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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누가 탕수육에 파인애플을 넣었을까? 중국엔 없는데… [스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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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노의 중식삼림(中食森林) ④] 파인애플 탕수육의 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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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에는 한 나라의 사회 정치 경제가 은연중에 녹아 있다. 중국 음식도 예외가 아닌데 세계로 퍼진 중국 음식 속에는 현지의 문화와 역사까지 곁들어 있다. 지구촌 중국반점의 요리를 통해 중국 본색을 알아보고 세상을 들여다본다.

탕수육은 한국과 일본에서 흔하게 먹는 중국 요리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맛보기 쉽지 않다. 더군다나 파인애플 조각을 넣어 맛과 향을 더한 파인애플 탕수육은 더욱 찾아보기 힘들다. 이유는 탕수육이 한국과 일본에서 현지화된 중국 음식이기 때문이다.

이쯤에서 뭔 소리냐? 중국에 새콤달콤한 탕추(糖醋)소스로 조리한 돼지 등갈비인 탕추리지(糖醋里脊), 돼지갈비 탕추파이구(糖醋排骨)를 비롯해 탕추 소스를 뿌린 생선 요리인 탕추잉어(糖醋鯉魚), 탕추조기(糖醋黃魚) 등등의 탕수 요리가 얼마나 많은데 원조 나라인 중국에 탕수육이 없다고 하냐며 반박할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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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탕추파이구, (아래) 탕추잉어. 출처 : 바이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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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중국의 탕추 소스는 역사도 깊다. 사탕수수가 퍼지고 여기서 설탕을 뽑는 제당 기술이 발달한 10세기를 전후해 당송 시대에 생겨난 것으로 추정한다. 이런 탕추 요리법은 진작에 조선을 비롯한 주변국에도 전해졌다. 우리나라의 경우 19세기 초 순조 때의 실학자 이규경의 『오주연문장전산고』에 당초장(糖醋醬) 만드는 법이 보인다. 엿과 식초로 새콤달콤한 양념을 만든다는 것인데 우리 전통 요리법일 수도 있지만 어쨌든 중국 탕추 소스의 영향을 받은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중국의 탕추 소스 역사가 깊고 중국에 다양한 탕추 요리가 있음에도 탕수육처럼 돼지고기에 전분으로 옷을 입혀 튀겨낸 음식은 중국 본토에서는 찾아보기 쉽지 않다. 그래서 나온 것이 탕수육 유래설이다.

흔히 탕수육은 영국과의 아편전쟁에서 패배한 중국인들이 영국 사람 입맛에 맞추기 위해 만들어낸 음식이라고 말한다. 중국 음식에 익숙하지 않은 서양 사람들이 먹기 좋도록 고기 튀김에 달콤하고 새콤한 소스를 만들어 부은 것이 탕수육의 유래라는 것이다. 재미삼아 떠도는 이야기지만 중국의 굴욕을 강조하고 음식까지도 승자의 입맛에 맞춰야 했던 근대 중국의 비굴을 조롱하는 뉘앙스가 없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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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1830-1843 시기에 파리에서 발행됐던 프랑스 일간지에 수록된 풍자화 우)아편전쟁 묘사한 삽화. 출처 :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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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얼핏 들어도 엉터리 같은데 그러면 탕수육은 어떻게 만들어진 중국 음식일까? 고기나 채소에 튀김옷을 입혀 순간적으로 튀기는(deep-fried) 것은 전통적인 일본 요리법이다. 엄밀하게 말하면 16~17세기 포르투갈에서 전해진 튀김 요리가 일본에서 변형해 생긴 일본 튀김 덴부라(てんぷら)에서 비롯된 것으로 본다.

중국의 탕추리지나 탕추파이구 요리가 일본에 전해지면서 그 위에 튀김옷이 입혀진 일본식 탕수육, 스부타(すぶた)로 변한 것인데 우리나라에서는 다시 한국식 탕수육으로 변했다. 그렇기에 탕수육이 아편전쟁의 결과로 생겨났다는 유래설 역시 일본에서 생겨나 퍼졌을 것으로 추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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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추리지. 출처 : 바이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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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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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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