화하면서 “기획부터 촬영까지 ‘세월호 10주기’를 주제로 진행돼 왔다”며 “기획 의도가 참사 트라우마라는 건 이 본부장이 새로 와서 본인의 의견을 피력한 것이다. (KBS의 주장은) 거짓말”이라고 했다.
언론노조 KBS본부 시사교양구역은 지난 2월28일 성명에서도 “제작진은 지난해 12월 중순쯤 세월호 10주기 방송을 준비하라는 업무명령을 받고 섭외 및 촬영에 들어갔다. 제작본부 내 모든 사람이 그렇게 인지하고 방송 코드도 ‘세월호 10주기’로 발행됐다”며 “사측의 주장이 사실이 아님을 여러 차례 설명했다. 무능하면 귀담아듣기라도 하라”고 했다.
조해람 기자 lenn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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