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렬의 신의료인]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대진 교수팀,
'경두개직류자극' 활용한 치료 연구 결과 국제학술지 발표
낮은 전류량으로 뇌 기능 조절, 부작용 ↓ 안전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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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약(藥)의 일종인 '경두개직류자극'(tDCS)을 인터넷 게임 중독 치료에 활용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대진 교수 연구팀(영상의학과 안국진 교수, 대전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정조은 교수)은 2018년부터 서울성모병원 중독 클리닉을 찾은 20대 인터넷 게임 중독 남성 22명을 대상으로 경두개직류자극 치료를 적용해 결과를 9일 공개했다.
경두개직류자극은 피부 표면(두피)에 부착된 전극을 통해 미세한 직류를 흘려 뇌의 신경세포를 자극, 기능을 조절하는 일종의 신경조절술이다. 우선적으로 자극 부위 근처의 신경세포 활동을 조절하지만, 서로 연결된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신경세포 특성을 활용해 뇌 내부의 신경회로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비침습적일 뿐 아니라 스마트폰 대비 약 1000분의 1수준에 불과한 전류량(최대 2mA)과 전자파(약 0.001W/㎏)에 노출돼 인체 위해성과 부작용 우려도 크지 않다. 기기 크기가 작고 작동 방법도 복잡하지 않아서 집에서 자가 치료가 가능해 치료 편의성이 높다는 장점도 갖췄다.
이번 연구에서 참가자들은 배외측 전전두엽 피질을 통해 전기적 자극이 전달될 수 있도록 정해진 방법과 일정에 따라 하루 30분, 2주 동안 집에서 자가 치료를 진행했다. 연구는 객관성과 과학성을 담보하기 위해 무작위배정, 이중맹검, 가짜기기 대조방식으로 이루어졌다.
그 결과, 치료군이 대조군 대비 긍정적인 결과가 나타났다. 치료 전후 촬영한 기능적 MRI 영상에서 치료군은 전대상피질과 배외측 전전두엽 피질 사이의 연결성이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통해 자기조절능력이 유의하게 증가하고 중독 대상에 대한 반응을 억제하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음을 확인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기능적 MRI를 통해 확인한 '전자약' 치료 전후 변화된 뇌 영역./사진=서울성모병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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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선 연구 결과에 따르면 중독 장애는 단순히 개인의 의지 부족이나 습관이 아닌 전두엽 기능이 저하되는 일종의 뇌 질환이다. 즐거운 행위에 대한 동기 부여를 조절하는 보상 체계의 변화로 갈망은 증가하나 판단이나 계획, 자기 통제 등 인지기능 조절 능력은 감소해 '중독의 악순환'에 빠진다. 적절한 치료를 위해 중독 장애를 우울증과 마찬가지로 '누구나 겪을 수 있는 것'으로 인식하고 체계적으로 접근해야 하지만, 사회적 인식은 아직 부족한 실정이다.
인터넷 게임 중독 인구는 전 세계적으로 급증하고 있다. 미국정신의학회는 2013년, 세계보건기구(WHO)는 2019년부터 게임 장애를 중독성 장애로 분류했다. 학계에서도 과도한 게임 이용으로 발생하는 문제를 최근 세계 공중보건 이슈 중 하나로 꼽는다. 현재 게임 중독 치료를 목적으로 승인된 약물은 없는 만큼, 이번 연구가 게임 중독의 새로운 치료법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 연구팀은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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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은 교수는 "200개 이상의 선행연구를 종합해보더라도 전극 부착 부위의 따가움이나 열감 등 일시적 불편감 외에는 심각한 부작용은 아직 보고되지 않았다"며, "자가 적용이 가능해 약물치료만으로는 효과가 작은 여타 중독 환자들에게도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향후 다양한 중독 치료에 적용할 수 있도록 연구 중"이라고 말했다.
교신저자인 김대진 교수는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뿐 아니라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도 치료 용도로 승인받은 전자약이 증가하면서 대중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처방 사례도 늘고 있다"며 "정신의학 분야에서도 중독, 우울증, 불안장애 등 다양한 질환에서 유효성을 입증하고 있는 만큼, 후속 연구를 통해 환자들에게 보다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 가능성을 제시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행위중독저널'(Journal of Behavioral Addictions) 4월호에 게재됐다.
박정렬 기자 parkj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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