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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선거와 투표

② 고양이 목에 방울 달려면···“선거제, 국회 말고 외부에 맡기자”[4·10 총선 돌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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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국회 대정부 질문의 실시된 지난 2월22일 본회의장에서는 많은 의원들이 빠져나가 썰렁한 가운데 한덕수 총리에 대한 질의 응답이 진행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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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3월17일(현지시간) 독일 연방하원은 의석수를 630으로 고정하는 연방선거법 개혁안을 의결했다. 집권연합인 신호등 연합(빨강·사회민주당, 노랑·자유민주당, 초록·녹색당)의 표결 강행에 기독교민주당 등 야당은 강하게 항의했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기민당 대표는 “민주주의의 신뢰에 대한 훼손”이라고 비판했고 행정법원에 법령심사소송을 제기했다.

대한민국 국회의 모습과 유사해 보이지만 독일의 이 모든 과정은 우리의 총선 격인 연방의회 선거를 2년 6개월(2025년 9월28일) 앞둔 시점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2021년 연방의회 선거가 끝나자마자 논의가 시작된 덕이다. 반면 우리 국회는 4·10 총선을 65일 앞두고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하기로 하고, 총선을 41일 앞두고서야 선거구 획정안을 통과시켰다. 국회 내 논의기구인 정치개혁특별위원회도 2020년 총선으로부터 1년 8개월 뒤에야 구성됐다.

선거제도 확정이 이처럼 늦어지는 것은 이해당사자인 국회의원들이 선거제를 정한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선거 유불리를 따지다 막판에 가서야 선거제를 정하는 행태가 벌어진다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대안으로 선거제 결정을 국회 외부의 독립적 기구에 위임하는 방법, 공론화 방식을 통해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방법 등이 제시된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지난 16일 중립적인 선거제제안위원회를 통해 선거제도를 바꾸자는 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독립기구 ‘국회의원선거제도제안위원회’가 선거제도 개선안을 선거일 12개월 전까지 국회에 제출하면 국회는 선거일 9개월 전까지 선거제도를 확정하고 6개월 전까지 선거구 획정을 완료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김 의장은 “플레이어가 게임의 룰을 만드는 현 제도에서는 선거일이 임박할수록 결정이 어려워지는, 구조적이고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필요성을 설명했다.

이 경우에도 전문가 추천 과정에서 여야 각 당의 입김이 개입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이번 총선 선거구획정위원회의 획정안을 두고도 특정 당에 유리하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대표성을 띤 무작위 시민들로 구성된 공론화위원회를 통해 선거제를 결정하는 방법도 대안으로 제시된다. 지난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 보고서에 실린 ‘시민의회를 통한 선거제도 개혁 사례연구’ 논문에 따르면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주가 2004년 세계 최초로 도입한 선거제도 개혁을 위한 시민의회, 2006년 최초로 전국 단위로 운영된 네덜란드의 시민의회 등의 사례가 있다.

네덜란드는 선거권자 5만여명에게 무작위 초대장을 보내 응한 사람 중 성별, 연령별 대표성을 띤 140명을 선발했다. 이들은 2개월간 선거제도에 대해 학습과 토론을 진행하고 이후 2개월 동안 일반시민과 공청회를 거친 뒤 12월 최종보고서를 제출했다. 다만 보고서가 나온 시점이 네덜란드 총선과 겹치고 시민의회를 뒷받침한 당이 패배하면서 개혁안은 결국 폐기됐다.

한국선거학회장인 김형철 성공회대 민주주의연구소 교수는 이날 기자와 통화하면서 “선거제 확정이 늦어지면 유권자들은 정당, 후보에 대한 검증 기회를 빼앗긴다”며 “정치인들이 배제된 독립적인 기구를 만들어서 선거제도에 대해 논의하고 숙의가 가능한 과정을 통해 한국 사회에 적합한 선거제도를 좀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선관위가 독립 기구를 구성해 중립성을 지키는 방법, 선거제를 일찍 확정할 수 있도록 12개월 전에 등록한 정당들만 피선거권을 주는 방안 등도 보완 방안으로 제시했다.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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