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인천 신규채용 미달률 34.2% 결원 심각
노동 강도 높은 반면 처우 낮아 구인난 지속
"급식 질 보장 위해 인원 충원·시설 개선해야"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인천지부 관계자 등이 지난 2일 오전 인천시교육청 앞에서 학교급식실 결원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환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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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동식품은 되도록 안 쓰려고 하지만 사람이 부족하니 어쩔 수 없이 식판에 올립니다.”(22년 차 조리실무사 고혜경씨)
학교 현장의 급식실 인력 부족 현상이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종사자 건강을 위협할 뿐 아니라 급식의 질 저하로 이어진다는 우려가 크다.
18일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연대회의)에 따르면 새 학기가 시작된 지난달 4일부터 경기도교육청 홈페이지 채용정보 게시판은 학교에서 올린 급식실 조리실무사 채용 글로 도배가 됐다. 이틀 전인 지난 16일까지 200건 가까이 올라왔는데, 대부분 결원 대체를 위한 기간제 채용 공고였다. 인천시교육청 게시판에도 같은 기간 80여 건의 채용공고가 떴다. 제목에 ‘긴급’을 붙인 학교도 많았다.
이 같은 상황은 조리실무사 신규 채용에서 대규모 미달 사태가 나면서 빚어졌다. 지난달 기준 서울·인천의 미달률은 각각 34.2%에 달했다. 제주와 충북은 각각 59.4%, 57.8%에 이른다. 10명을 모집하는데 6, 7명만 응모한 것이다. 현재 지역별 결원은 경기 481명, 서울 203명, 인천 200명, 충북 130명, 제주 93명 등이다.
급식실에 일할 사람이 부족한 이유는 간단하다. 노동 강도는 높은데 처우는 낮아서다.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화상, 근골격계 질환, 절단 등 산업재해 신청 건수는 지난해 1,505건으로 2020년 694건 대비 2.17배 증가했다. 기름으로 조리할 때 나오는 미세 입자인 ‘조리 흄(fumes)’에 상시 노출돼 폐암에 걸릴 가능성도 높다. 작년 교육부가 발표한 건강검진 결과 이상 소견 비중이 28.7%에 달했다. 반면 보수는 기본급 기준 올해 198만6,000원으로 200만 원이 안 된다. 그마저도 방학에는 받지 못한다. 몸이 아프거나 집에 일이 생겨도 쉬는 게 쉽지 않다. 대신 일을 할 사람을 직접 구해야 하기 때문이다. 인천이나 강원처럼 ‘대체인력풀(POOL)’을 운영 중인 곳도 있지만 인원이 많지 않고 이틀 이상 5일 이내 쉴 때만 이용할 수 있다. 어렵게 채용을 했지만 버티지 못하고 떠나는 일도 반복되고 있다. 2022년 자진 퇴사한 급식 종사자 3명 중 1명(36.6%)은 임용 6개월 이내였다. 초등학교에 비해 많은 음식을 만들어야 하는 고등학교는 노골적으로 기피하는 현상이 특히 뚜렷하다.
주요 지역 학교 급식 종사자 신규 채용 미달률. 그래픽=이자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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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각한 구인난은 급식의 질 저하를 낳는다. 부족한 인원으로 수백 명 분의 밥과 반찬을 준비하다 보니 반제품·완제품에 의지하게 되는 것이다. 경기 성남 한 초등생 학부모는 “냉동식품이나 완제품이 일주일에 2, 3번씩 나오길래 학교에 확인하니 사람이 부족하다고 하더라”라고 했다. 고혜경(56)씨는 “설거지를 줄이려고 일회용 식판을 사용하는 곳도 있는데, 위생이 걱정”이라고 말했다.
교육당국이 급식조리실 환기 설비 개선과 튀김류 메뉴 선정 최소화 등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속도가 더디다. 환기 설비가 기준에 미달하는 학교는 2022년 기준 1만 개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는데 지난해 개선이 이뤄진 곳은 8.8%인 884곳에 불과한 실정이다. ‘급식노동자 폐암 산업재해 피해자 국가 책임 요구 및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위원회’ 관계자는 “교육당국은 여전히 쉽게 그만두는 종사자가 문제라는 안일한 인식에 머물러 있다”며 “대규모 인원 충원 등 근본 해결책을 내놓지 않는다면 결국 피해는 학생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학교급식실에서 13년 근무한 조리실무사의 휘어진 손가락 엑스레이(X-ray) 사진.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경기지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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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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